봉섭이 가라사대
손홍규 지음 / 창비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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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홍규라는 작가와의 첫 만남인 이 책, '봉섭이 가라사대'. 독특함을 넘어선 당황스런 표지의 못생긴 미노타우르스와 암호같은 말풍선은 꽤 당혹스러운 느낌이었다. 솔직히 손에 확 당겨지진 않았달까.
그리고 그런 느낌은 막상 책을 읽으면서도 마찬가지.

그의 소설집, 봉섭이 가라사대에 담긴 소설들은 어쩌면 다양한 시도와 톡톡 튀는 최근의 소재들로 넘쳐나는 요즘의 트랜드와는 꽤 동떨어져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렇기에 그런 당혹감을 느꼈던 것만 같고. 그 소설들의 소재만 봐도 한국근현대 가족사, 열악한 농촌과 노동자의 현실, 광주의 아픔 등 그 때 그 시절의 우리네 이야기랄까. 분명 2008년의 내가 읽고 있는 소설이거늘, 마치 과거 학창시절에 한참 읽던 그런 소설의 느낌을 자아낸다는 그런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사투리와 북한말까지도 넘나드는 구수한 우리네 다양한 언어도 그런 인상에 한 몫을 한 것만 같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때 그 시절을 답습하고 있는 그런 소설이라는 것은 아니다. 분명 그의 소설들은 다르다. 과거의 우리 문학과도 다르고 또 요즘의 트랜드와도 다르다. 인간과 동물과의 그로테스크한 대치를 통해 그 때 그 시절을 자신의 색깔로 재구성하려는 모습이 다르고, 인간과 인간성에 대한 탐구, 그리고 그로 인해 보여지는 휴머니즘적인 발현의 색깔이 또 다르다. 조금은 우울하고, 조금은 해학적인 그의 색깔은 어떻게 규정짓기보다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가 더욱 기대되는 그런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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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말미에 담긴 그의 소설에 대한 해설. 비루함과 존엄, 인간과 비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작가 손홍규의 소설을 말한다. 그런데 왠지 해설을 읽으니 더 어렵다(...)


또한, 차세대 입담꾼이라 불릴 정도로 흔히 '글발'이라고 부르는 글 자체의 재미와 구성 면에서도 상당히 인상깊다. 해학적인 유머도 잘 녹아있고. 이 정도의 글발이라면 즐거운 이야기를 쓰면 정말 킥킥거리며 읽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그의 독특한 상상력이 가져오는 기묘한 그런 느낌과 조금은 무거운 주제 의식이 이유일 듯 하다. 덕분에 그저 쉽고 재미있게 읽고 덮는 그런 소설이 아닌, 분명 재미있지만 독특하고, 그 무게가 그저 쉽게 저울질되지 않는, 그리고 읽고 나면 조금은 답답하고 쓸쓸한 그런 느낌이다.
마치 표제작인 '봉섭이 가라사대'의 소인지 사람인지 모를 기묘함을 간직한 응삼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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