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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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 마력적인 단어에 담긴 힘은 그야말로 위대하다. 여행을 가기 전 자료를 찾아볼 때, 막상 여행을 가서 그 장소를 만끽할 때, 그리고 여행에 다녀온 후에 그 여행을 음미할 때. 이 세 시기가 각각 서로 다른 색깔의 행복감을 내 머리에, 그리고 내 가슴에 남긴다.
그리고 여행에 다녀온 후, 이미 그 곳은, 유럽, 동남아, 호주, 미국같은 시시한 곳이 아니다. 나만의 원더랜드가 되어있을 테니. 그 시간의 기억 속에서, 그리고 그 곳에서의 경험과 만남은 그 누구의 것도 동일할 수는 없을 테니까. 그 경험의 차이만큼, 그리고 받아들이는 사람의 차이만큼 서로 다른 빛깔을 띄고, 또 자기 자신의 빛깔만큼 아름다울 수는 없다. 적어도 나 자신에게는.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 여행의 '지식'을 주는 책도 좋아하지만(워낙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보다는 '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 같은 여행의 '재미'를 주는 책을 훨씬 더 좋아한다. 내가 갔던 곳이라면 나와 어떤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고, 또 어떤 부분에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느껴보는 것도 좋고, 또 가지 못 했던 곳이라면 그의 감성과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그의 원더랜드를 읽을 수 있어서 좋다.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이라는 책은 바로 그런 '빌 브라이슨의 원더랜드'를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유럽을 배경으로.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 터에 '세상에서 제일 해박한 관광 가이드'라는 뉴욕 타임즈의 찬사를 확인할 바는 없지만, '세상에서 제일 불평 많은 여행자'라는 것만은 확신할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저 아름답고 멋지다고 극찬을 하는 유럽의 곳곳을 다니면서 그처럼 수없는 불만을 털어놓고, 또 털어놓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책을 써낸 사람이 자신의 책에다가 그렇게 쓸 확률로 따진다면 더욱 더 희귀할 것만 같다. '굴러다닐 만큼' 뚱뚱한 체구와 매일같이 숙취에 시달리면서도 '혼자 여행하기에 술자리는 피한다'라고 말하는 저자 빌 브라이슨은 그렇기에 곳곳을 다니면서 매일같이 투덜거리고, 또 매일같이 푸념을 해 댄다. 하지만.
그런 푸념 속에 담긴 유머 덕분에 그런 푸념들이 짜증스러운 것이 아니라 귀엽게(?) 들린다. 솔직히 귀여운 것을 넘어서서 킥킥거리거나 가끔은 박장대소를 할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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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의 원더랜드를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도시들. 동유럽과 그의 소재지인 영국을 제외한 전유럽인 셈이다

스무살에 갔던 유럽여행이 너무나 좋아서, 늙으막에 다시 갔다는 그의 유럽 여행은 서유럽을 시작으로 북유럽을 통해 이스탄불까지도 연결된다. 그 긴 여정동안 빌 브라이슨은 이 책을 통해 유럽을 배경으로 자기 자신만의 원더랜드를 구촉한다. 그 원더랜드는 아름다운 유럽에서 멈추지 않고, 유머와 사람들의 성향, 그리고 그만의 애정어린 투덜거림이 가득 담겨 있다. 예컨데 비싼 음식값에 투덜거리면서도 몇 시간이고 맥주를 연거푸 들이키며 그 시간을 만끽한다거나, 투덜거림 속에서도 그가 던지는 유며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유럽에 대한 애정이 드러난다거나 하는 그런 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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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도시들의 이야기는 각각 그 도시를 상징할 법한 푸근한 그림으로 시작된다
 
또한 '여행에 대한 정보'라는 면에서도 좋다. 우리가 수많은 여행 정보 책자들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 예를 들어 퐁피두 센터나 루브르 박물관 등의 아름다운 자태와 볼거리들에 대한 정보같은 것들을 보면서 우리는 흔히 '나중에 여기에는 꼭 가봐야지'라면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턱없이 많고 많기에 생기는 문제가, 빡빡한 일정으로 갔는데 사람이 너무나 붐빈다거나, 혹은 묵을 호텔이 없다거나 하는 등의 문제로 가서 보기로 했던 것들을 하나도 제대로 보지 못 하고 오는 그런 경우들이 참 많이 생긴다.
이 책,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은 바로 그런 정보들을 전달한다. 그가 그 육중한 몸으로 땀을 뻘뻘 흘려가며 했던 고생들을 통해 어느 나라의 어느 도시에서 심한 숙박 문제를 겪었고 또 어떻게 해결했으며(그가 암스테르담에 들렀다가 숙박 문제로 어쩔 수 없이 가게 되었다는 20분 거리의 조그만 마을, 그의 책을 읽으며 오히려 암스테르담에 못 가더라도 그 곳에는 가고 싶어졌다), 어느 박물관에는 미칠듯한 사람 물결 덕에 오후에 가면 안 된다거나, 프랑스 사람들은 새치기가 심하다거나 하는 식의 다양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 덕에 참 재미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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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카페에서 유럽을 읽는 일, 아니 빌 브라이슨을 읽는 일은 참 즐거웠다. 왠지 이 책은 창 밖에서 내리는 비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런 경험과 닮았다. 비를 직접 맞는 것은 참 찝찝하고 좋지 않은 경험이지만(물론 짜릿한 즐거움인 날도 있지만 말이다. 주위 사람들이 실연남, 혹은 광놈이로 봐서 그렇지), 아늑한 곳에서 바라보는 것은 왠지 모를 행복감을 선사하지 않는가.
빌 브라이슨의 이 책도 마찬가지. 그의 여행 속에는 그의 즐거움과 악전고투, 그리고 그에 따른 투덜거림이 가득 담겨있다. 그리고 그 경험 역시 만약 나 자신이 저런 경험을 지금 당장 하고 있다면 결코 즐겁지만은 않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기 때문이다. 왠지 그의 악전고투와 툴툴거림 자체가 유머로 느껴지는 '악취미'를 자극한달까. 뭐 어떻겠는가. 인지상정이고 그게 재미있는 것을.

그런데... 왜 자꾸 빌 브라이슨의 원더랜드를 나도 경험하고 싶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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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h2358 2008-05-30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발레 아닌가요? 저도 여기 좋아하는데 땡스해요:)

광서방 2008-05-30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sh2358 > 와우! 사진만 보고 단번에 알아버리시다니 ~_~;; 대단하십니다. 저야말로 와서 봐주셔서 땡스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