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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도둑 - 한 공부꾼의 자기 이야기
장회익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공부도둑. 전 우주의 학문 보물창고에 들어가서 학문의 정수들만 다 골라 훔쳐내고 싶어한 그는, 그랬기에 모든 학문의 보물창고를 노렸고 마스터키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물리'라는 마스터키를 얻었고.
한국의 대표적인 이론 물리학자로 꼽히는 장회익 선생의 삶의 이야기는 그가 밝혔듯 '공부도둑'이라는 한 마디로 귀결된다. 어려서부터 그가 갖고 있던 학문에의 갈증과 열정은 남달랐고, 초등학교를 강제로 자퇴당하거나 책을 사주지 않는 등의 역경은 오히려 그에게 '야생적인 공부법'을 가르쳐주는 스승이 되었다.
그런 그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70년의 인생을 하나하나 함께 짚어가는 과정은, '물리학'이라는 그의 전체적인 인생을 아우르는 학문에 가진 나의 어리석은 선입견을 놀라게 할 만큼이나(나 자신이 공돌이였기에 그랬던가) 섬세하고 나긋나긋하며, 심지어는 문학적이다. 조곤조곤 자신의 삶에 얽힌 이야기 보따리를 하나하나 듣는 동안 어느새 400페이지 가량의 두터운 분량을 다 읽어내 버렸을 정도로.
'물리는 완벽한 마스터키는 아니야. 하지만 가장 마스터키와 비슷하지'라는 그의 말이 이해될 것만 같다
특히 그의 '공부도둑'으로서의 공부법과 사고의 발전 방법에 대한 이야기들은 굉장히 인상깊었다. 그 때 그 시절, 참 많은 사람들이 '주입식 교육'에 괴로워하고 있을 때에, 자기 나름대로의 고민과 공부를 통해 미적분과 물리학의 기초를 혼자 터득해나가는 그의 독특한 공부법은 참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 어느 공부법 책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하지만 꼭 필요한 공부법을 자신의 손자에게 말해주는 양, 사고의 흐름에 따라 말해주는 그의 공부법을 보며 참 많은 것을 느꼈다.
이 책에 담겨있는 그의 공부법과 비슷한 형태를 개인적으로도 갖고 있었고 그것이 얼마나 효과적이었고 또 나이를 먹고 학문의 정도가 깊어질수록 더 도움이 되는지를 나이를 먹으면서 새삼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값지게 느껴졌달까.
가장 큰 차이는 어렴풋하게 알고 있는 나와는 달리, 이제 공부도둑의 달인이 되어 마스터키 비슷한 것을 쥔 그이기에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단계가 되었고, 또 이런 책을 낼 수 있었다는 것이겠지. 책 전반에 묻어나는 자신의 삶에 대한 자부심은 그렇기에 오만이 아니다. 그 단계의 사람이어야만 낼 수 있는 그런 긍지다.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아름답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한 방향을 보고,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은 더 아름답다. 이 책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는 그렇게 살아온 한 사람의 삶이 담겨있다. 이제는 자신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그런 인자한 한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그런 그들의 아름다운 삶을 훔치고 또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 우리 후손들의 역할이 아닐까 한다. 특히 이런 아름다운 모습이라면.
새로운 공부도둑으로서.
그리고 새로운 온생명의 녹색사상가로서.
음... 잘 따라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