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 셰익스피어 & 컴퍼니
제레미 머서 지음, 조동섭 옮김 / 시공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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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조이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스콧 피츠제럴드, 에즈라 파운드, 앙드레 지드, 폴 발레리... 이름만 들어도 굵직굵직한 작가들을 그들이게 했던 비트 문학의 사랑방, 실비아 비치의 '세익스피어 & 컴퍼니'를 다룬 책이 '세익스피어 & 컴퍼니'(실비아 비치 작)라고 한다면, 이를 동경하며 이미 사라져버린 '세익스피어 & 컴퍼니'를 다시 만들어낸 조지 휘트먼의 서점(그리고 지금까지도 살아있는 바로 그 서점)을 다룬 것이 이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이다.



파리의 '세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와 샌프란시스코의 '시티 라이츠 북스'에서 책을 사다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100가지> - 로버트 해리스


인생을 통틀어 이루어야할 목적 중 하나를 글쎄 한 서점에서 책을 사는 것으로 잡다니. 조금은 바보같고, 조금은 소박하고 또 조금은 로맨틱하다. 그런 로맨틱함에 무게를 실어주는 것이 다름아닌 저 '세익스피어 & 컴퍼니'와 '시티 라이츠 북스'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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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시(에단 호크)는 셀리느(줄리 델피)를 이 곳에서 만났을까. 그것도 10년만에 만나는 그런 중요한 순간에. 그리고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왜 자칭 이 서점의 '최고의 고객'이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제임스 조이스는 이 서점 덕분에 <율리시즈>를 낼 수 있었을까. 그리고 모든 것을 떠나 도대체 왜 이 서점이 그렇게 유명하며, 파리 여행을 떠난 한국인들마저도 꼭 한 번씩 들러서 보게 되는 명소가 되었을까.

책,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은 이 서점에서 인생이 바뀌어버린 저자, 제레미 머서의 입을 통해 왜 이 더럽고 기괴하며, 마치 공산주의자와 무정부주의자들의 피난처같은 서점 하나가 그런 중요한 명소로서의 가치를 갖는지를 자연스럽게 밝혀준다.

책을 사랑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와서 무료로 자고, 수많은 책들을 맘껏 읽을 수 있는(아니 오히려, 하루 한 권의 책을 읽도록 '강독'(?)당하는) 기묘한 서점, 세익스피어 & 컴퍼니. 주인공 제레미 머서는 캐나다 한 신문의 사회부 기자로 일하던 어느날 협박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왔던 파리에서 서점, 세익스피어 & 컴퍼니'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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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말이야? 라고 물을 만큼이나 믿을 수 없었던 저자의 약력. 하지만 그는 서문을 통해 이 책이 '이 시대에서 볼 수 있는 최대한의 진실'이라고 말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넘쳐나는 책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들이 얼마나 부럽던지... 비록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하는, 잠도 자지 못 해 항상 퀭한 그런 삶 속에서 자유로움을 느낀다는 것. 어쩌면 어리석고 또 어쩌면 바보스러워보이지만 로맨틱한 그런 자유. 그런 자유를 한 번쯤은 맛보고 싶은 그런 일탈의 짜릿함과 항상 맡아도 좋은 매캐한 고서적의 먼지냄새가 가득한 이 책은 읽는 이에게 한 번쯤은, 적어도 한 번쯤은 맛보고 싶은 일탈과 자유의 절묘한 중간지점의 매력을 가득 뿜어내고, 그와 함께 파리의 여러 장소들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실제적인 삶의 모습들을 통해 생생한 파리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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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not Inhospitable to strangers, lest they be angels in disguise.. 책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이 구절은 이 서점의 정신을 잘 담은 듯 하다. 언젠가는 나도 이 곳에 직접 가서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출처 : 네오님 블로그 http://blog.naver.com/hisdrama)

그리고 그렇게 내가 갖고 있던 문학에의, 일탈에의 막연한 동경을 자극하고, 그런 자극을 통해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그런 동경들과 나 자신이 갖고 있는 자기규제력과의 혼돈 속에서 나만의 구체적인 욕구로 발전한다. 언젠가 한 번쯤은 이 책을 들고 파리에 들르고 싶어진다. 그리고 책 속의 장소들을 방문해서 커피를 마시고, 빵을 먹으며, 박물관을 구경한다. 그리고 책을 산다. 마치 로버트 해리스처럼.
내 인생의 버킷 리스트를 추가하는 또 한 권의 귀중한 책을 만난 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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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참 책들 예쁘게 만든다. 각 부를 시작하는 속표지는 예쁜 그림엽서처럼 구성되어 있다. 이 곳에 묵는 사람들을 위해 쓸 얼마간의 상팀을 벌기 위한 그림엽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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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소설처럼, 그리고 혹은 실화처럼 그려지는 저자의 서점에서의 삶을 통해 참 여러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괴팍한 무정부주의자이자 이 서점의 주인인 조지 휘트먼이 말하듯, 노틀담 성당이 바로 보이는 이 서점은 노틀담 성당의 별관같은 존재다. 본 건물인 노틀담 성당에 속하지 못 한 사람들을 받아주는. 그런 이유 때문일까. 이 곳에 머무는 사람들은 아이같은 열정을 갖는다. 어리석고 제멋대로인, 하지만 따뜻하고 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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