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게 한걸음 - 제1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서유미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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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대. 10대의 꿈과 20대의 열정에 세상과의 경험이 덧붙여져, 여러 가지 모양의 1차적 완성물이 나오는 때. 그것이 세상과의 타협이 한껏 묻은 반들반들함일 수도 있고, 혹은 수많은 세상의 벽과의 다툼 속에서 흠집 투성이일 수도 있고, 또는 끝없이 갈고 닦아 무언가를 뚫기 위해 뾰족하게 연마된 것일 수도 있고. 인생의 모든 시기가 다 그 시기만의 반짝임과 특별함을 갖고 있겠지만 왠지 30대란 그 시기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첫번째 완성의 시기가 아닐까 한다. 어렴풋하지만 그 이후에는 결코 쉽게 바꿀 수 없는 빛깔과 모양이 결정되는.
뭐, 나 자신이 겪고 있는 시기여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의 주인공 연수는 그런 삼십대 속에서 그간의 자신의 삶 속에서 수많은 공허를 발견하고, 이에 방황한다. '여백투성이'였던 그녀의 봄날. 그리고 그 봄날의 여백만큼 초라한, 뭐 하나 특출날 것 없는 그런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항을 시작한다. 그 첫반째는 별볼일없는 연애를 청산하는 것. 그리고 그 두 번째는 '삼십대의 싱글이 부릴 수 있는 최대이자 마지막 호기'인 사표 던지기였다. 그렇게 새로운 빛깔과 모양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 하지만 당연히 주위의 사람들은 '애인도, 직장도 없는', '그렇다고 예쁘지도 않고, 특출난 재능도 보이지 않는' 그녀의 겉보기 등급에 조바심과 우려를 끊임없이 내보이고, 연수는 그런 우려가 마치 대항해야 할, 그래서 변화해야 할 자신의 현 모습의 잔재인 양, 자기 자신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

이 작품으로 창비 장편 소설상을 받은 작가 서유미는, 그런 그녀의 변화하는 모습과 생각, 그리고 그 변화에 대한 주위 가족 친지들의 우려, 그리고 비슷한 나이대의 '다른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의 모습 속에서 삼십대가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모습들의 고민과 고통, 그리고 기쁨과 꿈 등을 참 세심하게도 그려낸다. 그 덕분에 어쩌면 밋밋하고 감동을 이끌어내는 큰 감정의 클라이맥스가 없는 그런 구성 속에서도 폭 빠져들게 만드는 아기자기한 흡입력과 사소한 것에 대한 소중함을 맛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30대가 가질만한, 공감을 어찌나 잘 이끌어내는지. 쉽게 결정하고 전력으로 달리고, 결과가 실패라면 눈 질끔 감고 퉤 하고 침 한 번 뱉고 다른 방향으로 달릴 수 있는 십대 이십대가 아닌, 뭔가 조그만 것 하나를 결정하는 데도 참 여럿 고민하고 재보고 망설이기 일쑤인 삼십대의 성향을 마치 글로 표현한 듯한 그녀의 정교한 세부 묘사와 심리의 갈팡질팡이 그저 소재가 아닌 전체적인 공감을 이끌어낸다. 비록 개인적으로 '남자'이기에 조금 덜하기는 했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그야말로 동감하며 즐겁게 읽었을 정도니, 여성이라면 훨씬 더 공감의 폭이 넓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짐작해본다.

삼십대. 그 어감만으로도 묵직한 무언가를 되새기게 하는 그 단어 속에서 나 자신은 어떤 꿈을 꾸는가. 그리고 나의 삼십대는 어떤 빛깔과 모양으로 완성되어가고 있는가. 무엇보다 나 자신은 나 자신을 위해 '쿨하게 한걸음'을 내딛고 있는가.
내딛고 있지 않다면 내딛어야겠지. 이 책의 주인공 이연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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