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추리작가 10인 단편선 밀리언셀러 클럽 79
엘레나 아르세네바 외 지음, 윤우섭 외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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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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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세계(?)의 책들은 흥미롭다. 사실 어쩌면 러시아라는 대문호의 나라를 제3세계로 치부하는 것은 무척이나 거만하고 당돌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광서방에게는 제3세계다. 국내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러시아의 '추리'를 접할 기회가 적었던 것은 분명한 것이고, 대부분의 경우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등을 위시한 서양이나 일본 정도가 우리나라 추리 문학계의 메이저(?)랄까. 뭐, 추리문학의 입지가 꽤 줄어든 지금의 상황에서 메이저가 어울리는 말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유년시절부터 추리소설을 무척이나 좋아했기에 새로운 만남, 그것도 흔치 않은 만남이기에 꽤 구미가 당겨서 읽기 시작했다. 너무 자주 써먹는 것 같지만 단편집을 읽는 것은 언제나 재미있다. 우선 부담이 없고, 작가의 특성이 잘 드러나며, 여러 편을 통해서 전체적인 방향성이나 문화적 코드를 발견하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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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0편의 작품, 러시아의 유명 추리작가 3명과 신세대 작가 7명의 러시아같은 작품들이 모여있다

이 책에 소개된 총 10편의 단편들은 꽤 독특한 색깔을 갖고 있었다. 한 편씩 한 편씩 야금야금 읽어가는 동안 러시아의 일상을 맛보면서 그들의 독특한 추리소설은 간만에 독특한 나라의 음식을 먹는 느낌이었달까. 일상의 미스터리가 트랜드라는 요즘답게 러시아의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들이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러시아의 느낌이 물씬 풍겼으며, 소재 역시 러시아의 설원, 구소련의 잔재 등 러시아이기에 줄 수 있을 듯한 그런 재미를 준다.

비록 대단히 기발한 트릭이나 놀라운 사건, 사람의 머리를 치는 듯한 반전이 없었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지만 글을 풀어나가는 실력, 사람을 흡인시키는 빠른 사건 전개, 유려한 느낌의 문체 등 전체적으로 스토리텔링이 꽤 마음에 들었다. 특히 신진 작가 7명의 글에서도 이런 부분들이 꽤 괜찮아서 개인적으로 좀 놀라기도 했고. 왜 러시아를 '잘 알려지지 않은 추리 문학의 보물섬'이라 부르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달까.

베스트셀러를 골라보게되는 독자층, 그리고 그에 따라 유명 작가, 안전한 장르, 안전한 작품들 위주로 소개되는 한국의 서점에 이런 흔치 않은 만남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다. 리스크도 분명 예상되었을 것이고,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힘들었을 것만 같은 '제 3세계'의 추리소설을 발매하는 용기가 고맙고, 그래서 더 소중하다. 이 책을 계기로 좀 더 많은 러시아의 추리작품이, 더 많은 별식들을 맛볼 기회가 늘어나기를.

사족이지만, 첫 작품인 니나의 크리스마스 기적에서 마샤의 몸값에 대한 오타, 1만 '달러'(33p)가 갑자기 1만 루블(39p)이 되어버린 어이없는 오타는 꽤 분위기를 깨더군요. 그 환율차만큼. 그리고 소개 작가 소개의 첫번째 줄 '인문학부 마치고'(을->를)의 오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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