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 더 호라이즌 환상문학전집 15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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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소설가의 《단편집》은 언제나 재미있다. 그의 다른 저작물을 가슴에 담고 있거나, 혹은 머리에 담고 있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신비롭게도, 짧은 단편일수록 그의 냄새를 더욱 깊게 느낄 수 있다. 그게 예상대로의 방향이든, 그렇지 않으면 의외의 방향이든.

이영도라는 이름. 그 이름에 대해서는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다만, 그저 Killing Time용으로 치부되었던 국내 작가들의 판타지 문학의 위상을 바로잡았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그에게는 그저 고맙다. 그리고 98년 드래곤 라자의 출판을 시작으로 벌써 40권이나 되는 왕성한 창작에도 고맙고.

《오버 더 호라이즌》은 그런 그의 냄새를 깊게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이었다. 책의 절반 을 채우고 있는 세 편의 《오버 더~》 시리즈는 티르 스트라이크라는 깡촌의 보안관보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나머지 부분은 《드래곤 라자》를 통해 너무나 유명해져버린 마법사 헨드레이크와 그의 제자 솔로처의 짧은 이야기들로 엮인 《어느 실험실의 풍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사실 ‘헨드레이크’라는 캐릭터의 명성(?) 때문에, 그리고 헨드레이크가 말년에 어떤 만행(?)을 저질렀는지가 궁금해서라도 《어느 실험실의 풍경》이 더 재밌어보일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앞부분인 《오버 더~》 시리즈가 훨씬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뒷부분의 헨드레이크 이야기가 재미없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대마법사의 포악함이 만천하에 드러나며(...) 신비한 분위기의 천재 공주 헐스루인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새롭게 만나볼 수도 있고, 이영도씨의 우스개를 맘껏 맛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오버 더~》 시리즈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매력적인, 그러나 기존의 국내외 판타지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소재의 발견이다. 오버 더 호라이즌/네뷸러/미스트의 세 편으로 이루어지는 이 시리즈의 각 소재는, 그 자체가 참신해서인지 광서방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장서가 워낙 보잘것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뒤져도 쉽게 찾을 수 없을 지경이다. 적어도 판타지 소설이라는 장르 문학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이런 소재들이 참 잘도 구현되어 있고, 또 재미가 있다.
또 하나 개인적으로 즐길 수 있었던 부분은, 역시 이영도씨의 장점으로 많이들 꼽는 자신만의 세계관에 있다. 물론 그의 소설에도 대부분의 저작에서 마법과 검이 난무하고, 엘프와 오크가 등장하긴 하지만, 자신만의 치밀한 설정 안에서 이영도 특유의 세계관을 만들어낸다. 그런 의미에서 《오버 더~》 시리즈의 세계관은 《드래곤 라자》와도 다르고, 최근의 《눈마새》, 《피마새》 등의 새 시리즈와도 다르다. 그런 새로운 세계관을 기존의 세계관과 비교하며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이 책, 《오버 더 호라이즌》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드래곤 라자》를 시작으로, 《퓨처 워커》, 《폴라리스 랩소디》, 《눈물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 새》...로 이어지는 그의 정력적인 저작들은 아직 완성되어 있지 않다. 매 편마다 그 나름대로의 변화에 대한 시도를 엿볼 수 있으며, 그런 변화의 시도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시도를 《오버 더 호라이즌》에서는 더욱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언제나 단편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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