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 -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린다 스펜스 지음, 황지현 옮김 / 고즈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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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그 누구라도 소설 한 권은 쓸 수 있다.' 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막상 '너의 자서전을 써봐'라고 한다면 글쎄. 위인도 아니고 내 주제에. 라고 할 사람들이 대부분이 아닐까 한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 였으니까. 하지만 이 책을 보고 바뀌었다. '내 인생의 자서전을 한 권 써 보고 싶다'라고.

한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은 일들. 되돌아보면 참 소중한 순간들도 많고 뼈아픈 순간들도 많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준다는 것. 어쩌면 그것만큼 소중한 유산도 없을 것만 같다. 예전 '위대한 유산'이라는 책과 의도라는 면에서 통한달까. 의미 자체는 훨씬 더 넓은 것이겠지만.
나 조차도 우리 아버님, 어머님, 혹은 할아버님, 할머님이 들려주셨던 당신들의 이야기를 지금 생각해도 참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물론 잔소리같이 들리는 것도 많았지만). 그런 것들을 책으로 남길 수 있다면. 우리 어머님의 자서전을 한 권 갖고 있다면 어떨까... 라고 생각해보니 나오는 답은 딱 한 가지였다.
'그것만큼 소중한 책이 또 있을까'라는.

그리고 하나 더,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바로 나 자신을 위해서라는 이유.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또 미래를 그려보며 가질 수 있는 행복감, 그리고 반성의 시간, 그리고 미래에 대한 설계라는 '자서전을 쓴다'라는 행위에 얽힌 일련의 작업들 역시 마찬가지 답이다.
'그것만큼 소중한 시간이 또 있을까'라는.
일기를 쓰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하루하루의 삶의 기록이 아닌 내 인생 전반에 대한 곱씹음과 반추, 그리고 미래에의 투영이 될 테니까.

이 책, '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은 실제 그렇게 자서전을 써나가고 있는 저자가 어떻게 하면 자신이 갖고 있는 그런 소중한 경험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써낸 책이다. 그리고 그 고민은 굉장히 유효적절하다.


35. 어린 시절의 영웅은 누구였는가?
29. 10대 시절 경험한 여름밤에 대한 느낌을 적어 보라. 별자리를 바라보며 나눈 대화나 품었던 희망이 있는가?
25. 그 때 가지 않은 길은 무엇이고 지금은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6. 아기가 태어난 첫 순간의 기억을 말해보라.
41. 나이가 들수록 더욱 강해지거나 여전히 지니고 있는 자신의 가치는 무엇인가?

자서전을 쓰고 싶게 하는 동기부여를 한 후, 각 시기에 관련된 질문을 넌지시 던진다. 그리고 그에 대한 유명인들의 답변들을 예시로 담아두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생각해보고 적어보기를 종용한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한 시기, 한 시기의 크고 작은 사건들이 모여서 한 권의 자서전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 각각의 질문들은 참 다양하면서도 세심하며 구체적이다. 그리고 눈을 감고 생각해보면 이 하나하나의 질문들이 결국 나 자신의 삶의 기억의 조각들을 떠올려준다. '어떻게 이런 것을 잊고 살았지?'라는 반문을 하게 하는 인생의 편린들이 말이다.
몇 묶음의 즐거움과, 몇 사발의 안타까움, 그리고 한 움큼의 부끄러움을 동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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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어. 과연 나는 얼마나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그 때의 나를 그려보고 다짐하는 것. 미래를 살아가는 또 하나의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평생의 분량으로 이루어진 이 책 속의 480여개의 질문들. 서른 남짓의 나 자신이 이 질문을 모두 대답할 길은 없었다. 하지만 과거의 질문들을 대답하는 동안 맛봤던 각별한 시간들은 나머지 질문들을 하나하나 읽어보게 했고 한동안 행복한 미래를 그려보는 그런 시간을 가졌다.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고, 할아버지가 되고, 그리고 황혼을 바라볼 때, 각 시기의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기필코 이런 답변을 할 수 있게 하고 싶다는 그런 시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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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에 한 권씩 자서전을 쓰겠다는 구본형씨의 추천사. 다른 것은 제외하더라도 '나를 위해 쓴다'는 그 구절만은 참으로 공감한다


모든 사람들은 시간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시간들. 돌이켜보면 모두 소중한 시간들. 그 시간들을 기록해둔다는 것만으로도 참 소중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나 그 시간을 허무하게 날려버리고 있는지. 그 시간의 기록을 남겨보자. 그리고 그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 나 자신의 자서전을 써보자. 그 시간 자체가 소중한 시간일테니. 아니면 적어도 이 책이라도 한 번 읽어보자. 하나하나의 질문을 받는 순간 떠오르는 그 기억들을 기분좋게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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