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 10대의 사랑과 성에 대한 일곱 편의 이야기 창비청소년문학 6
김리리 외 지음, 김경연 엮음 / 창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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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라일락 피면, 그리고 이번 호기심.  '청소년문학'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아무리 봐도 청소년이라 하기 힘든 나이의 광서방이 관심을 두고 읽고 있는 '창비 청소년 문학'.
그간 소년, 혹은 청소년들을 위해 발간되던 수많은 소설들이 '눈높이를 청소년에 맞추는 노력'과 '수준을 그들, 혹은 그 이하로 맞춰버리는 실수' 사이에 혼란을 일으키면서 아동 문학(사실 아동문학이 수준 낮은 문학은 아니지만) 중에서도 수준 이하의 책들이 돠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창비 청소년 문학은 현격한 차별성을 보여왔다.

이 책, 호기심은 그런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 중 하나로 '사랑과 성'이라는 사춘기의 민감한 소재를 제대로 청소년문학으로 녹여넣으려는 그런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분명 질풍노도와 사춘기로 대표되는 10대의 성과 사랑은 이미 지나버린, 그래서 퇴색되어버린 어른의 감성으로 건드리기 쉽지 않은 애매한 소재이기도 하다. '세대 차이'라는 말 정말 무시하기 힘든 일이며, 섣불리 요즘 정서를 따라해보다가 보면 오히려 공감을 불러오기에 실패하기 십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창비 청소년 문학의 '소설가와 동화 작가가 모여' 각자의 색깔대로 만들어내는 청소년 문학은 이번에도 상당히 의미있는 작업을 해냈다.
박정애 씨의 '첫날밤 이야기'처럼 아예 '외할머니 이야기'라며 전통적인, 하지만 여러 시대에도 통용할 수 있는 살풋한 사랑 이야기를 내놓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10대들의 감성에서 접근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이용포 씨의 '키스 미 달링' 등의 작품도 있고 상담 선생님인 자신의 경험과 청소년인 상담자의 엇비슷한 고민을 통해 구세대의 10대의 사랑과 현세대의 그것을 서로 감싸안으려는 경향을 보이는 작품까지, 한 책 안에 담겨있는 7개의 단편들을 통해 다양한 청소년 문고의 시도와 그 성과가 엿보인다.

미국의 저명한 문학비평가 '헤럴드 블룸'의 '상업적으로 아동문학이라고 포장되어 등장하는 것들은 대부분이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나이대의 독자들에게 부적절한 글들이다'라는 문제의 제기와 일맥상통하는 그런 노력이 한국의 청소년 문학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매우 고무적이며, 실제적으로 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미 성인이 되어버린 나도 만족할만한 그런 책, 그리고 실제 주독자가 되어야 할 청소년층이 읽어도 만족할 만한 그런 책들이 나와주고 있으니까(실제 추천해본 결과 꽤 좋은 반응을 보였다). 사실 '난해함을 풀어가며 지적 유희를 즐길' 그런 문학이 아니라면 누가 읽어도 즐길 수 있는 그런 책들이 좋은 책이 아닐까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그게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기에 더욱 그런 노력을 '청소년문학'에 하고 있는 창비 청소년 문학 시리즈에 관심이 가는 것이고.

하지만, '호기심'에 딱 하나 아쉬운 것은 전체적인 재미와 함량 이었다. 개인적으로 읽고 참 마음에 들었던 시리즈의 전작들, 그러니까, 구덩이, 라일락 피면 에 비해 이번 호기심은 좀 부족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못 읽을만큼 수준미달이라거나 함량미달의 글들이라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인 아쉬움일 뿐. 하지만, '창비'라는 브랜드가 갖는 무게, 그리고 창비 청소년 문학이라는 뛰어난 그릇, 전작들의 뛰어남에 비해서는 '조금' 부족하다는 아쉬움은 감출 수 없었다. 좋은 기획과 의도, 그리고 한국 청소년 문학 계에 훌륭한 시도인만큼 조금 더 한 편, 한 편의 품질을 높여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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