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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도 못 가는 플래너는 찢어라 - 단 하루도 거르지 않게 만들어주는 혁명적 플랜기술
와타나베 미키 지음, 정은지 옮김 / 리더&리더(리더앤리더)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2008년을 위한 희망찬 계획. 알찬 계획. 올해에는 정말 꼭 지켜야지 하며 계획을 세울 시기. 지금이 딱 그 시기다. 매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두 눈을 희망으로 빛내며 올 한 해를 설계할지를 생각하면 참 즐겁다. 그 희망의 기운들을 모두 모으면 좀 과장해서 지구를 가득 덮을 정도가 될 거다. 하지만, 그 계획을 되돌아보며 반성할 때의 절망을 생각하면 바로 우울해진다. 아니, 그 계획을 되돌아보며 반성까지 할 거라면 더 낫다. 그 희망의 기운들이 금새 퇴색되고 '너무 바빠서',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서' 등등의 변명 속에서 금새 계획의 시간이 아까운 상황이 되어버린다. 흔히 말하는 작심삼일. 뭐 요즘은 작심삼초라는 말도 생겼다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셀 수 없는 수의 플래너, 다이어리들이 팔려나가고, 또 관련 서적들이 팔려나간다. 그러고보면 '다이어리'라는 이름에서 언제부턴가 '플래너'라는 이름이 대세가 된 듯 하다. 그야말로 '플랜'을 세울 수 있는 그런 도구로서 더 힘이 실리고 있는 것.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상 대부분의 작심삼일은 '잘못된 플랜'이 가장 큰 문제인 경우가 많다(도구를 탓하진 말자. 최근의 플래너들 정말 다들 잘 되어있다. 적어도 기본은 한다). 지킬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플랜이 잘 못 되어 있다면 어떻게 지키겠는가.
그리고 놀라운 것이, 대부분의 관련서적, 훌륭한 수식어들과 훌륭한 이야기들로 가득한 그런 책들이 분명 읽고 있으면 '와, 내 소명은 무엇일까? 사명서는 어떻게 만들까? 훌륭한 계획을 세워봐야지!!'라는 동기 부여는 참 잘 되지만, 막상 계획을 세우려면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다이어리부터 시작해서 PDA를 한참 쓰다가 지금은 '프랭클린 플래너'를 3년째 사용하고 있는데, 왠지 정말 내 인생에 중요한 것은 '장기계획'이라는 느낌에 섣불리 장기계획 세워보려고 끙끙거리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플래너'가 중요시하는 가장 큰 차별점인 '장기계획' 부분을 신경쓰다가 그것 자체가 고민이 되어버리는 경향이 많다.
당신에게 새로운 계획은 아직 '무리'라고 말하는 플래너 관련책은 처음이다. 하지만 정말 와닿는 느낌이랄까
이 책, '이틀도 못 가는 플래너는 찢어라'를 처음 보았을 때 참 달라보였던 것이 바로 이거다. 장기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 하나. 체크하고 메모하는 습관. 그것부터 고민하고 습관화되게 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관련서적은 놀랍게도 참 드물다. 개인적으로도 꽤 여러 권의 플랜, 플래너 관련 서적들을 읽었는데 이런 내용이 담겨있던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었던 교훈을 담고 있는 책을 만났다는 그런 느낌이랄까? 가끔씩 주위 사람들과 우스갯소리처럼 하는 말이지만, 솔직히 프랭클린 플래너 류의 시스템 플래너들은 선물로 참 나쁘다. 높은 가격에 비해 제대로 쓸 의지, 그리고 체크와 메모의 습관이 없다면 싸구려 메모장으로 전락하고 말아버리기 때문이다. 그만큼이나 중요한 체크와 메모의 습관화. 너무 중요하고 당연한 이야기라서 다들 중요시하지 않은 것일까. 하지만 이 때문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포기하게 되는데 말이다.
이 '실천력 트레이닝 노트'는 '슬로우 슬로우' 전략 부분의 핵심이다. 어떻게 하면 부담이나 무리 없이 메모하고 체크하는 것을 습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
그리고 이런 '체크와 메모의 습관화'를 위해 별책 한 권을 할애할 만큼이나 이 단계를 중요시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슬로우 슬로우' 라며 느긋하게 하루 일과를 단 몇 개의 칸을 채우는 것만으로 돌아보고, 점차 그 내용과 칸수를 늘려가는 이 '실천력 트레이닝 노트'는 자연스럽게 플래닝을 습관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는 저자가 자신의 직원들에게 플래닝을 적용시키려다 실패한 경험에서 얻은 귀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습관화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무턱대고 플래닝을 하라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무리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만들어진 것인 만큼 플래닝 시작의 정곡을 찌르고 있는 느낌.
40~50일 가량, 총 3단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습관화 시스템은 꽤 훌륭하다. 오른쪽 페이지의 상단에 있는 것처럼 '대충 씁시다'라는 식으로 느긋하게 점점 습관화되는 것에 중점을 맞춘 그야말로 '실천력 트레이닝 시트'다
그리고 이런 단계를 자연스럽게 마친 후에 진정한 와타미 플랜이 시작된다. 플랜을 진행하면서 꿈을 찾아가는 것. 그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저자의 고민들, 그리고 경험에서 우러난 다양하고 요긴한 내용들이 가득 담겨있다. 슬로우 슬로우 단계를 넘어서 퀵 퀵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내용들이 프랭클린 플래너의 장기 계획 파트와 상당히 다르면서도 같다는 것. 역시 오랜동안 꿈을 찾고 이룩하려는 끝없는 노력의 결과는 비슷한 곳으로 가는 것일까? 그런 비슷하면서도 다른 내용들 덕분에 개인적으로 프랭클린 플래너를 쓰는 나에게도 꽤 도움이 되었다. 약간 체계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조금 아쉬운 점이긴 하지만, 실제 꿈을 찾고(고등학교 때부터 이미 굉장한 플래닝 기술, 그리고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잡고 있었던 저자에게 상당히 놀랐다), 그 꿈을 실제로 이룩해낸, 대단한 인물이 내놓는 노하우이기에 그 내용 하나하나는 상당히 값지고 인상깊었다.
솔직히 자기가 가진 꿈, 소명. 수많은 플래너와 관련서적이 부르짖는 궁극적인 그 개념들을 확실히 얻는 것은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다. 수많은 책들이 뛰어난 인물들의 예를 들며 너무 쉽게 말하지만 그것들을 자신에게 적용시키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그리고 그것을 찾아내고 이루어나가는 것은 전부 나 자신의 몫이며 굉장히 오랜 시간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와타미 플랜. 어쩌면 그 내용과 깊이 자체는 기존의 플랜 기술 관련서적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플래너를 처음 접하는 사용자들이나, 매년 작심삼일로 고민하는 사람들, 그리고 광서방처럼 장기계획에 대한 어떤 도움이 필요했던 사람들에게는 꽤 다르게 다가올 매력적인 플랜 기술이다. 옆에 두고 자주 들춰보며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는 참고서로 활용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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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너 느낌으로 된 통일된 책 디자인이 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