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우정편지 편지 쓰는 작가들의 모임 서간집 시리즈
김다은 편저 / 생각의나무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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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내 유년기, 학창시절에 썼던 편지들을 뒤돌아보면 새삼 놀랍다. 어쩌면 그렇게 많은 편지를 썼고, 어쩌면 그렇게 추억들이 많은지.
어버이날이랍시고 평소에는 하지도 않던(왠지 편지로 쓰면 유치하고 낯부끄러운 말도 쉽게 써지지 않던가) 사랑과 존경의 메시지를 담뿍 담았던 일, 레이서의 딸이자 쭉쭉빵빵 금발미녀였던 미국 캘리포니아의 여고생과 펜팔을 주고 받던 일, 누가 받게 될지도 모르면서, 그저 예쁜 아이, 그저 착한 아이가 받겠거니 하고 기도하면서 두근두근 집단(?) 편지를 적던 일, 멀리 전학가버린 친구에게 유일한 소통의 수단으로서 편지를 쓰던 일... 심지어는 예쁜 편지지를 판다고 하여 먼 문방구까지 걸어서 찾아갔다가 생각보다 더 마음에 드는 편지지를 골라 힘든지도 모르고 돌아오던 일이나, 밤에만 보인다는 펜을 사서 비밀 편지를 쓰던 일도 새록새록 기억난다.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얼굴에 웃음이 걸리는 이런 기억들을 어쩜 그렇게도 잊고 살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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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직접 쓴 편지에는 그만큼의 수고로움과 그만큼의 정성, 그리고 그만큼의 애틋함이 담겨있다. 평생 간직할만한 딱 그만큼.

일반인인 나에게도 그런 즐거운, 혹은 행복한, 가끔은 쓰라린 기억들이 많은데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삼는 작가들에게는 왜 그런 일들이 없을까. 그런 편지들 중 '우정'에 관련된 편지들을 모아서 펴낸 것이 이 책 '작가들의 우정편지'다. 편지문학이라는, 어쩌면 가장 아름다울지 모를, 그리고 가장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 풍부하게 느껴질 지 모를, 하지만 그리 대중화되지 않은 장르를 확립하기 위한 그런 의도에서 만들어진 기획서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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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문학이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의 산물이 바로 이 책이다. 그러고보면 전작인 '작가들의 연애편지'도 읽고 싶어진다. 가장 문학적 밀도가 높다는데...

작가들이라서일까. 어쩌면 그렇게 편지 하나하나가 가끔은 소설처럼, 가끔은 시처럼, 그리고 가끔은 기행문처럼 보일까. 일반문이라 할 수 있는 편지 속에 가득한 미구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래서 작가구나'라는 느낌에 새삼 놀랍다.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산고를 겪으며 꺼내놓는 작품들인지도 겉핧기로나마 알게 되기도 하고. 특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혹은 그의 작품을 읽었던 작가들의 편지들을 읽는 것은 얼마나 반가운지.
그런 마음에 하나하나 시간가는 줄 모르고 서른 두 명이나 되는 작가들의 편지를 읽었다. 여기에 자청하여 우체부가 되어준 소설가이자 교수인 김다은씨는 편지에 등장하는 작가들과 편지를 쓰게 된 상황에 대해 친절하면서도 자세하게 설명해주어 훨씬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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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다은씨는 적어도 이 책에서는 친절하지만 입이 싸기 그지 없는 그런 우체부다. 그의 우체통 코너가 있었기에 이 책은 훨씬 그 가치를 갖는다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이런 기획서적이었기에 가능했을 법한 26년전 중학생 시절에 받았던 편지에 이미 작가가 된 후에 쓰게 된 답장이나, 어린 시절에 쓴 편지를 통해 이미 그의 작가적인 성향을 느낄 수 있었던 그런 편지들이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고, 늦으막히 답장을 받았을 때나, 서랍을 뒤져 예전의 편지를 발견했을 때에도 여전히 기쁘고 반가운 편지의 특성을 잘 살린 그런 기획이라는 느낌이었다.

그들의 편지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편지 한 통을 쓰고 싶어졌다. 비록 이미 키보드에, 그리고 즉각적인 e-mail의 반응에 익숙해져버린 나이기에 편지지를 고르고, 펜을 고르고. 그리고 혹시나 틀려 보기 싫을까 머릿 속으로 한 번 써보고 또박또박 신경써서 써내려가고, 그리고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는, 수고로움은 감수하고 싶지 않아져버린 나이지만, 우체부가 알려준 소설가 함정임씨의 디지로그식 편지(e-mail이라는 디지털을 활용하지만 그 안에서도 아날로그의 문체, 호흡, 리듬이 꼿꼿하게 살아있는 그런 편지)라면 한 번쯤 보내고 싶다. 누구에게 보낼지부터가 이미 즐겁다. 새삼 이 책을 통해 재발견한 편지의 즐거움이란 이런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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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참여한 작가들은 아는 작가도 아닌 작가도 많다. 하지만 한 명 한 명의 편지는 모두 소중했고 아름다웠다. 다만 한강씨의 편지는 조금 아쉬웠달까. 최근 '채식주의자'를 통해 관심이 많이 생겼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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