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음의 심리학
파우스토 마나라 지음, 안기순 옮김 / Tb(티비)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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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지난 일이지만,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앞에서 물건을 판 적이 있다. 판 물건은 아이팟 미니.
당 시 국내에는 아직 미발매된 버전으로, 옥션에서 온라인으로 팔려다 '제 주인'을 만나서였기에 직거래를 선택했었다. 옥션에 올려놓았던 나의 물건을 보고, 꼭 갖고 싶다는 솔직한 욕심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제품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점들도 많았고(오히려 갖고 있던 나보다), 조리있는 표현 방식도 꽤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막상 만났던 상대는 고등학생. 그것도 굉장히 수줍음을 많이 타는 아이였다. 웃으면서 물건을 건내는 나에게 눈조차 마주치지 못 하는 것 뿐만 아니라, 물건을 받자마자 돈만 건내준채, 제품 확인은 커녕 같이 주기로 했던 악세사리도 받지않고 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당황스러워진 나는 그를 다시 불러세우고, 물건을 꺼내 작동이 되는지 확인을 시켜주고, 악세사리도 함께 확인시킨 후 모두 다시 잘 담아서 가방에 넣어서 건네주었다. "잘 쓰세요"라는 말과 함께.
황망히 돌아가는 그를 보며 새삼 참 많은 것을 느꼈다. 세상과 고립된 동시에 세상과 접촉할 수 있는 '인터넷'. 그 곳에서 그렇게 조리있게 말 잘하던 사람이 현실에서는 저럴 줄이야. 듣기는 했었지만 이렇게나 심각할 줄이야...
이 것이 말로만 듣던 IAD(Internet Addiction Disorder : 인터넷 중독 장애)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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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터넷'은 가장 중요한, 하지만 해로운 보형물 중 하나가 되었다

이 책, '수줍음의 심리학'은 이런 수줍음이 가져오는 것들을 일종의 '보형물'에 숨은, 즉 가면 뒤에 숨어있는 그런 모습으로 분석한다.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라야 자신의 수줍음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 그렇게 '진정한' 관계를 맺기는 힘든 그런 상황들.
이런 보형물은 비단 인터넷 뿐 아니라, 다이어트, 성형수술, 남자다움, 약물, 술, 심지어는 잘 나가는 직장이 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수줍음은 언제나 '나쁜 것'이고, 숨겨야만 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자신의 수줍음을 숨기기 위해서 그런 보형물들 속에서 숨어 살며, 그렇게 필사적으로 숨기고 없애고 싶어하기에 오히려 그런 것들이 더 큰 문제로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터넷 중독 장애 역시 그런 심각한 보형물의 부작용인 것이고.

그리고 그런 부작용을 없애고, 근본적인 의미에서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보형물 뒤에 숨지 말고, 오히려 그런 보형물을 잘 활용하며, 자신이 갖고 있는 수줍음과 함께 공존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좋은 만남'이라는 특효약을 자주 가지고. 어쩌면 당연하다 할 수도 있는 결론이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나 자신 역시 분명 그런 수줍음을 갖고 있으며 어떤 부분에서는 그런 당연한 결론을 지키지 못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누구에게나 수줍음은 있다. 그 형태가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나타나게 되는지 깨닫지 못하고, 나에게 일어나는 어떤 현상이 수줍음에서 생겨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할 뿐. 그것이 가족간의 문제이든 일에 관계된 문제든 혹은 성에 관계된 문제든 간에 말이다.
이 책 안에 담겨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보고 있으면 그런 것들이 어디서 야기되었는지, 어떤 부분에서 고쳐야 할 것이지를 어느 정도는 깨달을 수 있다. 인간의 삶이란 사실 사람이 50%가 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의 일독을 권한다. 당신이 '소심'한 사람이든 혹은 '대범'한 사람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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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프랑스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의 한 마디. '네가 연기력을 더욱 연마한다면 무대공포증을 느끼게 될 거야'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수줍음이 자기계발에 수반될 수도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책의 흥미로운 소재, 참 예쁘게 만들어진 책(솔직히 로맨스북같은 느낌이랄까)에 비해 글 자체가 꽤 어렵게 씌여 있다는 것. 특히 책의 서장 부분이 가장 읽기 어려웠다. 이 부분은 감안하고들 읽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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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뿐 아니라, 속표지나 차례 등도 예쁘다. 게다가 겉표지로 살짝 덮어놓아 답을 숨겨놓은 심리테스트도 재미있는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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