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들의 섬 밀리언셀러 클럽 3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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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여진 추리, 혹은 스릴러 소설들은 그냥 별 생각 없이 읽다보면 더 재미있는 경향이 있다. 탄탄한 구성, 잘 깔려진 복선들을 보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추리를 벌여가, 치밀한 자신만의 추리 끝에 결말을 알아맞추는 추리소설만의 즐거움도 물론 있지만, 반대로 별 생각없이 읽으면서, 그래서 한없이 소설 속에 감정을 휘둘려가면서 결국 충격적인 결말에 몸서리치는 재미도 아주 짜릿하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재미있긴 하지만서도. 물론 '잘 쓰여진' 경우에 말이다.

이 책, '살인자들의 섬'은 여러 의미에서 그런 '잘 쓰여진' 범죄 스릴러 소설이다.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만한(실제로 영화화되고 있다고 하고) 뛰어난 묘사력과 구성력을 갖고 있기도 하고, 독자에게 툭툭 던져주는 암호나 애너그램 혹은 스토리 등을 통한 복선도 여기저기 잘 살아있다.
그리고 하드보일드 소설이 가질법한 그런 파괴적인 남성적 미학이나 군중 속에 던져진 외돌토기 이방인(나는야 외로운 한 마리 늑대라네... 식의)의 매력도 잘 살아있으며, 정신병원이라는 소재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정상과 비정상, 현실과 망상의 혼돈 역시 탄탄한 구성력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정신병자, 그것도 극히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위험한' 환자들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한 외딴 섬의 정신병원(혹은 감옥). Shutter Island라는 그 섬에서 한 명의 환자가 실종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이 책의 주요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만큼이나 이 책 속에 담겨진 이야기는 진행되면서 그 전체적인 방향성과 구성의 의도가 급선회한다. 그리고 그렇기에 더욱 흥미로우며, 단번에 읽어버릴 만큼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외눈박이 나라에서는 두눈을 가진 사람이 정상인이 아니듯, 모든 사람이 나를 미쳤다고 말하면 그 순간 나는 미친 사람이 된다. 그런데 그런 나 자신이 정말 정상인지, 혹은 미쳤는지, 혹은 미쳐가는지조차 모호한 상황 속에 떨어진다면?
작가 데니스 루헤인은 그런 모호한 상황 속에 독자를 던져넣고 믿음과 불신, 정상과 비정상 속에서 유영하게 하며 그런 가운데서 얻을 수 있는 재미는 굉장히 독특했다.

최근 발매된 그의 단편집 '코로나도'를 읽기 위해 시작했던 '살인자들의 섬'.
사실 지금까지 그의 작품이라면 '미스틱 리버'를 영화로 본 정도였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딱 이거다. '전 작품을 읽어볼만한 작가 한 명을 발견했다'라는 것.

아, 사족이지만, 이 책에 관심있으신 분들이라면 다음의 웹툰도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웹툰] 데니스 루헤인의 『살인자들의 섬』 by 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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