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 인 더 시티
신윤동욱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책 표지를 보고 칙릿(Chick-lit)을 떠올렸다면 오산이다. 예쁜 표지와 그야말로 상반되는 이야기들로 가득한 책이 바로 이 '플라이 인 더 시티'다

소수자. 참 우울한 어감이다. 단지 수가 적다는 이유로 많은 부분에서 손해를 봐야 하는 존재. 분명 틀린 게 아니라 다를 뿐임에도, 그리고 바로 그 이유로 배척당하거나 힐난의 대상이 되는 그런 사람들. 분명 나조차도 '어떤' 분야에서는 소수자이고 분명 어떤 사람이든 소수자 취급을 받는 분야가 있을 터인데 우리들은 너무나 쉽게 그것을 잊는다. 그리고 다수자로서 소수자를 핍박하곤 한다.

그렇기에 소수자들은 대부분 조용하다. 목소리를 내보고 또 내보아도 결국은 조용해진다. 결국은 귀찮음이 앞서게 되니까. 다수자들에게 인정받으려고 매번 노력하는 것에 지쳐버리니까. 수많은 다수자들에게 자신을 설명하는 수고로움을 겪는 것보다는 그저 조용히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 편한 상황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이 책의 저자인 신윤동욱 마저도 이 책 내에서 그런 소수자의 괴로움을 피력한다. 자신의 이름부터 그렇다. 부모님 양쪽의 성을 모두 쓰는 것. 왜 그렇게 이름을 쓰는지에 대해 매번 설명하고, 석자 혹은 두자 이름에만 익숙한 사람들이기에 항상 이름이 '신윤동'으로 인식되기 일쑤인 상황들... 비단 다수자들에게서의 반응이 핍박이 아니라 흥미나 호의인 경우라도 똑같은 노력에 대해 지쳐버리게 되는 것은 매한가지다. 그리고 그렇게 조용하게 자신의 길을 걷게 되고.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신윤동욱은 조금 다르다. 분명 굉장히 여러 분야에서 소수자로서의 삶을, 취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것들을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들의 반발이나 거부 반응이 생겨날, 그래서 점점 귀찮아질 그런 것들에 대해서마저도 용감하게 자신의 의견, 자신의 취향을 피력한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그런 저자의 솔직한 글들로 가득한 그런 컬럼집이다.
특히 눈에 띄는 몇몇 소재들은 그 자체만 하더라도 벌써 다수자들이 일어설 판이다. 동성연애자(또는 동성애자), 북쪽 사람들, 대마초, 원 나잇 스탠드, 쇼핑 중독 등등. 그리고 그 소재에 대한 입장 표명 역시 마찬가지다. 거칠 것 없는 그의 글 속에서는 자신이 30대 중반의 '쇼핑 중독자'라는 것이나 실제로 이태원의 클럽에서 '원 나잇 스탠드'의 직전까지 갔던 일들, 각종 사건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한 혹독한 비판 등등을 거리낌없이 풀어놓는다. 만일 나라면 다시 한 번 망설이고, 결국은 꺼내놓지 않을 그런 '솔직한' 글들을 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의 글들은 더 읽을만 하다. 쉽게 읽을 수 없는 글이기도 하거니와, 그런 그의 솔직한 자기 생각의 토로이기에 더욱 그 생명력을 가지니까.
그리고 또 하나, 솔직히 이 책에 실린 모든 취향, 소재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공감하는 것도 아니며, 그의 생각에 대해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적어도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세상엔 언제나 소수자가 필요한 법이다. 시대는 변하기 마련이고 그럼에 따라 오히려 소수자가 다수자가 되는 상황도 벌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런 기회조차 사라진다면 그 사회는 그야말로 삭막하지 않겠는가. 그와 함께 좀 더 다양하고, 좀 더 풍부한 세계도 사라지겠지.
그런 의미에서 힘들지만 솔직하게 그리고 담백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저자같은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 뒤에 서서 조용히 응원을 보내는 소수자들이 힘을 얻는 것은, 자신과 같은 색깔의, 혹은 자신을 이해해주는 그런 소수자들로부터일테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예쁘게 찍고 편집된 사진들. 하지만 아마 당신이 이 사진을 보고 연상한 글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보게 될 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