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 치즈에 빠져 유럽을 누비다 - 파리 뒷골목 치즈 가게에서 스위스 산골 농장까지
이민희 지음 / 고즈윈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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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쯤하면 됐지?'
자신 안의 자신이 걸어온 말 한 마디에 서른 살 생일날 아침 사직서를 낸 그녀.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치즈 문화를 담은 책을 내겠다는) 5개월간의 치즈여행을 떠났다. 그렇게 나온 것이 바로 이 책.


치즈를 참 좋아한다.
치즈 그 자체로서 먹는 치즈도 좋고 음식 속에 녹아든 치즈도 좋고. 와인과 함께 먹는 치즈도 좋다. 그래서 정말 표지만 보고 고른 책. 그러고나서야 이 책이 씌여진 이유를 알고 다시 한 번 놀란 책.
한 번의 유럽 여행. 그 여행 동안 보고 들었던 그 수많았던 문화 유적들보다 치즈가 더 좋았던 그녀. 그래서 그녀는 누가 보아도 무모할 만한 그런 '치즈 취재 여행'을 떠났고, 이 책을 잡는 순간 나는 이 책에, 그리고 그녀의 여행에 빠져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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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전에 다니던 회사 생활에서 사진 실력을 쌓았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아니면 그녀의 치즈에 대한 애정 때문일까. 그녀의 사진은 참 따뜻하고 그 안의 치즈들은 빛을 낸다


불어조차 잘 못 하는 그녀, 운전 실력도 그다지, 치즈에 대한 지식도 그다지, 프랑스나 스위스에 대한 지식도 그다지(죄송합니다)인 그녀.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즈에 관한 책을 쓰겠다는 열정 하나로 프랑스로 날아간 그녀의 일기식 여행기인 이 책은 책 전반에 걸쳐 치즈에 대한 그녀의 사랑이 담뿍 담겨있다. 그 덕에 이래저래 몇몇 지역에서의 치즈 취재 실패도 '뭐야, 취재라며 이 치즈에 관한 이야기는 그저 실패인거야? '라는 불만보다 오히려 걱정과 우려가 느껴질 정도다. 그런 옆에서 보기에 애정이 가는 그런 또 하나의 동반자로서 책을 읽어나갔다. 아마 그것은 나의 치즈에 대한 열정도 한 몫을 했던 듯 싶고. 그리고 그녀의 세심한(그리고 어쩌면 처절한) 글솜씨와 좌충우돌하는 실수 속에서 가끔은 웃음을, 가끔은 아쉬움을 함께 느끼며 그녀의 여행을 즐겼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첫번째는 그녀가 파리에 묵을 때 돌아다녔던 수많은 시장, 그리고 그 시장 속에서 만났던 치즈 이야기들. 프랑스에서는 치즈가 문화라는 것을 몇몇 책들, 그리고 다른 정보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막상 각종 시장마다 즐비한 치즈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그런 치즈 문화를 좀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었고, 또한 '시장', 그리고 '치즈 구매' 부분에 대한 이야기였기에 시장의 분위기와 치즈의 맛에 더 집중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 그 시장의 위치 역시 표시해주어 '나중에 파리에 가면 꼭 가봐야지'라는 생각도 여러번 하게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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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소개의 마지막은 항상 그 치즈 가게가 있는 위치, 그리고 간단한 정보로 마무리하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이른바 '치즈 로드 무비'랄까. 프랑스와 스위스의 다양한 치즈 마을들을 직접 돌아다니며 겪은 수많은 경험들. 처음 가본 타국에서 친구를 사귀기도 하고, 융숭한 대접을 받기도 하며, 오히려 매몰차게 거절을 하기도 하고, 노숙에 지쳐 졸음 운전에 사고가 날 뻔 하는 등 수많은 실수와 또 행운 속에서 진행된 그녀의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엥?) 치즈 찾아 삼만리가 진행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파트가 더 마음에 들었다. 프랑스와 스위스의 여러 치즈 마을의 이야기들에는 치즈에 대한 그녀의 사랑, 그리고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잔뜩 녹아들어 있었으며 그 안에서 나 자신의 치즈에 대한 관심도 너 높아지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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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인심은 어디나 같은걸까. 생면부지의 동양인에게 대하는 훈훈한 인심에 내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을 여러 번 받을 수 있었다. 부럽다는 느낌도 함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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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에 대한 '두터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치즈에 대한 '지식'은 부족한 이 책의 단점을 어느 정도 매꿔주는 '팁' 코너. 치즈에 대한 좀 더 본격적인 지식들을 정리해서 전해준다

수많은 치즈 사진들을 즐기며 읽는 동안 '아 벌써 다 끝이야?'라면서 아쉬움 속에서 책장을 덮었다. 비록 조금은 '좀 더 계획적인 여행을 통해 좀 더 많은 내용을 전해주었으면'하는 아쉬움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그게 책에 대한 아쉬움으로 남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이 책을 바탕으로 좀 더 완성된 '두 번째' 여행을 내가 하고 싶다는 욕구가 끓어올랐기 때문일거다. 그리고 그런 욕구를 끓어오르게 할 만큼이나 이 책은 참 즐겁게 읽었던 것이 사실이고. 다만 더 아쉬웠던 것은 이 책의 마무리다. 자신이 정말 원했던 일 하나를 해낸 그녀. 그런만큼이나 이 일을 마쳤을 때 느낀 것도 많았고 나름대로의 치즈에 대한 어떤 '관'도 생겼을 것 같은데 그런 마무리는 너무 약한 느낌이랄까. 좀 더 자신을 정리해서 화룡점정을 찍어주지 않았던, 그냥 담담하게 감사인사로 책을 마무리한 그녀에게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다. 아직 여행이 끝나지 않은 걸지도. 만약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고르곤졸라 치즈를 위해 이탈리아에도 한 번 다녀와주면?(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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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부록으로 제공된 '치즈요리 미니북'은 꽤 아쉽다. 아무리 후반부에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애프터서비스'를 하겠다는 뉘앙스를 남겼다곤 하지만 5개의 요리에 나머지는 빈 페이지는 좀...(너무 부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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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피 2007-08-16 0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치즈 꽤 좋아하는데 이 책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광서방 2007-08-16 15:07   좋아요 0 | URL
아 예, 정말 보기만해도 치즈향이 나는 듯한 책입니다. 한 번 읽어보세요 ~_~

장난스런kiss 2007-08-16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군침이 벌써부터 돌아요.ㅠ 집에 두고온 치즈케익이 몹시 아쉬운 순간입니다. 잘 읽고 가요~^^

광서방 2007-08-20 11:33   좋아요 0 | URL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는 그 '집에 있으시다는' 치즈케잌이 굉장히 땡기네요(농담입니다).. 정말 이 책 보면 사진에 우선 반한다니까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