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2 - 두 번째 방문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0
이종호 외 8인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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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유지한다는 일. 결코 쉽지 않지만 그것에 대한 끝없는 열정과 사랑이 있다면 그것만큼 아름다운 일도 없을 것 같다. 특히 그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수가 생각보다 적고 '텃밭'이라면 더욱.
어쩌면 우리나라의 장르 문학들은 그런 '텃밭'이다. 사실상 그 전체의 시장도 그리 크지 않고, 그 시장마저도 이미 비옥한 밭에서 오랫동안 자라온 '유수의 외국 컨텐츠' 들에게 상당부분 잠식당해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
물론 그런 척박한 땅에도 언제나 씨를 뿌리고 끝없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은 있다. 그리고 이 책,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두 번째 방문'의 경우도 바로 그런 노력하는 사람들의 결실 중 하나다.

우리나라, 우리사람에 맞는 공포란 어떤 게 있을까? 책의 말미를 장식하는 문화평론가 김봉석씨의 서평에서도 같은 질문을 묻지만, 사실 나 자신에게 반문해보아도 그리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내가 즐겨온 문화 속에서도 '공포'를 묻는다면 대부분 다른 나라의 것들, 혹은 다른 나라에서 그 원류를 찾을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 아닌가. 당장 올해 개봉된 영화들도 한국 영화라 하더라도 대부분 일본, 혹은 서양의 공포를 차용하는 것들이 대부분이기도 하고.
이 책은 그런 질문에 대한 어렴풋한 답변을 내놓는다. 분명 우리네 정서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 우리네 정서에서 시작할 수 있는 그런 소재들을 어떤 것인지를 어느 정도는 답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인이 미국에 가서 겪는 인종 차별이나, 부층 아파트와 빈층 아파트 사이에서 발생하는 인간성의 문제, 우리나라의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교육 문제 등 소재라는 면에서 그렇고, 그런 소재들을 다듬고 말하는 구성상의 면에서도 그렇다.

어쩌면 이 책은 앞서 말한 '텃밭' 속에서의 소설이고 그렇기에 글의 질이나 재미라는 면에서 최고가 되지는 못한다. 솔직히 공포를 만들어내는 분위기의 구성, 그리고 왜 이렇게 되어가나...라는 면에서의 설득력과 개연성, 지속적인 긴장감이나 뭔가 섬뜩하고 뒷끝을 남기는 엔딩 등의 여러 요소가 하나 둘씩 눈에 띈다. 하지만 그런 아직은 '약간' 부족한 그런 완성도 속에서도 친숙한 공포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부분들 때문이 아니었나 한다. 우리네 사람들이 쓴, 우리에게 맞는 소재의 공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랄까. 그리고 그렇기에 이 책은 더욱 그 빛을 발한다. 벌써 두 번째인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시리즈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의 발전을 이룰 것인가(실제로 벌써부터 첫번째 방문보다 훨씬 더 소재면에서, 그리고 글의 완성도 면에서 많은 발전을 이룩하고 있으니까)라는 기대감, 나아가 한국 장르 문학의 발전이 점점 이루어지고 있다는 그런 즐거움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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