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책 한권을 끝까지 보지 못합니다. 일책은 특히 더 그렇고, 개인 책도 그렇습니다.

읽다보면 흥미가 떨어져 자연스럽게 다른 데로 관심사가 옮겨가거나, 혹은 재미있지만 시간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멈췄다가 읽고 있었다는 걸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 읽으려고 챙겨둔 책을 잊는 건 종종 일어납니다.

어쩌다보니, 올해는 사람들을 만나거나 다른 활동에 시간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차분하게 카페에서 이 책 저 책을 뒤적거리고, 이런 글귀 저런 글귀도 끄적거리는 한가한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HBM은 하이닉스가 만든 개념이 아닙니다. AMD가 게임에서 그래픽의 한계를 넘기 위해 고안한 설계였죠. 당시에는 시장이 작아 돈이 안되는 기술이었습니다. 라인 투자 대비 수익조차 불확실했어요. 하지만 하이닉스에게는 기회가 됐습니다. AMD와 협업 자체가 전략적인 모멘텀이었기 때문입니다.
리사 수 AMD CEO와는 여러 아젠다를 공유했습니다. 저는 급성장하는 중국에서 GPU 시장을 뚫어보자고 리사 수 CEO에게 제안했습니다. 정치• 정책적 솔루션을 만들어 새 시장을 노려보자는 전략이었어요. 결국 성사되지는 않았습니다. 반면 AMD가 가장 강력하게 밀었던 아젠다는 HBM 개발이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큰 수익을 내지는 못했지만 파트너사의 요구가 있었고 만약 시장이 생기면 먹힐 만한 기술이라는 판단은 있어서 개발을 이어갔습니다. AMD도 일정 수요를 유지해 줬습니다. HBM 개발이 죽지 않고 계속될 수 있었던 데는 이 협력 관계도 동인이었죠.

- <최태원 노트: 우리는 길목에 서 있었다>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젠슨 황 CEO는 병목을 풀기 위해 ‘쿠다 CUDA‘라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었지만 AI 가속기의 퍼포먼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엔비디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병목이 두 가지 있습니다. HBM 칩과 패키지입니다. 칩도 스스로 개발할 수 있고, 패키지도 할 수 있겠지만 이 복잡한 칩을 양산이 가능한 70% 이상의 수율로 만들어낼 수 없어요. HBM도 대역폭 성능과 수율을 동시에 맞춰야 합니다. 엔비디아 가속기의 두 병목을 없애는 건 아직까지는 하이닉스와 TSMC만이 해줄 수 있습니다.
셋 중 어느 한 쪽이라도 동시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AI는 지금의 퍼포먼스를 낼 수 없었습니다. 단언할 수 있는 이야기에요. AI는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 자리에 세 회사가 있었고, 솔루션을 만들었기에 AI 시장이 탄생했습니다. 박자가 서로 맞았고 모두 나름의 베네핏 benefit (이득)을 얻었습니다. 하이닉스가 해내지 못했다면 엔비디아도, TSMC도 지금의 위치에 있지 못했을 겁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죠.
엔비디아는 2~3년에 걸쳐 칩을 개발하다가 이제는 추격이 불가능하도록 매년 새로운 칩을 내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데 그 속도로 따라와 줄 수 있는 회사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하이닉스-엔비디아-TSMC의 삼각 구도는 당분간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AI 기술이 워낙 빠르게 확장되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십이 생겨나거나 협력의 폭을 넓힐 수도 있죠.

- <최태원 노트: 우리는 길목에 서 있었다>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GPU 기반 병렬 연산 포지션을 먼저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AI의 시간이 오면서 완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이죠. 젠슨 황 CEO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는 GPU 칩 하나가 아니라 AI 생태계 전체를 보고 있었스비다. AI 데이터센터부터 버티컬 AI까지 망라하는. 수년 째 만나고 협력하고 있는 젠슨 황 CEO는 미래를 보고, 읽고, 쓰는 사람입니다. 다음에 만나면 실행하고 있는 그림이 어떤 모습이지 예측할 수 없는 빅픽쳐 머신인 것 같습니다. 내가 본 적이 없는, 타이밍을 아는 탁월한 승부사이자 협상가라고 느꼈습니다.

- <최태원 노트: 우리는 길목에 서 있었다>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appen to be.‘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은 기업의 성공 스토리에서 의외로 가장 크게 작용하는 요인입니다. 성공은 결정과 전략이 완전하게 들어맞아 완성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블랙스완(예측 불가능한 위험) 혹은 화이트스완(알고도 대비하지 못한 위험) 같은 엄청난 사건이 터졌을 때 그 자리에 있었다는, 약간의 운도 필요한 것이죠. 모든 것을 알고 준비했다는 것은 기업사에 거의 없는 스토리입니다. 어떤 기업도 자신이 속한 환경과 영역을 벗어난 미래를 그리기는 어렵습니다. 이 모든 걸 다 내가 했다고 하는 것도 솔직히 틀린 말입니다.

- <최태원 노트: 우리는 길목에 서 있었다>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