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머리 떠는 노인의 얼굴을 너는 돌아본다. 손녀따님인가요, 묻지 않고 참을성 있게 그의 말을 기다린다. ‘용서하지 않을 거다.’ 이승에서 가장 끔찍한 것을 본 사람처럼 꿈쩍거리는 노인의 두 눈을 너는 마주 본다. ‘아무것도 용서하지 않을 거다. 나 자신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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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은 자기 몸 곁에 얼마나 오래 머물러 있을까.
그게 무슨 날개같아 파닥이기도 할까. 촛불의 가장자리를 흔들리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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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자정까지 사랑채에선 남매가 주고받는 말소리가 들렸다. 나직하던 음성이 조금 높아지는가 싶으면 누군가 다정하 달래고, 누군가가 다시 목소리를 높이면 다른 누군가가 나직이 달래는 사이, 부엌머리 방에서 까무룩이 잠들 때까지 너는 두 사람의 다투는 소리와 달래는 소리, 낮은 웃음 소리를 점점 구별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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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내용과는 거리가 있지만 너무나도 적확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김밥을 먹고나서 공처럼 뭉칠수도 있지만 작게 접을수도 있습니다.

“빈 알루미늄 포일을 접고 또 접어서 새끼손가락만 하게 만들어”

소설의 문장들이 이렇게 간결하고 정확한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녀는 빈 알루미늄 포일을 접고 또 접어서 새끼손가락만 하게 만들어 움켜쥐고는 빗발을 바라본다. 그 옆얼굴이 말할 수 없이 침착하고 단단해 보여서, 갑자기 너는 뭐든 묻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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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으면 빠져나가는 어린 새는, 살았을 땐 몸 어디에 있을까. 찌푸린 저 미간에, 후광처럼 정수리 뒤에, 아니면 심장 어디께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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