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버카스텔에서 만든 카스텔 9000 3B를 좋아합니다.
일반 연필에 비하면 몇 자루를 살 수 있는 비싼 가격이지만 한 자루를 다 쓸 때까지의 적절한 진하기, 단단함, 빨리 써도 절대 밀리지 않는 필기감을 경험하는 시간, 괴테, 고흐, 귄터그라스, 헤밍웨이 등이 썼다고 하는 문화적 허영심, 예쁜 초록색 등으로 이제는 주변 어디에나 있는 연필입니다.
그동안에도 한 타스씩 샀는데, 어제 정리를 하다가 연필 상자에 적힌 문자를 보면서 설레는 마음이 됐습니다.
독일의 Stein/Nurnberg에서 생산했다는 인쇄가 붙여있었어요. 뉘른베르그에 갔었고, 티게슈벤트너에서 나오는 뉘른베르그 차도 사왔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 뉘른베르그에서 만든 연필이라니...
아마도 다른 나라 물건을 쓰는 건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어떤 나라의 오랜 시간 속에서 아직도 잘 사용되고 있는 물건들을 좋아합니다. 중국이나 태국, 베트남, 인도의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보다는 그 나라 사람들이 오랜 세월 동안 써온 그런 물건이 더 좋습니다.
오늘은 뉘른베르그에 여행을 간 듯하게 하루를 지내봐야겠습니다. 반복되는 하루가 아니라 지금 뿐인 하루. 아쉬울 수 있는 하루로 잔잔하게 지내봐야겠어요.
갑자기 출근길이 여행길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