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도 그런 상차림은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가능성의 세계를 상징했다. 다른 사람을 먹이면서 엄마는 당신의 출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것은 살아남았다는 증거였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기도 했다. 엄마의 음식이 나를 향한 사랑이라는 걸 가장 절절하게 느꼈던 순간은, 집을 떠나 대학에 가고 얼마 안 되어 몇 번 집에 왔을 때다.
블랙베리 채집 외에 엄마가 가장 즐기는 취미가 있었다면, 그건 블랙베리파이 굽기였을 듯했다. 어쩌면 취미보다 강박이라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땀 흘려 노동해 자기 것이라 부를 만한 무언가를 만들어내서, 남들에게 빼앗기지 않고 자기 의지로 나눠주기를 선택할 수 있는 무언가가 엄마에게 필요하지 않았을까.
잘 읽고 있습니다. <H마트에서 울다>보다더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파친코>에 가깝습니다. 담담한 글, 자신에 대해 절제된 글이오히려 어머님과 작가의 시간과 감정들에 대해생각해보게 합니다. 우리 모두가 자신의 몫을 살아내야 한다는생각을 다시금 하게 됩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나를 먹여준 모든 어머니께, 그리고 목소리를 내도 들어주는 사람 없었던모든 이에게 이 책을 바친다.
(아빠) 진짜를 간파하는 안목을 키우기 위해, 아름다운 것을 열심히 봐야 하는 게야. (아들) 어째서 ‘아름다운 것’을 보면 진짜를 구분할 수 있게 된다는 거야?(아빠) 아름다움은 마음에 남거든. 그걸 기준으로 단련하는 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