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여기에 글을 쓰는 게 가장 자연스러울 것 같습니다.

2026년 추석 연휴의 첫 날, 극장에서 <가능한 사랑 Possible Love>를 봤습니다.

며칠 전 예매할 때도, 어제 다시 상영 일정을 확인할 때도, 상영하는 극장에서는 각 상영회차마다 매진이 되거나 상당히 많이 예매가 된 상태였습니다.

오늘 극장에 다녀오니, 20대, 30대 관객들이 많았습니다. 궁금했습니다. 왜 이 영화를 보러왔을까요? 곧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을텐데, 그리고 요즘 시대에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거나, 이창동 감독이 주연했다거나, 전도연 배우, 설경구 배우, 조인성 배우, 조여정 배우가 나온다고 극장 스크린에서 보고 싶은 건지, 이런 저런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상영 후, 극장을 나서고, 극장이 있는 건물에서 조금 더 머물렀는데, 영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뭔가 자극을 받은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아래는 개인적인 영화에 대한 글입니다. 개인적인 메모이니, 영화의 줄거리를 보길 원하지 않는 분들은 참고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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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50대의 전도연, 설경구 두 배우를 극장 스크린에서 만났습니다. 극중에서는 40대 중반입니다. 전도연 배우가 화장을 안 한듯, 자연스러운 외모가 극중에서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옥쇄 파업”이라는 단어가 생소했습니다. 미즈키 시게루의 만화에서 “옥쇄”라는 단어를 처음 봤을 것 같습니다. (<전원 옥쇄하라>). 죽을 결의로 임할 때 쓰는 단어가 “옥쇄”인 것 같은데, 일본어라 조금 어색했습니다. 그러니까, 타결이 될 때까지 파업을 하겠다는 것이겠지요.

극중에서는 아들 최철이 관찰자로 나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살아 있습니다. 태권도복을 입고 운동회에 가는 것이 불편하고, 아끼는 과자 콘칩을 아버지가 술안주로 먹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생일날 집에 늦게 오는 아버지를 걱정하는 엄마를 아무렇지도않게 위로합니다. 말수는 많지 않지만, 꼭 필요한 말이나 의사표현은 합니다. 이름이 ‘철’인 이유는 아버지가 용접공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른들을 관찰하는 시선이, 꼭 관객들의 시선 같습니다.

이 영화를 끝까지 봤지만, 극중 이예지 감독(조여정 분)이 왜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어하는지에 대해서 잘 공감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두 부부가 만나서 처음 식사하는 자리에서 친구하자며 말을 놓고, 가볍게 욕을 섞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낯설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중반이 넘어가면서 최호석(설경구 분)이 겪었던 일들이 구체적으로 다가오고, 심리센터에서 집단 상담하는 시간에 각자가 겪었던 파업 이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오고, 뉴스에 나왔던 진압 장면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절반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예지 감독이나 상우(조인성 분) 같은 사람들이 노동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 부인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실제 다큐멘터리 주인공들과 친목을 쌓아갈 뿐 아니라 자신들의 공간에 초대한다는 설정은 다소 허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은 이예지 감독이 성공 지향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까요? 극중 예지에 대해서는 별다르게 소개가 되지는 않습니다. 압구정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가정에서 자랐고, 미국으로 유학가서 영화를 공부했고, 돈을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고, ‘만인의 연인’이었던 상우를 미국에서 만나서 결혼하고, 지금은 각종 지원금을 받아서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습니다. 그러나, 타고 다니는 자동차나 가방, 옷 등은 아마도 직접 번 돈으로 산 것들은 아닐 겁니다. 이런 부분도 다소 모순적입니다. 생활은 모두 남편의 돈으로 하지만, 다큐멘터리 만큼은 지원을 받아서 진행한다는 것. 그러나 다큐를 찍는 과정에서는 남편인 상우의 도움을 자주, 많이 받습니다.

상우는 태권도를 계속했던 것과 예지와 결혼한 것은 집안에서 반대했기에 더 밀고나갔다고 합니다. 두 부부가 별장에 도착하고서 가까운 바다에 갔을 때, 어린 시절 바다에서 발가벗고 헤엄을 쳤던 이야기를 합니다. 부인인 예지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했고, 미옥은 ‘자유’라고 말합니다. 장례식장 주차장에서 처음 마주친 두 사람, 미옥과 상우는 인터뷰를 거듭하면서 마주칠 기회가 많아지고 상우는 미옥에게 딱 한 마디씩 선을 확인할 마음이 드는 말이나 행동을 합니다. 차근차근, 차곡차곡.

그와 동시에, 점점 알게되는 미옥과 호석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는, 특별할 건 없지만 자연스럽게 선택하고 지켜온 단단한 관계라는 게 드러납니다. 그러니까, 미옥과 호석은 아마도 관계가 깨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옥이 상우에게 어떤 특별한 감정을 감지했지만, 결국, 미옥의 선택은 호석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차곡차곡 쌓아오던 단서들이 마지막 한 십 여분 사이에 폭발하듯 터지게 되면서, 각자 자신들의 자리에 돌아온 것 같지만, 이미 떠나기 전과는, 두 부부가 함께 시간을 보냈던 것과는 같지 않게 됩니다.

아마도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원하는 것을 해내고 마는 예지는, 상우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꽤나 노력을 했을 것 같습니다. 상우에게 있는 이상을 추구하는 모습들, 부족한 사람들에게 끌리는 모습 등을 이미 잘 알고 있었겠지요. 그리고 그런 모습들은 어쩜 상우가 ‘서포트’라는 걸 통해서, 미옥과 자주 마주치게 되기를 의도했던 것도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경찰이었던 할아버지의 호루라기, 호에,를 자주 불었다는 상우는, 어쩜 집안의 재산이 어딘가 좋은 곳에 쓰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마지막에 애써왔던 계약, Deal이 무엇일지 짐작하게 됩니다.

상우가 미옥에게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을지, 혹은 두 부부의 우정이 정말로 ‘가능한 사랑’일지, 모르겠습니다. 좁게는 상우의 마음 속에 툭툭 떠오르는 미옥과 가능할 사랑인지, 두 부부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사랑이 가능할지, 두 가지 모두 불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네 명 중에서는 예지가 가장 무서운 사람일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실속을 가장 잘 차리는 사람. 그래서, 예지가 노동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찍는 행위는, 상우와의 관계에서 필요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와 동시에, 이창동 감독의 영화에서 여성들의 모습은 아직도 과거를 향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남자들은 욕하면서 친해지는 지 모르겠지만, 여자들은 욕하면서 친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요.

** 뒷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지점에서 영화가 멈췄습니다만, 뒷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현실에서는 지난하고 지루한 시간들이 흘러가겠지요?

*** 가수 심수봉이 불렀던 ‘사랑 밖에 난 몰라’를 상우가 클라리넷(아마도?)을 불고 미옥이 노래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상우의 눈빛은 나오지 않고 미옥의 눈빛만 나오는데, 아들 철이가 보는 장면입니다.

**** 결국, 예지는 다큐멘터리 감독의 입장에서 특종을 노리고 호석의 가족을 초대한 것이라는 걸 알게됩니다. 모든 것은 그렇게 어느 순간에 감출수도 없이 명확해지는 것 같습니다. 대단한 수완가의 모습입니다.

***** 표면적으로는 이 시대의 노동, 호석과 미옥이 주인공인 듯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예지이지 않나, 이 영화를 끌어가는 건 예지의 욕망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오랜만에 긴장되는 영화를 봤습니다. 허구라는 걸 알면서도, 감독이 적나라하게 펼쳐놓는 인간 본성이 평온하지 않고 자극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소설과 같이 탄탄한 플롯과 복선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 확실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와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고 감독의 영화야 말로, 수작을 부리지 않고 대상에 애정을 가진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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