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비참한 상황은 아무렇게나 이어지는 사색을 기록하느라 조금씩 모아놓은 이 단어들로부터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다. 물을 다 마셨는데도 잔의 밑바닥에 녹지 않고 남아 있는 찌꺼기처럼 나는 모든 표현의 밑바닥에서 무가치한 존재로 살아간다. 장부에 숫자를 기입할 때처럼 세심하되 무심하게 나의 문학을 기록한다. 별들이 반짝이는 광대한 하늘과 무수히 많은 영혼들의 수수께끼, 알 수 없는 심연의 밤과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혼돈, 이 모든 것 앞에서, 영혼의 단사을 종잇장에 적는 일과 장부에 숫자를 기입하는 일은 도라도레스 거리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에서 마찬가지이고 어마어마하게 광대한 우주 안에서 너무나 사소한 일이다.

(13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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