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할 사람을 찾아 헤매다 지쳐 결국 책에 의존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독서 편력이 지금은 중독이 되어버렸습니다. 하루라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몸도 마음도 힘들어서 또다시 술을 찾는 사람처럼,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종일토록 마음이 불편하고 허전해서 잠자리에 들기 직전이라도 꼭 책을 읽게 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책으로 서가를 가득 채우고, 더 이상 책 꽂을 자리가 없어 바닥에 높다랗게 쌓아두어도 결핍감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책은 인생의 가장 좋은 길잡이인 것은 분명하지만 사람이 채워야 할 모든 부분을 채워주지는 못합니다. 책은 사람이 아니니까요. 그렇게 대화에 대한 심한 갈증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어쩌다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밥 사고, 술을 사가면서 그 사람을 붙들고 걸신들린 듯 꽁꽁 묻어둔 이야기를 했습니다. 참으로 중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