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겹도록 바뀌지 않는 것도 있지만 끝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과거의 추억은 바래지거나 다르게 해석될 수 있겠지요.

헤세의 책에 나오는 ‘좋은 꿈’이라는 건, 좋았다는 느낌만 남아있고 자세한 내용은 생각나지 않는 거라고 했던가요. 가끔 마시는 와인도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천천히만 마신다면 서서히 기분좋게 취하고 얘기가 아주 잘 됩니다. 즐겁게. 그리고 다음 날 잘 생각이 나질 않아요. 하하호호 했던 기억만 있고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아요.

생은, 산다는 건 끊임없이 결정을 내리는 것 같습니다. 응당 그래야 한다는 결정도 있고,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결정도 있지만, 그래도, 그럴 때 조차도 결정은 자신이 내린다는 걸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주변에 시달린다고 생각했었는데, 주변을 관찰하고, should의 영역을 덜어내고 나니, 주변이 보이게 됐어요. 어떻게 상황이 흘러가는 지 보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조정하게 됩니다. 어쩜 이 모든게 생존시스템 안에 녹아있었을 텐데, 그걸 이성적으로 간과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고전이 다르게 읽히는 경험처럼, 일상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거품이 빠지고 나니 맑은 물 속이 보입니다. 물론 일상은 비온 뒤의 뒤집어진 강이나 바다일 때도 있겠지만요.

이제 조금 오늘을 대하는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요? 지금 직장의 정체성, 그로 인해 생기는 작업 방식, 문화, 관계 등 파생되는 것에 대해 이해가 됩니다. 한참을 돌아온 기분입니다. should를 내려놓으려고 하니 숨 쉬기가 좋아졌습니다.

살아있는 오늘은, 오늘의 몫이 있겠지요.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면서 쌓아올린 것들은 어디에 가지 않을 겁니다. 책, 만화, 음악, 그림, 와인, 여행. 소리없이 어딘가에서 잊혀지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디로 가진 않을 겁니다. 조금만 더 연결을 해야겠지요. 나를 통해 나올 이야기를 써봐야겠습니다.

장나라 배우도 긴 시간 동안 쌓아올린 게 있겠지요. 어쩜 너무나 연기의 선이 명확한 지도 모르겠습니다. 본인이 이 장면에서는 여기까지 연기하겠다는 게 명확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 드라마 <굿파트너>를 통해 배우 장나라를 새로 알게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축적되는 것은, 낙숫물이 돌을 뚫기도 하고 고운 모래가 쌓여 지형을 바꾸는 것처럼 비가역적이겠지요. 오늘 나는 어떤 비가역적인 것을 만들어 가고 있을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오늘도 관찰하는 하루를 보내려고 합니다.
잠시, 5초,의 침묵을 제대로 적용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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