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은 현재 재난을 겪고 있다. 재난이란 무엇인가? 마스크를 쓰거나 며칠 동안 밖에 나가지 못하거나 단지에 들어갈 때 통행증이 필요한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재난이란, 병원에서 예전에는 몇 개월에 한 권 쓰던 사망자 명부를 지금은 며칠에 한 권씩 쓰는 것이다. 재난이란, 예전에는 화장터에서 관에 담긴 한 구의 시신을 한 대의 운구차로 옮겼다면, 지금은 비닐로 싼 시체 몇 구를 포개어 쌓아서 화물트럭에 실어가는 것이다. 재난이란, 당신의 집에서 한 명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며칠 혹은 보름 안에 전부 사망하는 것이다. 재난이란, 당신이 아픈 몸을 끌고서 춥고 비가 내리는 날 사방을 뛰어다니며 자신을 받아줄 병상 하나를 찾아다녀도 끝내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재난이란, 새벽부터 병원에서 줄을 서고 번호표를 받아도 다음날 새벽에야 진료 순서가 되거나 혹은 순서가 여전히 오지 않아 길바닭에서 갑자기 쓰러지는 것이다. 재난이란, 당신이 집에서 병원의 입원 통지를 계속 기다리다가 통지가 왔을 때는 이미 숨을 거둔 것이다. 재난이란, 병원으로 이송된 중증 환자가 사망하면 병원에 들어간 그 순간이 가족들과 작별한 순간이 되어 서로 영원히 다시는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당신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가족들이 장의사와 함께 망자를 보낸다고 생각한 건가? 유품을 챙길 수나 있을까? 무엇보다 망자에게 존엄성이 있을까? 없다. 죽었으면 그냥 죽은 거다. 싣고 가면 바로 불태워버린다. 사태 초기에는 일손도 병상도 없고, 의료진들에겐 방호설비도 없어서 집단 감염이 이루어졌다. 화장장에는 인력도 운구차도 화장터도 부족한데, 시체에는 바이러스가 있으니 반드시 최대한 빨리 태워버려야 했다. 당신들이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사람들이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재난이 온 것이다. 사람들은 이미 최선을 다했고 과부하가 걸릴 정도다.


- <2월 8일 X 봉쇄 25일 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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