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늘 오가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지하철 보다는 덜 하지만 자주 타지 않던 버스를 타는 건 무척 신경이 쓰입니다. 정류장 이름이나 타고 내리는 곳의 위치 등을 바짝 신경써야 합니다. 종종 지하철을 탈 때는 타야하는 반대 방향에 올라타고는 합니다. 그저 지하철은 이정표가 되는 건물 등을 찾을 수 없어 동서남북의 구분이 어렵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리고 지하철의 표지판에는 종착지 뿐 아니라 다음 정거장이 표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알고보면 서울 지하철은 제멋대로인 구간이 꽤 있습니다. 특히 3호선의 양재 -> 남부터미널 -> 교대 -> 고속터미널 -> 잠원 -> 신사 -> 압구정 -> 옥수 구간을 이용할 때 매우 어렵습니다. 땅 위의 동서남북 대비 지하의 순서는 좌우가 살짝 비틀려 있습니다.

최근에 또 다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지하철 공사를 맡은 건설사(?) 혹은 주체에 따라 영국식/일본식과 미국식으로 나뉘어져서 우측통행, 좌측통행이 섞여있다는 겁니다. 자세히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이미 그런 구조를 파악하려고 하지 않은 지 오래 전이라 그냥 지하철을 탈 때 방향을 혼동하는 건 매우 타당한 일이구나하고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오늘 하고 싶었던 얘기는 ’왜 지자체에서는 책 읽는 공간에 대한 얘기만 몇 년 째 하고 있는지‘ 입니다.

광화문에 가는 버스, 한강 공원에 가는 버스에는 광화문, 시청 광장, 한강 공원에서 책을 읽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행사가 있다는 안내문이 정말 오래도록 다양한 계절별로 붙어있습니다. 오늘 탄 버스는 다른 지역의 한강 공원을 지나는 버스여서 알게 됐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게 취미라고 하기 어렵다는 시대를 통과해서 일까요? 늘 읽는다는 건 눈뜨고 씻고 밥먹고 일하러 가는 것과 같은 일상의 일이기에 취미가 아니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왜 어떤 책에 대해 얘기를 한다거나 사람들이 알아서 자유롭게 자신 만의 지도를 만들 수 있도록 책 자체를 빌리거나 읽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얘기하지 않고, 상시적으로 이용하기 어렵고 누군가는 접었다 폈다 늘어놓아야 하는 야외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걸 강조하는 지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그런 행사들의 목적 혹은 기획의도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무릇 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그런 식의 행사가 지속되는 것이 상당히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을 할 것 같아요. 들이는 비용 대비, 비 안오고 덜 덥고 덜 추운 날에만 할 수 있고 그 마저도 누군가가 주말 혹은 공휴일에 차리고 정리하고를 반복한다는 것 자체가 효용이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책 지도에서 새로운 책을 만날 기회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습니다. 차라리 독서쿠폰을 발급해서 책을 사거나 빌리는 걸 지원한다거나 커피나 차 혹은 알콜 쿠폰을 발급해서 각자 집 근처에서 책을 읽도록 하거나 동네마다 있는 북카페 이용권을 발급하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봤습니다.

이벤트를 통해 나와서 책을 보라는 것 자체가 그만큼 책이 멀긴 한 것 같습니다.

이왕 행사를 할 거라면 좀 더 본질에 가까운 행사를 하면 좋겠다는 바램이 너무 비현실적인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