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라스꼬비야 표도로브나는 자신의 참을성을 대단한 미덕이라고 여겼다. 남편의 끔찍한 성격 때문에 자신이 불행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자 그녀는 스스로가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자기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면 들수록 남편이 미워졌다. 그녀는 남편이 어서 죽었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지만, 그가 죽으면 그의 봉급도 함께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그녀는 남편에게 더욱더 화가 치밀었다. 남편의 죽음조차 자신을 구원해 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자기 자신이 끔찍할 정도로 불행하다고 느꼈다. 그녀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이를 숨겼고, 그녀가 이처럼 자신의 분노를 숨기는 모습은 그의 분노를 더욱 부채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