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 죽음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불러일으킨 것은 그로 인해 가능해진 자리 이동이나 직위 변경에 대한 생각만은 아니었다. 그들은 가까운 지인의 사망 소식을 접하면 으레 그렇듯이 죽은 것은 자기가 아닌 그 사람이라는 데에서 모종의 기쁨을 느꼈다.
<어쩌겠어, 죽은 걸. 어쨌든 나는 아니잖아.> 모두들 이렇게 생각하거나 느꼈다. 이반 일리치와 아주 가까웠던 이른바 친구들이란 사람들은 그러면서도 이제 예절이라는 이름의 대단히 지겨운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추도식애 참석하고 미망인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부지불식간에 상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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