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과는 반대로 사유는 자신에 대해 투명하지 않다. 사유는 예측된 경로를 따라가지 않고 미확정적인 공간으로 나아간다. 헤겔에 따르면 사유에는 일정한 부정성이 내재하는데, 이러한 부정성으로 인해 사유는 자신을 변모시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스스로 달라진다는 부정적 특성은 사유를 구성하는 본질적 측면이다. 이 점에서 사유는 언제나 동일한 상태로 머물러 있는 계산과 구별된다. 계산의 동일성은 가속화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조건이다. 경험뿐만 아니라 인식도 부정성을 특징으로 한다. 단 하나의 인식이 기존의 인식 전체를 의심스럽게 만들고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정보에는 이러한 부정성이 결여되어 있다. 경험 역시 근원적 변화를 일으키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경험은 이미 존재하는 것을 건드리지 않는 체험과 다르다.

- <가속사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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