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 K는 울지 않고 손을 떼서, 멀어지는 여자를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K는 여자가 늙었다는 것, 여자가 죽지 않고 살아남아 마침내 늙어버렸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적어도 여자는 거부하지 않았음을, 살 것을. 최선을 다해 살 것을. 여자가 했다면 자기도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여기 이 도시에서 어떤 무게를 감당하면서 거짓말처럼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자신이 이루어야 할 모든 것을 이루는 셈이었다.
- <쇼퍼, 미스터리, 픽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