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최승자 지음 / 난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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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 가깝게 서로 사랑하며 함께 살아오던 사람이 어느 날 문득 그 생활의 풍경 속에서 사라져버릴 때, 거기엔 얼마만한 아픔이 따를 것인가.
그러나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이 어느 날 우리 모두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리는 바로 그때, 그들의 모습은 우리의 마음속에서 더욱 어여쁘게 살아오른다. 마치 벽 그 자체처럼 익숙해져버린 벽에 걸린 그림이 어느 날 갑자기 치워졌을 때 그 사라진 부재의 자리가 벽 그 자체보다 더욱 또렷하게 드러나듯, 그렇게 잠시 멀리 떠난 이들은 비어서 더욱 또렷한 모습을, 비어서 더욱 빛나는 자취를 이룰 것이다.

- <비어서 빛나는 자리>(1986)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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