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밤새도록 성폭력상담소에서 전화를 받던 친구가 있었다. 상담 내용은 비밀이므로 그 어떤 얘기도 나누지 않았다. 묻지도 않고 얘기하지도 않고…
그저 그 친구가 걱정이 되었다. 고운 심성인 그가 잘 이겨낼 수 있을지… 그 후 친구는 재미난 인연으로 결혼해서 살고 있다.
30년 동안 현장에 있었던 분들이 일으키는 변화들,
그 사이에 잠깐씩 등장했던 많은 사람들.
진심을 지키고 키워가며
진심으로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그런지,
천천히 읽게 된다.
‘사건을 대응하고 시간을 버텨보며 깊이가 생긴다’는
말은 그냥 나오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겠다.

역시 일은 까다로운 사람이랑 해야 배울 게 있다. (…) "사람들이 성폭력상담소에 있으면 힘들고 피폐하고 괴롭지 않냐고 물어봐요. 무겁고 어둡고 힘들게 느껴지지만, 거기에 압도되고 짓눌리는 게 아니라 사건을 대응해보고 시간을 버텨보며 깊이가 생기죠. 상담소에서 일하지 않았더라면 배우지 못했을 것 같아요."
-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 편, 인터뷰 후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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