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역열차 - 144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니시무라 겐타 지음, 양억관 옮김 / 다산책방 / 201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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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역열차가 유명한 책인지는 어떻게 알았을까. 그냥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이 많이들 읽는 책 같아서 아 교양인 필독서인가 하는 그런 느낌이었어. 동희도 갖고 있었고 좋아하는 카페 사장님의 책장에도 꽂혀 있었고 기타 등등 눈에 자주 띄더라고. 그래서 지식인들이 읽는 건 나도 읽자! 하고 아마 북플 읽고 싶은 책에 저장해뒀었나봐. 한참이 지나고 마침 yes24에 있길래 새책같은 중고를 샀고 어제 밤에 읽었다. 읽고나니... 나쓰메소세키의 것이 읽고싶다.

성범죄자 아버지와 이혼한 어머니와 함께 살다가 폼생폼사 혼자 그럴싸하게 살아가겠다 분가를 하자마자 빌빌대고 막노동을 하게 된 중졸 간타의 이야기. 냉동 문어를 하루종일 기계처럼 나르다 차갑게 식은 도시락을 노예처럼 말 한마디 없이 먹다 다시 일을 하고 일당을 챙겨 하루하루를 근근히 살아가는 간타. 난생 처음 친구도 사귀지만 밑도 끝도 없는 열등감에 관계를 망쳐버리고 타고난 게으른 성품에 일용직을 벗어나지 못하는 비참한 삶을 살아가게돼. 당연하게.

음. 번역한 양억관님st인지 아니면 작가 니시무라 겐타st인지 모르겠지만 되게 간격하고 말끔히 문장이 쓰인 것 치고 간간히 당황스러울 정도로 긴 문장이 나와. 의도라고 보기엔 별 감흥도 없이 읽기에 불편하기만 하고 아마추어 같던데. 뜬금없이 나오는 긴 문장에도 불구하고 거실의 티비 소리에도 불구하고 줄줄 읽히는 걸보니 간결하게 멋부리지 않은 내가 좋아하는 문체였던 것 같다.

왜 이게 그리 명작(아무도 명작이라고 하지 않았지만 자주 눈에 띄었으니 그런 평가를 받고 있던 게 아닌가 그냥 혼자 짐작하는 거다)인지 읽으면서도 읽고서도 모르겠다. 그냥 `한국이 싫어서`에 이어서 그냥 감흥어뵤고 듣기 싫은 흙수저의 삶이다. 아끼면 얼마든지 정상적인 패턴을 갖출 수 있는 형편에서 하루 벌어 이틀 마시고 여자 사고 하는 간타가 너무 혐오스러웠다. `없으면 성실하기라도 해야지`가 좀 삭막하게 들릴는지 모르겠지만 내 입장은 그렇다. 의지가 있으면 얼마든 벗어날 수 있는데 진짜 답답할 노릇. 아니지 그냥 저런 인간인거겠지. 환경을 탓하기엔 본인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여지가 너무나 많은데 당장 꼴리는데로 사는 모습이 진짜 짜증났다. 어흑 그리고 예측 안되는 자격지심도. 중간에 사귀게 된 전문대학생 친구와의 이야기는 내 미간에 주름이 끝도 모르게 깊어질 만큼 싫었다. 나도 어딘가에 열등감이란 걸 가지고 있겠지만 그건 잠깐 내 이야기니까 재쳐두고 역시 가장 위험한 감정은 열등감이란 걸 실감했다. 애초에 감정 회로가 나와 너무 달라서 당황스럽고 무서웠다. 환경이 너무 다른 사람와는 엮이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새삼 느꼈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있고 노력해도 불가능한게 있다. 피하자.

어정쩡한 기분으로 고역열차를 다 읽고 뒤에 이어진 `나락에 떨어져 소매에 눈물 적실 때`를 가볍게 시작했는데 어머 주인공이 간타야. 간타가 마흔이 됐다. 마치 어릴적 알던 사람의 소식을 다시 듣게 된 기분이었다.

굳이 살 필요는 없었다. 이 책. 읽고 싶은 사람 빌려줄게!

발췌

˝싫어. 내가 먼저 여기서 쉬고 있었으니까. 내가 당신들한테 협조할 의무는 없잖아.˝
그야말로 중졸다운 이유를 대며 상대가 어떻게 나올까 슬쩍 건드려보았더니,
-중졸다운이라니! 고졸스럽게, 전문대졸처럼,

그럴 바에는 역시 꼴 같지 않은 꼴을 보이기 전에 선수를 쳐서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를 정리하는 것이 좋디 않은가 싶어 예의 자포자기적인 짓거리를 실천하고도 싶다. 가진 것 없고 의지할 곳 없는 자유의 몸이 누릴 수 있는 유일한 특권을 눈 딱 감고 저질러버리고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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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듀 2016-08-01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싫은거 참고 읽느라 수고했어요😂

Cindy.K 2016-08-01 15:46   좋아요 0 | URL
오잉 오랜만이에요! 전 노골적인 하층민의 삶이 읽기 불편하더라고요.

스윗듀 2016-08-01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네 저도 좀 남을 바꾸려고 하는 타입이라 답답해서 못읽을듯요ㅠㅠ 그나저나 신디케이님 넘나 반갑> < 솔직하고 꾸밈없는 신디케이님 독서일기 너무 그리웠어요! 앞으로 자주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