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문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42
앙드레 지드 지음, 조정훈 옮김 / 더클래식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신기한 일이다. 요즘 꺼내드는 종이책들은 번번히 완독에 실패(지루해서, 어려워서, 집중이 안돼서)하는데 심심해서 보는 eBook은 언제나 읽을만하네. 눈에 안 좋을 것 같은데.....

몇 달 전 읽으면서 그 감동에 빠져 눈물을 참을 수 없었던 ˝지상의 양식˝을 쓴 앙드레 지드의 대표작. 순수하고 뜨거운 사랑에 빠진 제롬과 그 사랑의 대상 알리사의 이야기야. 여느 젊은이들처럼 서로의 눈만 봐도 감격이 차오르는 사랑을 느끼다가 종교적 신념에 취해버린 알리사 때문에 결국 종교에 굴복당한 둘의 사랑.

편지에 털어놓은 그 감정의 디테일은 정말 어릴적 느꼈던 그것이어서(사랑의 절정에서 슬프지만 그 관계를 끊어내어 최상의 감정만 기억하게하고 싶다는 욕심, 상대가 나를 사랑하는 것은 그가 만들어낸 상상 속의 나일 뿐 실체를 알면 실망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 등) 안타까우면서도 반가웠어. 아마 스무살 초반에 가져봤던 그 필요이상의 불안감과 고민. 예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더라고. 그 일반적인 순수한 사랑의 시기가 갑자기 종교로의 귀의로 이어지면서 스스로의 행복을 내치고 상대를 어설픈 신념과 의지로 단념시키는 갈등의 시기로 흘러가.

나는 (좁은 문에서 다루는)기독교가 변태적이라 느꼈어. 일상의 행복과 종교에 대한 믿음과 생활이 충분히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건데 왜 스스로 고통스러워하면서 좋은 것을 외면하고 끊어내면서까지 몰두하고 희생하게 만드는지. 내가 기독교 가르침에 대해 공부를 안한 상태라 알리사의 보수적이고 융통성없는 성향이 이 비극을 만들어냈는지 정말 기독교가 지향하는 삶이 그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신이 진정 인간을 사랑하고 위한다면 즐거움이 자연스럽게 흘러스며들게 놔두면 안되나. 왜 행동과 감정을 제한하고 괴롭히는거야...

제롬을 통해 앙드레 지드의 그 순수함과 여린 감성을 다시 만나 읽으면서 내가 정화되는 기분이었고..... 그의 동성애 성향(취향)에 어울리는 사랑 소설이었다 하겠다. 그 상대가 남자가 됐든 여자가 됐든 앙드레 지드의 사랑예찬은 진짜 심장폭행이다. 문장에서 꿀 떨어져. 낭만의 끝이야.... 으억 저런 사랑 나도 받고 싶다.

삶은 짧아요. 좋은 것만 하고 좋은 게 찾아오면 놓치지 말고 즐기세요. 고민할 시간에 그 행복의 단맛을 한 번 더 맛보세요 여러분! 현주야 너나 잘해라. 이 좋은 봄날에....

발췌

그 여름은 너무나 깨끗이, 어떤 자국도 남기지 않고 달아나 버렸기에 지금 내 기억은 그 빛나던 나날들을 거의 붙잡아 두지 못한다.

이성적으로 말하려고 하니 내 입이 얼어붙는 것 같아. 난 내 마음이 지르는 신음 소리밖에 들리지 않아. 잔꾀를 부리기엔 널 너무나 사랑하고 있어.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녀 뒤에 멈춰 섰다.....마치 시간이 나의 발자국과 함께 멈춘 듯했다. 행복마저도 앞질러 버려서 가치를 잃어버리게 하는 가장 감미로운 순간이 지금이 아닐까 생각했다.

˝난 네 옆에 있는 게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해. 하지만 우리가 행복만을 위해 태어난 게 아니잖아.˝
˝그럼 , 인간의 영혼이 행복 이상의 무얼 더 바랄수 있단 말이니?˝
내가 소리치듯 물었다. 그러자 그녀가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성스러움.....˝
-읭? 뭐라고 이년아?

˝무엇 때문에 결혼하지 않는거야?˝
˝이런저런 일들이 모두 잊히면......˝
˝오빠가 빨리 잊고 싶어 하는게 뭔데?˝
˝절대 잊고 싶지 않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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