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팔기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조영석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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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내가 아는 일본문학은 이렇게 허무하지 않았는데 최근에 읽은 인간실격에 한눈팔기까지 지식인의 허무를 연달아 읽게됐네. 도곡도서관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빌리고는 나머지 한 권을 빌려야하는데 정말 뭘 빌려야할지 모르겠는거야. 서너권 빌릴 수 있으면 과감히 잡을텐데 도서관이 회사에서 은근히 멀기도 하고 딱 두 권밖에 안되니깐 이것 저것 순위로 올려놨다가 진짜 뜬금포로 나쓰메소세키의 한눈팔기를 집었어. 대학교 2학년 때인가 유미언니가 너랑 잘어울리는 제목이라고 사다준 책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언니 입장에선) 의외로 명작이었고 그렇게 처음 소세키를 접하곤 거의 10년 만에 읽게되는구나. 반납일이 오늘이라 어제 오늘 오다가다 읽고 점심시간에 해치웠어. 문학동네 전집은 커버가 좀 두껍긴 하지만 폰트도 좋고 맞춤법이나 오타 실수도 적은 것 같아. 적어도 내가 읽은 중에선 없었어. 아무리 세트하도 표지 각각 약간의 개성이 있으면서 더 좋았을텐데. 다 읽고나서 뒤의 해설을 보니 한눈팔기가 나쓰메 소세키의 자전적 소설이라 소세키 입문용으로 읽으면 다른 작품을 접할 때에 이해도에 도움이 된다고 하네.

소세키를 빼고 책 한 권으로만 접근하자면.

주인공 `겐조`는 모든 서민들이 어려울 때 유학을 하고 자칭타칭 `지식인`으로 스스로 우쭐함을 느끼는 전형적인 엘리트야. 그런데 돈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고 사교적이지 못해서 가장으로서 역할은 기본만 겨우겨우 해내고 있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지적 수준이라든지 인간미라 볼 수 있는 단점들도 어리석고 하찮게 평가하는 사람이라 인정없고 재미없는 타인을 외롭게 하고 본인 스스로 외롭기를 자청하는 안 좋은 남편, 친구, 아빠야. 어린시절 7년 정도 양자로 부자집에 보내졌다가 그 부부가 이혼을 하면서 다시 본인 집으로 돌아오는 특수한 과거를 가진 겐조의 30대 삶의 이야기. 스토리고 딱히 말할 것이 없는게. 격동의 시기를 살아가는 한 인물의 내면을 치밀하게 이야기하는 책이야. 난 다른 것보다 겐조와 그 와이프의 이야기가 가장 신경쓰였어. 재밌다기보단... 안타깝고 남일 같지 않은.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그 부인과 겐조의 모습이 나와 닮은 구석도 있어서 불안하기도하고.. 부정하고 싶다가도 정면으로 직시하고 내가 바뀌어야한다는 반성이나 위기의식도 느끼고 말야.

결론은 1)돈을 넉넉히 벌어야하고 2)다정하고 나긋하고 따뜻하며 긍정적인 사람이 돼야하고 3)그래봐야 삶이 거기서 거기 4)로또사자


발췌

누이는 자신의 수다가 상대방의 말문을 막고 있었다는 명백한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겐조는 자리를 뜬 아내의 뒷모습을 괘씸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그는 논리라는 권위가 자신을 옭아매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때닫지 못했다. 학문으로 단련된 그의 두뇌로 보면 이 명백한 논리를 마음으로 얌전히 따라주지 못하는 아내야말로 벽창호임에 틀림없었다.

왜 좀더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가 하는 서운함이 항상 그녀의 가슴 깊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남편의 마음을 열게 하는 재주나 기량을 자신이 충분히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에는 무관심했다.

`그런 사소한 광경은 잘도 기억하면서 왜 그때 내가 가졌던 마음은 생각나지 않는 걸까?`

아내는 별로 기쁜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남편이 부드러운 말을 덧붙여 돈을 건네주었다면 틀림없이 기쁜 표정을 지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겐조는 또 겐조대로 만약 아내가 기쁘게 봉투를 받아주었다면 부드럽게 말을 걸 수 있었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티고난 윤리상의 결벽하지 못함과 금전상의 결벽하지 못함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안방과 툇마루 먼지까지도 신경을 쓰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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