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20
헤르만 헤세 지음, 이순학 옮김 / 더클래식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으로 읽은 더클래식 세계 문학 컬렉션. 반디앤루니스 앞 매대에서 엄청 싸게 팔길래 들어본 것들로 네 권 집어왔는데 오빠에게 들어보니 아마추어 학생 번역가들 것들을 짜깁기해서 복불복으로 번역이 엉망일 수 있다고. 네 권 중 첫번째 수레바퀴 아래서는 아마도 운이 좋았던 것 같아. 그 사실을 알고 의심의 눈으로 살펴도 만족스러운 번역이었어. 한번의 오타와 한번의 실수(아들이 적혀있어야 할 자리에 아버지라고 쓰여있었어)를 찾았지만 그 정도는 괜찮아. 3300원짜리 책 읽으면서 너무 많이 바라면 내가 도둑놈이지. 물론 어제 5000원 짜리 로또에 20억의 꿈을 꾸었지만......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모두 너무 익숙하지. 근데 헤밍웨이처럼 아는 게 전혀 없어. 중학교 때 아마 집에 수레바퀴 아래서가 있길래 읽었었어. 근데 기억이 안나네. 재밌게 읽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읽고 난 지금 느끼는 건 이래저래 제목 들어본 유명 문학은 다 읽어야겠다 싶어. 실패하는 경우가 아예 없어. 더 좋고 적당히 좋고 차이이지 좋다 모두.

시골마을에서 보기 힘든 수재 한스의 성장기.

목사, 신앙, 신학원, 그리스어, 히브리어. 지금과 다른 성공의 모습과 기준, 조건들이 나오지만 지금 우리와 다를 것 하나 없는 빡빡한 시대 속 여린 자아의 혼란을 보는데 되게 어른의 눈으로 한스를 안타깝게 보게
되더라. 어른이 제시하는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가다가 불행해져버린 아이. 진짜 행복이 뭔지 확인을 하기도 전에 상처받은 청춘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어. 아마 내 인생에 자식은 없겠지만, 자식이 있다면 옆에 앉혀놓고 이 책을 같이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단 생각이 처음부터 끝까지 불쑥불쑥 들었어. ˝이 부분에서 한스가 어때보여? 행복해보여 슬퍼보여?˝ 중심이 없이 타인의 기준에 맞추려다간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몰라. 내 기준 내 판단 그리고 내가 기꺼이 감수해야할 리스크여야 건강하게 살 수 있는데. 본인의 삶을 살아보지도 못하는 건 너무 가혹해.

감정 변화를 많이 볼 수 있는데 그 변화의 계기가
된 사건이라든지 생각 변화에 영향을 주는 인물이라든지 보면서 모든 상황이 납득 가능했어. 이해되고 공감되고, 그게 아니어도 그럴 수 있겠다 짐작은 되고. 그래서 더더욱 헤세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게 와닿았어. 본인이야기가 아니면 이렇게 쓸 수가 없어. 사소한 경험에 폭풍처럼 닥치는 변화. 아 놀랐겠다. 아 혼란스러웠겠다. 슬펐겠다 두려웠겠다. 생각해보면 중고등학교 때 겪는 자잘한 사건들이 그 당시엔 얼마나 큰 타격으로 왔었던지 큰 고민으로 날 울렸는지. 그 것들이 결국 지금의 나에 미친 영향들을 생각하게 되더라.

발췌

한스는 독특한 친구와의 우정이 자신을 지치게 하고순수한 영혼을 병들게 한가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하지만 우울한 하일러를 보면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다. 또한 자신이 이 친구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 정겨움과 자랑스러운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중략)한스에게 있어서 새롭게 다가온 세계와 친구에 대한 존경심은 떼어 낼 수 없는 감정으로 자리잡았다.

그 누구도 불안과 절망에 싸여 허우적거리는 한스의 영혼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아무도 학교와 아버지, 몇몇 선생님들의 탐욕스러운 명예심이 연약한 소년의 영혼을 무참히 짓밟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한스는 처음으로 노동의 즐거움을 맛보았다. 그러면서 그는 보잘것없는 자기 존재가 삶의 거대한 리듬에 섞여 들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마지막 발췌가 사실 가장 좋은데 스포 때문에 옮겨적지는 못한다. 내리 주의깊게 한스를 바라보는 기분으로 걱정하며 읽어내리다가 마지막 페이지에서 나도 모르게 입에서 `어머`했다.

다음 책은. 조금 어려운 책이 읽고 싶어졌다. 시간도 좀 더 걸리고. 좀 더 성의있는 문장의. 뭐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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