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노이의 불평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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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죽어가는 짐승에 이어 세번째로 읽은 필립로스 작품. 올 5월에 타계한 작가의. 가장 문제작을 읽으니 뭔가 묘했다. 상스럽고 거침없는 언변과 고인이라는 고요한 이미지가 소설의 내용을 떠나 삶이란 건 참 부질없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포트노이라는 엄격한 유대인 부모에게서 자란 남성이 그 불만족스러운 성장 환경에서 본인의 질병과도 같은 윤리, 도덕을 반할 때의 ‘자책’의 원인을 찾고 그 환경을 불평하는 내용이다. 자식에게 알맞은(이 쉽고도 무책임한 정도 값) 애정과 관심 그 이상을 주는 부모 아래서 자란 이들은 포트노이의 부모 비난에 크게 공감할 것이다. 사랑이고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왔기에 ‘감히’ 비난할 용기를 못 냈던 대다수와 달리 필립로스는 온갖 욕과 비아냥을 더해 비난한다. 씹, 좆, 보지, 자지가 각 30번씩은 나오는 사람에 따라 조금 혹은 너무 부담스러울 문장과 표현들만 이겨낸다면 공감과 재미을 느낄 수 있을 말만 센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사실 상 이 소설은 줄거리보다는 포트노이증(필립로스가 만들어낸 말) 환자 포트노이의 인생으로, 대단한 깨달음과 잘 짜여진 서사보단 욕쟁이의 신세한탄에서 그 어두운 위트에 피식대는 재미로 읽는 책이라 보는 게 좋겠다.

과감하고 골 때리게 용감한 책이고 재밌는 책이다.

발췌

삶은 다름 아닌 ‘다름 아닌 존재’가 세운 수십만 가지 작은 규칙들, 아무리 우스꽝스러워 보이더라도 의문을 품지 않고 복종하거나(그래서 그렇게 복종해 계속 하느님의 총애를 받거나), 아니면 대개 격분한 상식의 이름으로 위반하게 되는 규칙들이라는 걸요.

나는 도저히 남은 생애 내내 한 여자하고만 잔다는 계약은 맺을 수가 없습니다.(......)한때는 맛좋고 자극적이었을지 몰라도, 불가피하게 빵덩어리처럼 나에게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한 여자를 위해 어떻게 가져보지도 못한 것들을 포기할 수 있단 말입니까.


맙소사, 부모사 살아 있는 유대인 남자는 열다섯 살 난 애예요. 부모가 죽기 전에는 계속 열다섯 살 난 애라고요!

나를 위해? 부탁인데 나를 위해 그러지 마세요! 제발 당신 삶이 지금 이 모양이 이유를 찾아 두리번거리다 앨릭스를 내밀지 말아주세요! 나는 모든 사람의 존재의 이유가 아니니까요! 나는 내 평생 그 짐을 이고 다니는 걸 거부합니다! 내 말 들려요? 거부한다고요!

블루멘탈 부인이 전화했어요. 오늘밤 마작할 때 어머니가 적어둔 마작 규칙 좀 가져오래요 -로널드
자살한 15세 로널드의 유서

멍키는 면도날로 손목을 그어 자살을 좀 해보려고 했습니다.
-재밌는 문장. 원문이 궁금해진다. 정영목님 짜응!!!


내 제정신은 그저 나의 우스꽝스러운 과거에서 가져온 공포의 유산에 불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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