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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따뷔랭 - 작은책
장자끄 상뻬 지음,최영선 옮김 / 열린책들 / 199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따뷔랭의 창조자 라울 자신은 자기 명성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며 살고 있었다.
사람 자체와 그의 겉모양 사이에 잘못 분배된 무게가, 그런 대로 균형잡힌 이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그것은 비밀의 무게이기도 했다. 하도 엄청나서 그 누구도 짐작조차 못할 비밀.
그것은 그가 자전거를 타는 법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는 <따뷔랭>을 탈 줄 몰랐다.
-21쪽
일단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몸빼의 창조자 김씨는 요즘 자기 명성과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다.
사람 자체와 김씨의 겉모양 사이에 매우 이상하게 분배된 무게가, 그런 대로 균형잡힌 이 사람의 마음을
흔들던 때가 있었다. 그것은 마법의 무게이기도 했다. 하도 엄청나서 그 누구도 짐작조차 못할 비밀.
그것은 김씨가 몸빼를 입게 된 걸 모른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몸빼>를 입을 줄 몰랐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몸빼입니다.
장자끄 상뻬의 이 작품에 너무나 깊은 감화를 받은 바 그 충격을 못이기고 몹쓸 패러디를..패러디 축에도 못끼지만, 암튼
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김몸빼라는 이름을 부여받기까지 그 지난했던 과정과 숱한 사연을 이끌고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차마 저도 눈 뜨고 못볼 일이겠으나 그걸 다 풀어놓을 수도 없는 것은 여차저차 하고 저차여차 해서 어물쩍 넘어가려는 수작이겠거니 하지는 말아주세요.
어느날인가, 그날은 아마도 경칩이었지요. 허리띠를 풀어놓고 밥을 먹기에 딱 좋은 날이었어요. 겨우내 쫄쫄 굶었던 개구리도 이제 입 크게 벌려 밥 한술 먹겠다는데 나라고 못먹을쏘냐 아주 기분좋게 식사를 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갑자기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날 뭘 먹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밥이랑 국이랑 반찬이랑 너랑 나랑 아마도 그런 것들이었을 겁니다. 저는 그날부터 허리띠를 착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뱃살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 체중이 증가한 것도 아닙니다. 뭐 조금은 늘었겠지만, 겨울을 지냈으니 조금은 늘었겠지요? 힝. 하지만 그걸 가지고 시비를 걸고 넘어지면 저는 뒷목 잡고 쓰러질 거예요.
아무튼 저는 그날 이후로 일체의 다른 옷(하의)은 입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몸빼 외에는 다른 옷이 들어가질 않는 것입니다. 몸빼에 일부러 막 눈을 뜨게 된 것도 아니고 그게 참 그렇게도 절로 된 것이죠. 요즘은 제가 지나가면 동네 사람들이 제 몸빼에 절을 합니다. 절로 된 몸빼라서 그렇게 해야 한다나요? ㅎㅎㅎ 저는 과거에 윗몸일으키기를 했다 하면 300번을 했고 훌라후프는 걸쳤다 하면 밥 숟가락을 입에 물고서라도 놓치지 않았던 괴력의 파이터(?)였지요. 그랬던 제가 이렇게 완전히 몸빼 우먼이 되었으니 세상사 참 고약한 건지 기괴한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저는 이제 와서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 우연찮게 일어난 일. 그 마법같은 일의 불안정성을 껴안는 것이야말로 내가 몸빼를 입는 단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아 참, 내일은 '우먼몸빼'에서 화보 촬영이 있습니다. 밥을 아주 든든히 먹고 오라는 편집장의 당부가 있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