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권의 책을 주문했다. 늘 그랬듯이 모종의 비난을 감수하겠다는 각오는 되어있다. 책을 왜 사느냐,는 잔소리에 어느 정도 단련이 되었다고는 해도 늘 새롭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그 잔소리 패턴이 요만큼도 변화하고 있지 않을 바에야, 그건 나의 몫이요 나의 신비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 무엇보다 이번 경우는, 내가 이 책들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이 책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는 분명한 사실이 있다. 나를 위한 책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면책사유가 된다는 것. 이 계절에 어울리는 내 일상의 어떤 적나라함이기도 하다. 5월과 6월 그리고 7월과 8월이라는 시간. 시간은 계속 도착한다. 도착하고 또 도착한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뙤약볕으로 단련되는 나날이 이어지면서 자꾸만 도착하는 시간을 주구장창 외우고 또 외우게 될 것 같다. 새 책 특유의 냄새에 환장하는 우리 모두의 일반적인 취향을 더 좀더 낡고 오래된 것으로 일깨우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겠다. 난 어느새 햇빛으로 잘 말린 유기용제의 냄새를 풍기며 휘리릭 촤르륵 상투적으로 코를 박고 킁킁거리는 셀프 서비스깨나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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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활자 중독증도 아니고 난독증도 아니다. 그래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아니 그것과 전혀 상관없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에는 번번이 실패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그런 인간이라는 사실에 별로 실망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인간이다.

 

오늘은 하루 종일 햇빛 속에서 8시간을 일했다. 일했다, 라고 쓰고 보니 사실 별반 일한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늦었지만 하게 된다. 글은 이렇게 뭔가를 되돌아보게 만드는구나..아, 이 문장은 마치 사람의 인격마저 돌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가만 보면 이 역시 착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글은 아메바이거나 럭비공이다. 단순하거나 종잡을 수 없거나 둘 중 하나다. 글은, 마치 글은, 정연한 체계속에서 잘 짜여진 구조 안에서 최적화된 피트니스의 절차를 밟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그게 아닌 것이다.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 아무도, 아니 나는 글을, 그렇다고 확신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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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반찬은 웬만한 여느 식당에서도 가능할지 모른다. 다만 나는 몇년, 아니 거의 십년만에 어쩔 줄 몰라했다. 좀 촌스럽게 굴었나? 속으로만 그랬어야 했나? 하지만 다시 되짚어 보아도 아무도 나를 그렇게 보진 않았던 것 같다. 다행이다. 오랜만의 낮술이었다(집이 아닌 식당이라 더더욱) 하지만 많이 마시진 못했다. 소주 겨우 두 잔? 이 정도로 뭔 낮술 운운이냐 할지도 모르지만 내게 특별했던 점심이었다. (운전때문에 술을 못마시는)  남편 몫까지 마셨다면 한 병쯤은  너끈히 비웠어야 하는데 낮술 전문 술꾼이 따로 있어서 그럴 기회가 없었다. 더구나 점심 이후에는 남편과 할 일이 있었다. 봄 뙤약볕(?) 아래 우비로 중무장을 한 상태로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러니 술 마시면 안되는 상황이었는데 결국 나는 갈수록 다리 힘이 풀렸다.(술 몇 잔 때문이었을까?) 암튼 틈 날때마다 주저앉았고 적당히 눈치봐가며 쉬어야 한다는 생각조차 피곤하게 느껴졌다. 남편이 대놓고 혼자 일하다시피 한 건 아마도 이 날이 처음이지 싶다. 낮술은 역시 아무나 가능한 게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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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7 08: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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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7 21: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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