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권의 책을 주문했다. 늘 그랬듯이 모종의 비난을 감수하겠다는 각오는 되어있다. 책을 왜 사느냐,는 잔소리에 어느 정도 단련이 되었다고는 해도 늘 새롭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그 잔소리 패턴이 요만큼도 변화하고 있지 않을 바에야, 그건 나의 몫이요 나의 신비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 무엇보다 이번 경우는, 내가 이 책들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이 책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는 분명한 사실이 있다. 나를 위한 책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면책사유가 된다는 것. 이 계절에 어울리는 내 일상의 어떤 적나라함이기도 하다. 5월과 6월 그리고 7월과 8월이라는 시간. 시간은 계속 도착한다. 도착하고 또 도착한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뙤약볕으로 단련되는 나날이 이어지면서 자꾸만 도착하는 시간을 주구장창 외우고 또 외우게 될 것 같다. 새 책 특유의 냄새에 환장하는 우리 모두의 일반적인 취향을 더 좀더 낡고 오래된 것으로 일깨우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겠다. 난 어느새 햇빛으로 잘 말린 유기용제의 냄새를 풍기며 휘리릭 촤르륵 상투적으로 코를 박고 킁킁거리는 셀프 서비스깨나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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