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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가르치는 거짓말 - 너무나 당연해서 아무도 묻지 않았던 43가지 진실
스티브 맥베이 지음, 김소희 옮김 / 터치북스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전에 동출판사에서 나온 저자의 책을 읽어 본 적이 있습니다. '은혜 안에 머무는 삶'이라는 책이었는데,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도전적인 메시지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자기 노력을 통해 영적인 만족을 추구하던 것을 멈추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를 구하라. 하나님 앞에 나아가 잠잠히 하나님과 교제하면서 하나님이 부어주시는 은혜를 경험하라'는 것이 바로 그 책에서 저자가 주장했던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도 이전의 책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강도높은 메시지를 선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메시지 가운데 율법주의에 대한 비판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마치 행위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듯한 느낌을 던져 주더군요. 인간의 책임에 대해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오로지 은혜만 강조하다보니 불편한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과 연합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잇는 것도 없고 해야 할 일마저 없음을 깨달을 때 우리는 그리스도인이 된다. 그가 이미 모든 것을 이루셨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예수님을 따르면서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할 수 있다(54쪽)." 그러나 하나님과 연합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없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하나님과 연합하기 위해 우리는 하나님을 알아가야 하고, 또 그분을 간절히 찾아야 합니다. 불러야 하고, 초청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저자도 그러한 사실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뒤이어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스스로를 더 강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자. 우리가 처음에 그를 믿고 구원을 경험했을 때처럼 그가 모든 것을 하신다는 것을 완전히 믿고 의지하며 그에게 나아가자. 그러면 그가 하실 것이다(54쪽)." 앞에서는 '연합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하더니 이번에는 '스스로를 강하게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를 믿고 의지하며 그에게 나아가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앞에서는 아무 일도 할 필요가 없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그래도 뭔가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격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드러난 저자의 문제는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요구하시는 행위' 역시 '행위'에 속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애써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라'는 저자의 대답입니다. 저자는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해 '인간의 어떠한 노력도 쓸데 없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라'는 답변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라'는 막연한 언급이 사실은 '하나님을 찾고 구하고 부르는 모든 노력'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거짓말 10#'에서 주장하고 있는 내용들은 구원파의 주장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여기에서 '죄를 지었으면 하나님께 고백하기만 하면 되고 용서를 구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을 처음 믿었을 때에 자신의 과거의 죄, 현재의 죄, 미래의 죄까지 용서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용서를 구할 필요는 없고, 그저 죄를 지었음을 고백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죄의 고백은 용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이미 용서를 받았기 때문에 죄를 고백하는 것이다'라는데 저로서는 이것이 맞는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또한 저자는 '죄 짓는 것 때문에 하나님과의 관계가 멀어지지는 않는다, 부흥은 구약에만 해당되는 것으로써 오늘날에는 부흥이 필요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었는데, 나름대로 논리적인 이유를 갖다 붙이고는 있었지만 그다지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예수님의 가르침을 죽음 이전과 죽음 이후로 나누어 신약은 죽음 이후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죽음 이전의 가르침은 현재의 그리스도인에게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산상수훈의 가르침도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에게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인데 이 또한 맞지 않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는 우리 삶의 최우선순위가 아니라 전부이셔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어려움도 허락하신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사랑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을 더 잘 알게 해 달라고 기도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새겨 들을 만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제가 생각해왔던 것들과 대치되는 내용들이 너무 많았고, 저자의 설명도 그다지 설득력 있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이것이 정말 맞는 말인가'하고 계속해서 고민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저자의 주장에 대해 내린 결론은 '맞는 말도 있지만 틀린 말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저와 다른 평을 내리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고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일까봐 걱정이 되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신학적으로 든든한 기반을 가진 분들이 아니면 이 책으로 인해 한쪽으로 심히 치우치게 될까봐 염려스럽습니다. 분별력을 가지고 읽어야 할 책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