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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사회성 - 세상과 잘 어울리고 어디서나 환영받는 아이로 키우는 양육법
이영애 지음 / 지식채널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렸을 때 왕따로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공부도 못하는 편이 아니었고, 키도 작지 않았고, 힘도 약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를 함부로 건드리는 아이는 없었지만, 대체적으로 다른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은근히 저를 미워하는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솔직히 그 때에는 왜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없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습니다. (이 책을 보니 왕따 당하는 아이들 대부분이 자신이 왜 왕따를 당하는지 모르고 당한다더군요. 하지만 왕따 당하는 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분명하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그 당시에 제가 굉장히 잘난 척 하는 재수없는 아이였더군요. 하지만 그것만이 왕따의 이유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왕따를 당했던 이유는 간단히 말해 조망수용능력의 부족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고, 관심이 없다보니 공감능력이 떨어졌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는 않았고, 남의 말을 중간에 잘 끊고 끼어들었고, 남들이 관심 없어하는 이야기를 지나치게 자세히 말하는 습관이 제게 있었던 것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부모님의 통제적인 양육태도로 인해 사회적 적응력과 독립심이 저하되었던 것도 문제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또 이 책의 210쪽에서 언급하고 있는 집단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아이들의 특징 가운데 '잘난 척한다. 이기적이고 남을 무시한다. 상황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아 눈치가 없고 엉뚱한 행동을 한다. 혼자 책만 보고 있거나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친구의 입장에 대한 이해나 공감이 부족하다. 농담과 진담을 구분하지 못하고 친구들의 농담에도 발끈한다. 옷차림, 유행어 등 또래 집단의 문화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특징들이 과거에 제가 가지고 있었던 모습들이었습니다.
다양한 사례 가운데 특히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이 '산만해서 또래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도용이'의 사례였습니다. 이 아이의 모습에서 제 어릴 때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 가운데에는 심지어 제가 아직까지도 가지고 있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도용이가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 저자는 "더 큰 문제는 싸움을 해서 상대방 친구의 화가 잔뜩 나 있는 데도 곧 잊어버리고, 희희낙락하면서 놀자고 손을 내밀기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라고 말하고 있었는데, 제가 집사람과 부부싸움을 한 다음에 때때로 이런 모습을 보여서 집사람이 어이없어 하던 일이 적지 않게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자는 이러한 모습을 '충동성'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러고 보니 이런 일 말고도 충동적으로 결정했던 일들이 상당히 많았던 것을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성향들 가운데 몇몇 부분이 제 아이들에게 이어져 내려갔다는 것이 저의 고민입니다. 그래서 큰 아이의 경우에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놀이치료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 놀이치료를 통해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사회성 개선은 물론이고 리더십 훈련까지 받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둘째는 여자 아이라서 그런지 두드러진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놀이치료까지는 받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학년이 되면서 친구 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다행히도 집사람이 지혜롭게 대처해서 (아이가 밤에 잠들기 전마다 30분 가까이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위로해 주었습니다) 많이 호전되기는 했는데, 얼마 전 같은 반 아이와의 문제로 인해 은따를 경험하면서 많이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제가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 너무 통제적으로, 그리고 강압적으로 양육한 후유증이 이렇게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싶어 많이 후회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 지를 찾아보았는데, 솔직히 말해서 우리 아이가 겪고 있는 일들에 대한 정확한 대답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는 어쩌면 제가 우리 아이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집사람이 이 책을 본다면 정확한 문제와 문제의 원인과 해답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지 제가 둘째 아이에게 문제의 해결책으로 언급했던 일들이 적절한 방법이 아니었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둘째 아이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좋은 변화가 조금씩이나마 일어나는 것 같아 기특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이런 문제를 부모 혼자서 풀어가기는 정말 어려운 문제구나"라는 것과 "전문가의 도움이 기대 이상으로 큰 도움이 되는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큰 아이의 놀이치료 경험을 통해서도 이미 어느 정도 확인했던 바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문제행동을 하는 자녀들을 가진 부모님들은 이 책을 통해 자녀들의 문제와 그 원인과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개략적나마 파악하고, 그 다음에는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과 놀이치료를 통해 실제적인 도움을 얻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통해 이론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해도, 그 이론을 스스로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자신과 자녀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고 평가하는 것은 제 3자의 도움이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실제적인 치료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기본적인 선지식을 마련하기 위한 도구라고 인식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자녀의 문제가 충분히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치료를 중단해 버리는 안타까운 결과를 맞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에 동의하는 분이라면 자녀들을 그 고통스러운 상황 가운데에서 빠져 나올 수 있도록 돕는 일에 반드시 성공하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