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파이브
최재훈.박지선 지음 / 황금책방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제게 있어 청소년 소설은 이런 저런 일로 지쳐 있던 머리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청량음료 같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나이 마흔을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청소년 소설을 일부러 찾아 읽습니다.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복잡한 머리를 식히고 싶었기 때문이었는데, 기대했던 것처럼 시원한 느낌을 얻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여자 아이들은 원래 서로 어울려서 무언가를 해 볼 만큼 친한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전직 일진이고, 어떤 아이는 현직 일진이고, 어떤 아이는 빵셔틀이고, 어떤 아이는 목사 딸이고, 어떤 아이는 조용하고 얌전하기만 한 모범생인데, 이 다섯 명의 여자 아이들이 우연한 기회에 함께 팀을 이루어 노래 자랑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연습 기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같은 학교의 다른 팀은 대상까지 받았지만, 이들은 아무 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낙담해 있었을 때 그들을 눈여겨 본 전직 가수이자 카페 주인인 어떤 아저씨가 그들을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 아저씨의 지도를 받게 되면서 이 다섯 명의 아이들은 진짜 가수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상당히 참신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각 장의 내용이 각각의 주인공들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기록한 것처럼(마치 일기처럼) 서술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첫 장은 몽자가 기록하고, 둘째 장은 희진이 기록하고, 셋째 장은 상무가 기록하고, 넷째 장은 송화가 기록하고, 다섯째 장은 애리가 기록하고, 여섯째 장은 동희가 기록한 것처럼 구성되어 있었는데, 그러한 구성을 통해 그들의 속사정을 깊이 들여다 볼 수 있었고 그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 가운데 있던 문제아들도 무작정 미워할 수만은 없었고, 덕분에 그들의 성공을 바라는 대열에 쉽게 동참할 수 있었습니다.

 

목사 딸이 꾼 예지몽 때문에 서로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던 아이들이 걸그룹을 만들게 되었다는 발상이 뜽금없기는 했지만, 그런 뜽금없는 시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한 결과 그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서 나올 법한 톡톡 튀는 대사들과, 그들을 지도해 주던 아저씨와 학교 담임 선생님 사이의 로맨스가 밋밋해지기 쉬운 흐름에 쏠쏠한 재미를 곁들여 주고 있었습니다. 다만 몽자가 꾼 불길한 예지몽과 애리의 아빠가 뺑소니 사고를 당한 사건 사이를 구분하기 어렵게 편집한 부분은 옥에 티라고 할 만 했습니다. (문단 나눔이 안 되어 있어서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한 번에 구분되지 않았습니다.)

 

중학교 1학년 딸아이도 읽고 있는데 상당히 재미있다는 반응입니다.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청소년들 방학 숙제 필독서 가운데 이름을 올리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덕분에 제 블로그 방문자도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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