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성경 내비게이션 - 혼자서 꿰뚫는 독학성경공부법
테리 홀 지음, 배응준 옮김 / 규장(규장문화사)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제대로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였지만, 어렸을 때 친척 어른이 선물해 주신 어린이 성경을 수십 번 읽었던 터라 성경에 대해 어렵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성경을 꾸준히 읽기 시작했고, 고등학교 2학년 때에는 매일 같이 하루에 두 시간 가까이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려운 이름이 나오면 더 익숙해지기 위해 소리내어 읽었고,나름대로 구약과 신약의 내용 중에 연결되는 부분이 있으면 스스로 정리해 가면서 읽었습니다.주석 성경이 나오기 전이었고, 또 맨 처음 일독을 한 성경은 세로 쓰기로 되어 있는 성경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성경을 어렵다고 말하는 분들을 보면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성경 이해에 관한한 하나님께 큰 은혜를 입은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막상 목회자가 되어 성도들에게 성경을 읽게 하려니 성도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어떻게든 해결하도록 도와주어야 할 입장에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제가 권해 드렸던 방법은 어린이 성경을 구입해서 여러 차례 읽고 그 다음에 어른 성경을 보시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조금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 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에 테리 홀이 쓴 이 책이 번역 출간된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미 테리 홀의 성경 파노라마, 성경 익스프레스를 읽었었기 때문에 저자의 탁월한 성경 소개 방식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사이즈를 보니 예전의 두 책과 같이 도표나 지도 같은 것이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왠지 조금은 딱딱할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하지만 막상 책을 받아 펼쳐 보았을 때 앞의 두 책처럼 도표나 지도로 가득하지는 않았어도 매 페이지마다 알록달록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보면서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왠지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예감대로 조금의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이 세 시간 만에 다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성경을 어떤 방법으로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해 일곱가지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었는데 대학생 때 교회 청년부에서 배웠던 다섯 가지 방식, 곧 듣기, 읽기, 공부, 암송, 묵상 외에 적용과 나눔이라는 두 가지 방식을 더 소개하고 있었습니다.그리고 각각의 공부 방식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일종의 팁을 제공하고 있었는데, 예전에는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던 방식들이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듣기에서는 메모하며 듣는 방식을 권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에 대해 기록해 놓은 내용이 구구절절이 옳은 내용이라 성도들이 제발 꼭 이 부분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기에서는 장제목을 붙이며 읽기와 메모하며 읽기, 육하원칙을 염두에 두고 읽기, 그리고 이합체 문장으로 기억하기와 성경 줄거리 파악을 위해 17권을 집중적으로 읽기를 권하고 있었는데, 하나 하나가 의미있고 유용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17권을 집중적으로 읽기는 교회에서 성경 읽기 프로그램을 시행할 때 정말 유용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교역자로 사역했던 어떤 교회에서는 매년마다 성경 통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 낭독 테잎을 틀어 넣고 거의 5일 동안을 성경 읽기만 했었습니다. 그런데 왠지 읽기를 위한 읽기가 되어 버린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그저 한 번 다 읽었다는 만족감을 위한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적어도 개관 정도는 해 가면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 책에서 권하고 있는 대로 17권 정도만 개관 소개와 함께 읽어 간다면 같은 시간 내에 더 풍성하게 성경을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부는 이 책에서 저자가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 장이었는데, 여기에서는 자신에게 맞는 성경공부표를 만들어 활용할 것을 가장 먼저 권면하고 있었습니다. 첫번째 예시로 제공되어 있는 된 성경공부표에서는 화제, 적용, 깨달은 점,시작과 깨달은 점이라는 네 가지 항목을 채워가며 공부하는 방식을 소개해 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성경공부표에서는 장제목, 등장인물, 지명 또는 장소, 요절, 사건이나 주제, 개요단어, 유사점, 대조점, 삶의 원칙, 질문과 대답, 깨달은 점, 해야 할 일 등을 채워 가며 공부하는 방식을 소개해 주고 있었습니다. 특히 요나서를 중심으로 이 모든 성경공부표의 항목들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는지 예시로 보여주고 있는데 여기에 정리된 내용만 참고해서 훌륭한 설교가 여러편 나오겠다 싶을 정도로 심도 있는 분석과 적용이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저자는 또한 성경공부에 성구사전과 성경사전을 반드시 사용할 것을 권면하고 있었는데 친절하게도 편집자분께서 한국어로 된 원어성구사전과 다양한 성경사전을 소개해 주기까지 하셨더군요.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었습니다.
암송에서는 특별한 방식보다는 왜 암송을 해야 하는지, 암송에 어떤 유익이 있는지를 주로 소개하고 있었고, 목상에서는 성경 말씀 속에서 죄, 약속, 모범, 명령, 걸림돌을 찾아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방식을 소개하고 있었고, 하나님께 편지쓰기라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적용에서는 누구의 책임인가를 구분해 보는 방식을 사용해 보도록 권면하고 있었는데, 하나님의 책임인지, 내 책임인지를 구분하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리해 보라고 하였습니다. 특별히 시편 119편을 8절씩 나누어 누구의 책임인가 방식으로 적용해 보라고 하였는데 그렇게 적용하다보면 시편이 다르게 보일 것이라고 하더군요. 금요심야기도회 때마다 시편을 연속으로 강해하고 있는데, 지난 주까지 62편을 강해해 오는 동안 경험했던 난감함을 저자 역시 동일하게 경험했고이러한 방식으로 새로운 시야를 얻었다는 말에 참으로 가뭄에 단비를 만난 것 같은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주부터 당장 사용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두근거리기까지 하더군요.
나눔에서는 성경 내용으로 신문이나 찬양 가사, 성경 게임이나 퍼즐을 만들어 같이 읽고, 부르고, 즐길 것을 권면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나눔이라고 해서 성경 묵상 나눔과 같이 받은 은혜를 나누는 것인 줄 알았는데 완전히 다른 내용이더군요.
책을 읽는 동안 느꼈던 전체적인 느낌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과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번역자의 수고가 컸다는 것을 구석 구석에서 느낄 수 있어습니다. 성경 파노라마나 성경 익스프레스를 읽어 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다 다 느끼셨을테지만 저자는 이합체 문학 형식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전 책에서는 저자가 사용한 이합체 문장으로 영어 그대로 옮겨 놓고 옆에 가로로 한국어 번역을 붙여놓았을 뿐이지만 이번 책에서는 가급적 한글로 번역해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합체 문장을 설명하기 위해 요나서 1장부터 4장까지는 큰물고기라는 머릿글자로 정리해 준 것이나 한글로 된 성경 가로 세로 낱말 퍼즐을 구해서 첨부한 것이나 번역자의 많은 수고가 돋보였습니다.
또 앞서 소개한 것처럼 편집자 역시 저자가 소개해 준 성구사전이나 성경사전을 어떤 책들을 구입해 보면 좋을 지 소개해 줌으로써 책의 활용성을 더 높여 주었습니다. 깔끔한 편집에 오타를 찾아볼 수 없었던 완벽한 교열 교정, 그리고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곳곳에 배치된 일러스트, 고급스러운 재질의 종이와 손에 딱 잡히는 사이즈,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완벽한 작품과 같은 책이었습니다. 앞서 나온 성경 파노라마나 성경 익스프레스보다 더 마음에 드는 책이었습니다. 앞으로 몇 권 더 구입해서 교회 도서관에 비치하고 성도들에게도 선물할 생각입니다. 초신자는 물론, 성경 통독이나 개인적인 성경공부에 대해 자신없어 하는 모든 성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강력하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