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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다가온 하늘 - 구약의 제사법과 정결의식에 담긴 하나님의 마음 ㅣ 신우인의 하늘 이야기 5
신우인 지음 / 포이에마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성경 전체를 한 번 읽어 보겠다고 결심하고 창세기부터 읽어 내려가다가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복병이 바로 레위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출애굽기의 내용 일부 중에도 지루하고 어렵고 따분한 내용이 나오기는 하지만 레위기만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 레위기를 정말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놓은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 과연 이 책을 개론서라 해야 할지, 설교집이라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레위기라는 책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이렇게 쉽고 재미있는 책은 처음이라는 것입니다.
집에서 유선 방송이나 케이블 티비를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CBS의 성서학당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이 책을 보면서 저자의 성서학당 강의가 많이 궁금해졌습니다. 저로서는 저자의 책이 처음인데, 이 책 이전에도 벌써 네 권의 책을 집필하셨더군요. 창세기와 출애굽기에 관한 그 책들도 조만간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쉽기도 쉽지만 깊이 있는 해석에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레위기의 주제는 '거룩'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저자는 레위기의 주제를 '코르반'이라는 단어에서 찾고 있습니다. '코르반'은 '제사', '헌물'을 뜻하는 단어인데, 이 단어의 어원인 '미트카레브'에는 '가까이 가다', '친밀한 관계를 회복하다'라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레위기에 기록된 제사의 목적은 '하나님과 가까워지자', '친밀해지자', '하나님을 가장 사랑하라'는 것이라고 저자는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자는 상번제와 같은 제사는 날마다 드려야 하지만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인 법궤 앞에는 일년 일차만 들어갈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사랑이 깊어지면 그저 옆에만 있어 주는 것으로 감사한 것이고, 그저 할 말은 내가 그동안 잘못한 것을 상대방에게 알리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제가 분명하게 정리하게 된 한 가지 진리는 "하나님께서는 정성이 아닌 사랑을 원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제사에 대한 열심이 때로는 하나님에 대한 사랑으로 말미암은 것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사랑이 아닌 다른 목적에 붙잡혀 정성만을 드리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타종교와 기독교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신에 대한 정성을 중시하느냐, 아니면 신에 대한 사랑을 중시하느냐 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예전에 미처 알지 못했던 중요한 사실 한 가지도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속죄 제사를 드리러 온 사람에게 희생제물의 목숨을 직접 끊어야 하는 책임이 주어져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제사장이 그 모든 일을 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해 왔는데, 그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고 약간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신의 죄를 전가한 희생제물의 죽음을 지켜보는 것만 해도 끔찍한 일일텐데, 그 희생제물을 직접 죽여야 했다니, 그것은 마치 자기 자신을 직접 죽이는 것처럼 끔찍한 일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하면서 자신의 죄가 하나님 앞에 얼마나 큰 죄인지 분명하게 깨닫게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자가 소제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 놓은 것도 마음에 깊이 와 닿았습니다. 소제를 고운 가루로 드리기 위해서는 쭉정이를 골라내고, 껍질을 벗기고, 알갱이를 체로 걸러내야 합니다. 저자는 여기에서 쭉정이는 거짓된 것을 의미하고, 껍질은 교만을 의미하며, 알갱이는 불평과 원망과 걱정을 상징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세한 항목에 대해 저자가 그렇게 깊이 고민해서 설명한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았지만(그리고 이와는 다른 설명도 가능할 것 같았지만), 이러한 설명을 통해 분명하게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소제에는 '나 자신을 알곡으로 삼아, 그리고 나 자신의 삶을 곱게 갈아 하나님께 드려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또 저자는 소제에 누룩과 꿀을 넣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누룩은 죄를, 꿀은 쾌락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반론의 여지가 없는 정확한 설명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가볍게 지나쳐 왔던 각각의 제사들의 특징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된 것 역시 커다란 유익이었다고 생각됩니다. 화목제를 드릴 때에 내장만 불에 태운다는 것, 다른 제사는 수컷만 제물로 사용할 수 있는데 화목제는 암수 모두를 제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화목제사에서 비둘기를 제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 속죄제의 제물은 다른 제사의 제물과 달리 재 버리는 곳에서 불에 태웠다는 것 등은 지금까지 성경을 여러 차례 읽어 오면서도 가볍게 생각하고 지나쳐 왔던 내용들이었는데, 저자의 설명을 보며 그 중요한 의미를 깨닫고 나니 쉽게 머리에 정리해 넣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 무서운 벌을 받았던 아담과 하와, 나답과 아비후, 아나니아와 삽비라가 그렇게 큰 벌을 받아야 했던 이유가 바로 첫 단추였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설명도 마음에 깊이 와 닿는 설명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왜 그렇게 무섭게 벌하셨을까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분들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거룩에 대해 설명하면서 정신질환의 문제에 대해 언급했던 것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그렇지만 너무도 적절했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거룩'을 '사회와 격리되고 고립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함으로써 성경이 말씀하고 있는 거룩의 의미에서 얼마나 멀어졌는가 하는 것을, 저자는 정신질환자들 가운데 그리스도인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여타 종교인들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많다는 점을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룩'을 의미하는 히브리어 '코데쉬'에 '밝다, 따뜻하다'라는 의미가 있음을 지적하며, '밝고 따뜻한 사람은 정신질환을 앓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님은 거룩하시다'는 표현은 그분이 참으로 밝고 따뜻하신 분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적으로 공감이 가는 설명이었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레위기를 읽어 왔고, 또 주석도 참고하면서 그 내용을 살펴왔기에 이제 알만큼은 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저자가 풀어 놓은 내용을 보니 제가 레위기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이 별 것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쉽지 않은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실제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풀어 놓은 것을 보면서 많은 사실을 깨닫고 또 도전받았습니다. 레위기를 설교하고자 하는 목회자들은 물론이고, 레위기를 제대로, 그리고 쉽게 이해하기를 바라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별 여섯개가 아깝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