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을 부르는 수학 공식 - 소설로 읽는 20세기 수학 이야기 에듀 픽션 시리즈 7
테프크로스 미카엘리데스 지음, 전행선 옮김 / 살림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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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 그리스 사람들을 존경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스에서 이 소설이 출간된지 10개월 만에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들었다고 하니 그리스 사람들은 수학과 문학에 있어서 다른 민족들보다 훨씬 뛰어난 무언가가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읽어 본 소설 중에 이 책만큼 어렵게 읽은 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게는 그리도 어려웠던 이 소설이 그리스 사람들에게는 별로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던가 봅니다.

완벽주의적인 기질 때문에 대충 읽어도 되는 가벼운 책들이 아니면 토씨하나 빼먹지 않고 읽어 가는 습관 때문에 이 책의 내용 중에 나오는 수학 이론들을 하나 하나 다 이해해 가면서 읽어 가려고 노력하다 보니 진도는 느리고 마음은 답답하고 정말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습니다. 이과 계열에서 공부한 분들이라면 몰라도, 문과 계열에서 공부한 데다가 수학이라면 치를 떨던 저에게는 너무나 힘겨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중간 부분을 지나면서부터는 수학 이론이 등장해도 대충 그런 이론이 있나 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수학 이론들에 대한 내용이 나올 때마다 아예 훑어 보지도 않고 넘어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학 이론들은 내용 전개에 있어서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요소였기 때문에, 대충이라도 훑어 보고 넘어가지 않았다가는 내용 이해에 곤란을 겪고 다시 그 지점으로 돌아와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기울여 가면서 공들여 읽어가는 동안에 '내가 이런 어려운 책도 읽고 있다니' 라는 묘한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학을 무던히도 싫어하는 저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이 책이 단순히 수학 이론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과거 피타고라스 학파에서 일어났던 진리 은폐를 위한 살인 사건과 유사한 어떤 살인 사건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읽었던 피타고라스 학파에서의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쓰여진 소설을 통해 느꼈던 여러 가지 생각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제 마음을 이 책으로 이끌어 주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의 수학 박사라는 이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소설의 구성과 전개가 너무나 선명하게 드러나 있는 공식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치 무슨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구조라고 해야 할까요. 소설의 앞 부분에서는 절친한 친구가 살해되었다는 소식이 주인공에게 전해지는 것으로부터 내용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나서 주인공이 그 친구와 함께 지나온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이 전개되고, 마지막에는 그 친구를 살해한 범인이 누구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혀주는 방식으로 전개되어 갑니다.

복잡한 수학 이론에 대해 주인공과 친구과 함께 논쟁하는 내용만 없었다면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만 그 이론들 하나 하나를 빠짐없이 이해해 보려는 노력으로 인해 소설의 맥이 끊어지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책의 내용을 마음 속으로 다시 한 번 순서대로 되짚어 보니 아주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전개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이 책의 내용이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었다면 아마도 이랬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마음 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을 보니 더욱 분명합니다. 만약 영화를 보는 것이었다고 한다면, 그 복잡한 수학 이론에 관한 토론은 그저 저 사람들이 뭔가를 가지고 토론을 벌이나 보다 하고 신경쓰는 일 없이 넘어갔을테지요.

이 소설의 시대적인 배경에 대한 정확한 묘사와 누구라도 한 번 쯤은 들어보았을 만한 역사적인 인물들의 등장은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커다란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설 초반부에서 주인공이 친구로부터 소개받았던 스페인 화가들 중의 한 명이 그 유명한 피카소라는 화가였음을 소설 중반부에서 알게 되었을 때, 저는 이 소설 속으로 빨려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실제와 허구가 적절히 섞여 있는 그 묘한 매력을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요.

책을 덮으면서 마음 속에 떠오른 생각은 사람이라는 존재는 자신이 진리라고 믿고 있는 것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을, 그것도 아주 절친한 친구를 죽이는 것조차도 충분히 정당화 할 수 있는 존재로구나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훗날 그 정당성이 사실은 불완전한 정보를 기초로 확보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을 때 느끼게 될 처절한 후회를 내다본다면 결코 그와 같은 끔찍한 일은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언제라도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겸손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태도야말로 혹시라도 우리의 삶에 찾아오게 될 끔찍한 비극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지혜가 아니겠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별다른 고민이나 생각없이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소설들에 식상해 있거나 고등학교 시절에 수학 좀 했다고 자신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쯤 도전해 볼만한 소설입니다. 물론 저와 같이 수학에 치를 떠는 사람일지라도, 이 소설에 등장하는 수학에 관한 내용을 아예 무시해 버리고 읽어나가겠다고 한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소설에 대해 도전해 보라고 말하는 것이 조금 우습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한 번 읽어 보시면 제 말에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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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다가온 하늘 - 구약의 제사법과 정결의식에 담긴 하나님의 마음 신우인의 하늘 이야기 5
신우인 지음 / 포이에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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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성경 전체를 한 번 읽어 보겠다고 결심하고 창세기부터 읽어 내려가다가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복병이 바로 레위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출애굽기의 내용 일부 중에도 지루하고 어렵고 따분한 내용이 나오기는 하지만 레위기만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 레위기를 정말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놓은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 과연 이 책을 개론서라 해야 할지, 설교집이라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레위기라는 책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이렇게 쉽고 재미있는 책은 처음이라는 것입니다.

집에서 유선 방송이나 케이블 티비를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CBS의 성서학당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이 책을 보면서 저자의 성서학당 강의가 많이 궁금해졌습니다. 저로서는 저자의 책이 처음인데, 이 책 이전에도 벌써 네 권의 책을 집필하셨더군요. 창세기와 출애굽기에 관한 그 책들도 조만간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쉽기도 쉽지만 깊이 있는 해석에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레위기의 주제는 '거룩'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저자는 레위기의 주제를 '코르반'이라는 단어에서 찾고 있습니다. '코르반'은 '제사', '헌물'을 뜻하는 단어인데, 이 단어의 어원인 '미트카레브'에는 '가까이 가다', '친밀한 관계를 회복하다'라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레위기에 기록된 제사의 목적은 '하나님과 가까워지자', '친밀해지자', '하나님을 가장 사랑하라'는 것이라고 저자는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자는 상번제와 같은 제사는 날마다 드려야 하지만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인 법궤 앞에는 일년 일차만 들어갈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사랑이 깊어지면 그저 옆에만 있어 주는 것으로 감사한 것이고, 그저 할 말은 내가 그동안 잘못한 것을 상대방에게 알리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제가 분명하게 정리하게 된 한 가지 진리는 "하나님께서는 정성이 아닌 사랑을 원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제사에 대한 열심이 때로는 하나님에 대한 사랑으로 말미암은 것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사랑이 아닌 다른 목적에 붙잡혀 정성만을 드리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타종교와 기독교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신에 대한 정성을 중시하느냐, 아니면 신에 대한 사랑을 중시하느냐 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예전에 미처 알지 못했던 중요한 사실 한 가지도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속죄 제사를 드리러 온 사람에게 희생제물의 목숨을 직접 끊어야 하는 책임이 주어져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제사장이 그 모든 일을 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해 왔는데, 그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고 약간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신의 죄를 전가한 희생제물의 죽음을 지켜보는 것만 해도 끔찍한 일일텐데, 그 희생제물을 직접 죽여야 했다니, 그것은 마치 자기 자신을 직접 죽이는 것처럼 끔찍한 일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하면서 자신의 죄가 하나님 앞에 얼마나 큰 죄인지 분명하게 깨닫게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자가 소제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 놓은 것도 마음에 깊이 와 닿았습니다. 소제를 고운 가루로 드리기 위해서는 쭉정이를 골라내고, 껍질을 벗기고, 알갱이를 체로 걸러내야 합니다. 저자는 여기에서 쭉정이는 거짓된 것을 의미하고, 껍질은 교만을 의미하며, 알갱이는 불평과 원망과 걱정을 상징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세한 항목에 대해 저자가 그렇게 깊이 고민해서 설명한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았지만(그리고 이와는 다른 설명도 가능할 것 같았지만), 이러한 설명을 통해 분명하게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소제에는 '나 자신을 알곡으로 삼아, 그리고 나 자신의 삶을 곱게 갈아 하나님께 드려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또 저자는 소제에 누룩과 꿀을 넣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누룩은 죄를, 꿀은 쾌락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반론의 여지가 없는 정확한 설명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가볍게 지나쳐 왔던 각각의 제사들의 특징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된 것 역시 커다란 유익이었다고 생각됩니다. 화목제를 드릴 때에 내장만 불에 태운다는 것, 다른 제사는 수컷만 제물로 사용할 수 있는데 화목제는 암수 모두를 제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화목제사에서 비둘기를 제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 속죄제의 제물은 다른 제사의 제물과 달리 재 버리는 곳에서 불에 태웠다는 것 등은 지금까지 성경을 여러 차례 읽어 오면서도 가볍게 생각하고 지나쳐 왔던 내용들이었는데, 저자의 설명을 보며 그 중요한 의미를 깨닫고 나니 쉽게 머리에 정리해 넣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 무서운 벌을 받았던 아담과 하와, 나답과 아비후, 아나니아와 삽비라가 그렇게 큰 벌을 받아야 했던 이유가 바로 첫 단추였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설명도 마음에 깊이 와 닿는 설명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왜 그렇게 무섭게 벌하셨을까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분들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거룩에 대해 설명하면서 정신질환의 문제에 대해 언급했던 것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그렇지만 너무도 적절했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거룩'을 '사회와 격리되고 고립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함으로써 성경이 말씀하고 있는 거룩의 의미에서 얼마나 멀어졌는가 하는 것을, 저자는 정신질환자들 가운데 그리스도인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여타 종교인들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많다는 점을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룩'을 의미하는 히브리어 '코데쉬'에 '밝다, 따뜻하다'라는 의미가 있음을 지적하며, '밝고 따뜻한 사람은 정신질환을 앓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님은 거룩하시다'는 표현은 그분이 참으로 밝고 따뜻하신 분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적으로 공감이 가는 설명이었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레위기를 읽어 왔고, 또 주석도 참고하면서 그 내용을 살펴왔기에 이제 알만큼은 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저자가 풀어 놓은 내용을 보니 제가 레위기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이 별 것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쉽지 않은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실제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풀어 놓은 것을 보면서 많은 사실을 깨닫고 또 도전받았습니다. 레위기를 설교하고자 하는 목회자들은 물론이고, 레위기를 제대로, 그리고 쉽게 이해하기를 바라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별 여섯개가 아깝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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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I Can Read! Class A-2 (교재 + Class book + CD 1장) Yes, I Can Read! Class A 2
이상화.제이 유.Cosmin Visan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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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여섯 가지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된 영어 동화책입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두께에 튼튼해 보이는 표지, 양질의 종이, 공들여 그린 삽화가 돋보이는 책입니다.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영어 동화 원서에, 자습서라고 할 수 있는 워크북이 함께 제공되어 있습니다. 워크북에는 영어 동화의 한글 해설과 단어, 숙어에 대한 설명, 그리고 연습문제도 함께 제공되어 있습니다. CD도 함께 제공되고 있는데, 이전에 들어 보았던 영어 동화 CD와는 달리 동일한 내용을 한 번은 여성의 목소리로, 또 한 번은 남성의 목소리로 들려 주고 있습니다. 여성의 낭독 파일과 남성의 낭독 파일을 순서대로 배치하지 않아 단조로움을 피했는데, 아주 바람직한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여성보다는 남성의 목소리가 조금 더 천천히 말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듣기 훈련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D를 듣지 않고 원서를 먼저 읽어 본 뒤에 워크북을 읽어 보았는데, 워크북에 제공된 단어 해설에 발음기호가 없다는 점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CD를 같이 들으면서 읽어 간다면 굳이 필요치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미국에서 제작한 비슷한 구성의 동화책을 구입해 본 일이 있는데, 원서와 워크북, CD 한 세트에 12,000원이면 그 책과 비교했을 때 결코 비싸지 않은 가격이라고 생각됩니다. 중앙대학교 교수진으로 구성된 믿을 수 있는 집필진도 신뢰가 가고, 네이티브 스피커들이 낭독한 CD의 내용에도 신뢰가 갑니다. 반복해서 들어도 별로 지루할 것 같지 않은 내용이라 자녀들로 하여금 꾸준히 읽고 듣게 해서 아예 내용을 통째로 외워 버리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밤에 잠자리에 누워 한 편씩 듣게 한다면 큰 부담없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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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이름 안철수연구소 - 개정판
안철수연구소 사람들 지음 / 김영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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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반, 이랜드라는 기업이 대한민국에서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지 않고 세금도 제대로 내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겠다며 등장했을 때 얼마나 많은 기대감을 가졌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랜드라는 기업이 뇌물이나 세금에 대해서 깨끗한 모습을 보여주었는지는 몰라도, 그 외의 모습에서는 많은 실망감을 안겨 주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깨끗한 기업이라고 해서 모두가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그리고 그 두 가지 측면을 다 만족시키는 기업이 과연 우리나라에 존재할까라는 의문을 항상 가지고 지내왔습니다.
 

그러던 중에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그와 같은 기업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마음이 얼마나 뿌듯하고 좋았는지 모릅니다. 이 책은 안철수씨 개인이 쓴 책이 아닙니다. 안철수 연구소의 초창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곳에서 근무해 온 여러 직원들의 증언을 모아 그 생생한 역사를 기록한 책입니다. 그런데 이 작은 기업의 역사를 읽어 내려가는데 왜 그렇게 감동이 되고, 눈물까지 나던지요. 아마도 이런 감동을 이전부터 간절히 원해 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기에 앞서 무릎팍 도사에서 안철수씨가 남겼던 명언들을 정리해 놓은 글을 읽어 보았을 때에도 그와 같은 감동을 느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로 안철수씨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을 자신이 세운 기업을 통해 멋지게 실현시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부하 직원이 탈세도 아니고 절세라고 할 수 있는 방법을 머리를 짜내어 가지고 왔을 때, 이러지 말라고 만류하는 안철수씨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멋진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칙대로 해야 한다고, 많이 벌어서 번 만큼 세금을 많이 내자는 그의 말에 가슴 속에서 무엇인가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일을 전해들은 다른 직원분이 "나, 이 회사 정년까지 다닌다. 아니, 가능하면 내 자식 잘 키워서 함께 근무하고 싶다. 퇴직하면 주차장 수위라도 할 거야."라고 말했다는데, 저라도 그런 마음이 들었을 것 같았습니다.

안철수 연구소가 기업의 핵심 가치를 정립하는데 있어서 모델로 삼았던 존슨앤존슨의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던 이야기였는데,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존슨앤존슨의 결정이 마케팅 전략에 의한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존슨앤존슨의 결정이 단순히 마케팅 전략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핵심 가치에 따른 것이었음을 인정하게 되었고, 또 그러한 깨달음에서부터 안철수 연구소의 핵심 가치를 정립하는 일이 시작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직과 성실이라는 안철수씨의 개인 가치를 넘어 안철수 연구소라는 기업 자체의 핵심 가치를 정립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로 드러난 안철수 연구소의 핵심 가치는 세상의 모든 기업이 이런 핵심 가치를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만큼 멋진 결과물이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우리는 존중과 신뢰로 서로와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고객의 소리에 기 기울이고 고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안철수 연구소의 이러한 핵심가치를 보면서 이것을 가정(부부관계와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 적용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교회와 같은 신앙공동체에 적용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철수 연구소의 인재론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 안철수 연구소가 인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지식,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세, 문제해결 및 개선 능력, 창조력, 고객지향성'과 같은 5가지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는데, 이 내용을 보면서 '나도 과연 그런 인재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반성을 해 보았습니다. 또 인성적인 면이나 팀워크 능력 면에서도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안철수 연구소가 많은 고난과 맞서 싸우며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내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기쁨이었습니다. 여러 차례 우리나라를 거쳐갔던 컴퓨터 바이러스 대란에 맞서 안철수 연구소가 어떤 역할을 감당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어려움들을 어떻게 헤쳐나갔는지를 보면서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스릴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안철수 연구소의 제3대 CEO였던 김철수씨의 아까운 죽음에 관한 내용을 읽을 때에는 마치 장렬히 전사한 한 사람의 전우를 떠나보낸 듯한 아픔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이 책에 기록된 안철수 연구소가 겪었던 수많은 일들을 살펴 보는 동안 결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안철수 연구소라는 기업이 단순히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수많은 기업들 중의 하나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그런 기업이 존재하기를 소망하고, 또 잘 되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는 이상적인 기업이라는 확신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는 안철수 연구소보다 더 규모가 크고, 더 많은 이익을 이 나라에 가져다 주고 있는 대기업들이 많습니다만, 그런 대기업들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비리와 연결되어 법의 심판을 받았던 일이 비일비재하거니와, 특별사면이니 뭐니 해서 솜방망이 처벌만 받고 빠져 나온 경우가 워낙 빈번하다 보니 대기업에 대해 좋은 마음을 가질래도 가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안철수 연구소라는 기업의 존재가 많은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안철수 연구소가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고, 이 책을 읽는 젊은이들을 통해 안철수 연구소와 같은 기업이 이 나라에 더 많이 세워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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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똑똑하게 극복하는 200가지 방법 - 전문가들이 답한다
허지회 외 지음 / 엠엘커뮤니케이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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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도에 장인어른이 뇌졸증으로 쓰러지시고 난 뒤, 장인어른을 돌보던 간병인마다 환자가 까다로와 돌보기가 너무 힘들다고 도망치듯 떠나는 바람에 마침 뉴질랜드에 선교훈련을 받으러 가기 위해 잠시 사역을 쉬고 있던 제가 장인어른을 간병하게 되었습니다. 치매가 같이 오지만 않았어도 스스로의 힘으로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 보려고 하셨을텐데 조금만 아파도 엄살을 부리며 물리치료를 거부하시는 바람에 증세가 전혀 호전되지 않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립재활원에서 3개월을 함께 보내면서 결국에는 스스로 일어서실 수 있게 해드렸습니다. 노인학대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무섭게 다그쳐서 이루어낸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제가 너무 무지했고 너무 심하게 못살게 굴었다는 생각에 죄송스러운 마음 뿐입니다. 제가 뉴질랜드로 선교 훈련을 받으러 간 뒤에는 남아 있던 가족 중에 장인어른의 고집을 꺽을 사람이 없었던 이유로 결국에는 다시 주저 앉으시고 말았고, 결국에는 요양원에서 휠체어를 타고 6년을 지내시고 돌아가셨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장인어른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사실 장인어른을 돌보아 드리면서도 어떤 검사와 어떤 치료를 받으셨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이미 모든 치료가 끝나고 재활과정에 계실 때에만 함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저 약물치료를 받으셨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아, 이런 검사를 받으시고, 또 이런 치료를 받으셨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뇌졸증이 왜 생기는지, 또 어떻게 예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대충은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예방해야 될 지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뇌졸증의 20%가 심장병에 의해 유발된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당뇨병이 뇌졸증의 위험을 두 배 가까이 높인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구요. 처음 듣는 검사 방법과 처음 듣는 약물들의 이름이 상당히 많아서 다 외우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내용이 어려운 것은 아니기에 목차에 따라 필요할 때마다 들추어 보면서 그 때 그 때 확인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서 특별히 유익하다고 생각되었던 부분은 뇌졸증 예방법과, 뇌졸증 환자들의 재활 및 각종 상황 대처법에 관한 내용들이었습니다. 뇌졸증 예방법을 보면서 내린 결론은 "먹는 것과 운동하는 것만큼 건강에 중요한 것은 없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얼마전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고지혈증과 지방간 판정을 받고 식생활개선과 규칙적인 운동에 대해 권고받은 바 있기 때문에 이러한 단순한 결론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뇌졸증 환자들의 재활 및 각종 상황 대처법에 관한 내용은, 3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장인어른의 재활과정을 옆에서 계속 지켜 보았고 또 온갖 수발을 다 들었던 경험으로 인해 지금은 거의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만약 이 내용을 미리 알고 장인어른을 돌보는 일에 뛰어들었더라면 그때보다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같은 병실에 있던 다른 환자들의 간병인들과 간호사분들의 조언을 통해 배운 것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때 그분들에게서 배웠던 내용들이 이 책에 다 있었습니다. 실제로 해보는 것보다 더 확실히 배우는 방법이 없다고 하는 것처럼, 정말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제가 다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그만큼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이 모든 뇌졸증 환자의 가족들에게 꼭 필요한 지식이 분명하다는 것이지요.

내용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지금 곁에 돌보아 드려야 될 환자가 없어서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나가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재미있는 책이라기보다는 필요하기 때문에 읽어야 되는 책이라서 그랬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로서는 돌보아 드려야 할 환자가 없다면 전반부의 내용을 중심으로 궁금한 부분들을 찾아 읽으면서 뇌졸증을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는 것에 주력하고, 돌보아 드려야 할 환자가 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다 읽은 뒤에 필요한 부분을 목차에서 찾아 읽어 보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읽는 내내 뇌졸증으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장인어른 생각이 났고, 또 장인어른과 함께 국립재활원에 있을 때 이런 책이 한 권 곁에 있었다면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립재활원에 있을 때 보니 환자분들의 가족들이 간병을 위해 많이 와 계시던데, 직업적인 간병인들과 비교해 볼 때 많이 미숙하고 힘들어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한 달 정도만 지나도 완전히 몸에 익은 모습으로 바뀌긴 했지만요. 그런 분들에게 이 책이 어느 정도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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