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이름 안철수연구소 - 개정판
안철수연구소 사람들 지음 / 김영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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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반, 이랜드라는 기업이 대한민국에서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지 않고 세금도 제대로 내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겠다며 등장했을 때 얼마나 많은 기대감을 가졌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랜드라는 기업이 뇌물이나 세금에 대해서 깨끗한 모습을 보여주었는지는 몰라도, 그 외의 모습에서는 많은 실망감을 안겨 주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깨끗한 기업이라고 해서 모두가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그리고 그 두 가지 측면을 다 만족시키는 기업이 과연 우리나라에 존재할까라는 의문을 항상 가지고 지내왔습니다.
 

그러던 중에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그와 같은 기업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마음이 얼마나 뿌듯하고 좋았는지 모릅니다. 이 책은 안철수씨 개인이 쓴 책이 아닙니다. 안철수 연구소의 초창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곳에서 근무해 온 여러 직원들의 증언을 모아 그 생생한 역사를 기록한 책입니다. 그런데 이 작은 기업의 역사를 읽어 내려가는데 왜 그렇게 감동이 되고, 눈물까지 나던지요. 아마도 이런 감동을 이전부터 간절히 원해 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기에 앞서 무릎팍 도사에서 안철수씨가 남겼던 명언들을 정리해 놓은 글을 읽어 보았을 때에도 그와 같은 감동을 느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로 안철수씨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을 자신이 세운 기업을 통해 멋지게 실현시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부하 직원이 탈세도 아니고 절세라고 할 수 있는 방법을 머리를 짜내어 가지고 왔을 때, 이러지 말라고 만류하는 안철수씨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멋진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칙대로 해야 한다고, 많이 벌어서 번 만큼 세금을 많이 내자는 그의 말에 가슴 속에서 무엇인가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일을 전해들은 다른 직원분이 "나, 이 회사 정년까지 다닌다. 아니, 가능하면 내 자식 잘 키워서 함께 근무하고 싶다. 퇴직하면 주차장 수위라도 할 거야."라고 말했다는데, 저라도 그런 마음이 들었을 것 같았습니다.

안철수 연구소가 기업의 핵심 가치를 정립하는데 있어서 모델로 삼았던 존슨앤존슨의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던 이야기였는데,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존슨앤존슨의 결정이 마케팅 전략에 의한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존슨앤존슨의 결정이 단순히 마케팅 전략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핵심 가치에 따른 것이었음을 인정하게 되었고, 또 그러한 깨달음에서부터 안철수 연구소의 핵심 가치를 정립하는 일이 시작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직과 성실이라는 안철수씨의 개인 가치를 넘어 안철수 연구소라는 기업 자체의 핵심 가치를 정립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로 드러난 안철수 연구소의 핵심 가치는 세상의 모든 기업이 이런 핵심 가치를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만큼 멋진 결과물이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우리는 존중과 신뢰로 서로와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고객의 소리에 기 기울이고 고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안철수 연구소의 이러한 핵심가치를 보면서 이것을 가정(부부관계와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 적용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교회와 같은 신앙공동체에 적용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철수 연구소의 인재론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 안철수 연구소가 인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지식,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세, 문제해결 및 개선 능력, 창조력, 고객지향성'과 같은 5가지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는데, 이 내용을 보면서 '나도 과연 그런 인재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반성을 해 보았습니다. 또 인성적인 면이나 팀워크 능력 면에서도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안철수 연구소가 많은 고난과 맞서 싸우며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내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기쁨이었습니다. 여러 차례 우리나라를 거쳐갔던 컴퓨터 바이러스 대란에 맞서 안철수 연구소가 어떤 역할을 감당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어려움들을 어떻게 헤쳐나갔는지를 보면서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스릴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안철수 연구소의 제3대 CEO였던 김철수씨의 아까운 죽음에 관한 내용을 읽을 때에는 마치 장렬히 전사한 한 사람의 전우를 떠나보낸 듯한 아픔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이 책에 기록된 안철수 연구소가 겪었던 수많은 일들을 살펴 보는 동안 결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안철수 연구소라는 기업이 단순히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수많은 기업들 중의 하나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그런 기업이 존재하기를 소망하고, 또 잘 되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는 이상적인 기업이라는 확신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는 안철수 연구소보다 더 규모가 크고, 더 많은 이익을 이 나라에 가져다 주고 있는 대기업들이 많습니다만, 그런 대기업들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비리와 연결되어 법의 심판을 받았던 일이 비일비재하거니와, 특별사면이니 뭐니 해서 솜방망이 처벌만 받고 빠져 나온 경우가 워낙 빈번하다 보니 대기업에 대해 좋은 마음을 가질래도 가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안철수 연구소라는 기업의 존재가 많은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안철수 연구소가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고, 이 책을 읽는 젊은이들을 통해 안철수 연구소와 같은 기업이 이 나라에 더 많이 세워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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