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과 싸우는 법 - 벤처신화 아이리버의 끝나지 않은 혁명
이기형 지음 / 링거스그룹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음악을 좋아하긴 하지만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형편 때문에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미디어 기술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항상 뒷북만 치며 살아왔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CD플레이어를 들고 다닐 때에는 워크맨으로 테이프를 듣고 다녔고, 다른 사람들이 mp3 플레이어를 들고 다닐 때 그제서야 CD를 하나씩 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mp3로 음악을 듣기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런 제가 mp3 플레이어로 세계를 석권한 레인컴이라는 기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성공시대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 기업이 이루어 내었던 성과가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가를 대충이나마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을 본 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많은 대기업을 제치고, 그리고 무수한 mp3 플레이어 생산업체들 중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이 기업의 역사를 레인컴의 창업자인 양덕준 사장의 입을 통해 직접 듣기 위해 이 책을 손에 잡았습니다. (이 책은 기자 출신의 저자가 양덕준 사장과의 인터뷰, 그리고 나름대로의 취재를 통해 수집한 자료를 근거로 쓴 책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 성공시대를 보면서 느꼈던 감동을 다시 한 번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애플의 아이팟과 싸우며 몰락해 가는 과정을 보면서 커다란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저자가 레인컴의 성공에 대해 분석해 놓은 내용을 보면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창업자인 양덕준 사장의 리더쉽이었습니다. 양덕준 사장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에 대해 '사람을 품을 줄 아는 덕있는 보스'로 기억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또 그러한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조차도 그에 대해 '돈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사실만큼은 인정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많은 창업자들이 회사를 상장한 뒤에 주식을 팔아 치우고 회사를 나몰라라 하는 모습과는 다르게 상장 후에도 끝까지 책임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하였습니다. 그 회사에 몸담고 있는 동안에는 끝까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가 퇴사 후에 피치못할 사정에 의해 주식을 매각한 그의 태도말로 그러한 면모의 분명한 증거라고 하였습니다.

물론 레인컴의 성공을 오로지 양덕준 사장 개인의 리더쉽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리버의 성공은 양 사장의 리더쉽에 반해 모여든 비범한 인재들이 가지고 있던 창의적인 사고방식과 탁월한 기술력이 이루어낸 합작품이었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제품 개발에 매어달린 엔지니어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엔지니어들이 고객과 직접 소통하면서 제품의 문제점을 하나씩 개선해 가면서 쌓은 노하우가 아이리버의 성공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어떻게 해서든 고개들의 불만을 해결해 주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자발적으로 형성된 서포터즈의 존재가 아이리버의 계속적인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성공도 잠시, 아이리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에서 나락으로 추락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양 사장은 레인컴이 무너지게 되었던 이유를 아이팟과 싸워 이겨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에 아이리버 고유의 철학을 버리고 아이팟의 짝퉁 제품들을 생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애플의 가격경쟁력을 뛰어 넘을 수 없었던 것이 레인컴이 무너진 가장 큰 이유라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애플이 삼성으로부터 낸드플레시 메모리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대신 단가를 최대한 낮추어 공급받음으로써 다른 모든 mp3 생산업체를 고사시킬 수 있는 초저가 물량공세를 펼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신뢰할 만한 품질에다가 제품 생산 단가까지 낮추었는데, 나름대로의 유통망을 무기로 유통업체에 압력을 가함으로써 유통단가까지 낮춤으로써 다른 기업들이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양 사장의 성품도 레인컴의 몰락을 불러 온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양 사장의 사람을 품고 가는 리더쉽이 레인컴의 성공을 가져온 것도 분명하지만, 레인컴이 정상에 올라간 뒤에는 그러한 리더쉽으로 인해 문제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공과를 엄격하게 구별해서 상벌을 주어야 할 때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을 외부에서 높은 연봉과 직급을 주고 데려오면서 창업 공신들이 서운함을 느끼고 떠나가게 되면서 기업이 흔들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도 그러한 와중에 벌어진 이래환 부사장의 퇴사는 레인컴에 치명적인 손해였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양덕준 사장과 그가 끝까지 손을 잡고 일했다면 레인컴이 그렇게까지 무너졌을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었습니다.

저자는 레인컴의 몰락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커다란 성공 뒤에 얻게 된 지나친 자신감을 꼽고 있었습니다. 그 자신감 때문에 기본적인 리스크조차 관리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로서는 과연 그러한 설명이 옳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레인컴이 기본적인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했던 것은 회사의 풍토 자체가 경직된 분위기를 거부하는 풍토였기 때문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리스크를 관리하려면 누군가가 살림살이를 조이는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데 그럴만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양덕준 사장이 온화한 아버지의 역할을 맡았다면 반대로 무서운 어머니의 역할을 해 줄 사람이 있었어야 했는데, 레인컴에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래환 부사장이 그와 같은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가 레인컴을 떠남으로써 이 회사는 마치 방임형의 아버지가 이끌어 가는 대책없는 가정과 같이 되어버렸던 것입니다. 결국 레인컴이 무너진 이유는 균형 감각이 결여된 한쪽으로 치우친 분위기 때문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이런 기업이 또 다시 세상에 등장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양덕준 사장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더군요. 대기업의 물량공세에 맞서는 것도 쉽지 않거니와 대기업이 가진 기술력을 뛰어넘는 것이 벤처기업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과거와 같이 한 가지 기능만 가지고 출시되는 제품들이 아니라 복합적인 기능을 가진 제품들이 대세인 요즘에는 그 어떤 벤처기업일지라도 아이리버가 거두었던 것과 같은 성과를 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한 가지 기능을 가진 제품에 있어서라면 벤처기업이라도 대기업과 맞서 싸워볼 만하지만 다양한 기능을 가진 제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벤처기업이 대기업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디바이스(기기)가 아닌 플랫폼(콘텐츠 네트워크?)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 양덕진 사장의 주장이었습니다. 물론 애플과 같이 디바이스를 통해 거대한 인프라망을 가진 통신사들을 굴복시킨 경우도 있지만, 구굴과 같이 디바이스 생산업체들을 자신의 휘하로 모으는 것이 벤처기업이 대기업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대기업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가져오는 생산업을 버리고 위험천만한 플랫폼 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만큼은 벤처기업에게도 승산이 있다는 것입니다.

소니라는 거인을 쓰러뜨리고 휴대용 음악기기 생산업체로서의 최정상에 올랐던 레인컴이 또 다른 거인인 애플에 의해 무너진 것을 보면서, 기업들의 세계는 치열한 전쟁터이며, 끊임없는 혁신과 자기 관리가 없이는 그 어떤 기업도 오래갈 수 없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되새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많은 기업인들이 레인컴의 성공과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자신이 이끄는 기업을 거인들과 맞서 싸울만한 단단한 기업으로 세워가는 데 도움을 얻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혜가 자라는 성경 이야기 - 개정판
쟌 갓프레이 지음, 파올라 베르톨리니 그루디나 그림, 임금선 옮김 / 해와비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요즘들어 발간되는 어린이 그림 성경을 보면 그 사이즈가 거의 비슷비슷해 보입니다. 어른들이 보는 성경 크기에 좌우로 조금 더 넓어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습이지요. 게다가 종이질은 일반 도서의 종이와 거의 비슷한 무광 재질에 두께만 두꺼울 뿐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렴하게 만들기 위해 그랬는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린이 그림 성경이 아닌 일반 동화책들을 보면 그 사이즈가 상당히 크고 종이질도 매끈 매끈한 것이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비룡소라던가, 시공 주니어, 주니어 김영사와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어린이 도서들을 보면 대체로 그렇습니다. 요즘 어린이 도서의 트렌드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유독 어린이 그림 성경은 그러한 트렌드를 제대로 따라가고 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물론 외서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원서의 디자인과 사이즈와 심지어는 종이 재질까지도 그대로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국에 소개된 어린이 그림 성경 중에는 일반 동화책의 트렌드에 근접한 작품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 성경 이야기 책은 다르더군요. 사이즈도 크고 종이질도 매끈하고, 또 그림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수준의 그림이었습니다. 번역도 그리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풍성한 내용과 내용 아래쪽에 위치한 '엄마와 함께하는 아기의 기도'의 내용도 좋았습니다. 성경 이야기와 상관없는 기도가 아니라 성경 이야기의 핵심을 꼭 짚어서 삶에 적용시켜 놓은 기도의 내용은 어른인 제게도 공감이 되었습니다.

한 두 곳 정도 손을 보았으면 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먼저 19쪽을 보면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집트로 끌려간 요셉은 아주 높은 사람 집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곧 억울하게 감옥에 갔어요. 그 후 요셉은 노예가 되어 이집트 왕을 만나게 된답니다." 그런데 노예가 된 것은 감옥에 가기 전의 일이었지요. 그러므로 "이집트로 끌려간 요셉은 노에가 되어 아주 높은 사람 집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곧 억울하게 감옥에 갔어요. 그 후 요셉은 이집트 왕을 만나게 된답니다."로 바꾸면 어떨까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로 손을 보았으면 싶었던 내용은 38쪽에 기록된 '사무엘 선지자가 다윗에게 기름을 부었던 사건'에 관한 내용입니다. 여기에 보면 "잔치가 벌어지고 있을 때 이새라는 사람이 일곱 명의 아들을 데리고 사무엘에게 왔어요."라는 내용이 나오는데, 성경에 기록된 실제의 사건은 사무엘이 하나님의 명령을 받고 이새라는 사람의 집에 찾아간 것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원서의 잘못된 내용을 따라가기 보다는 조금 손을 보아서 출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두 곳 외에는 성경과 다른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어린이 그림 성경을 읽다 보면 성경 내용과 다른 내용들을 많이 발견하게 되는데, 오류가 발견되는 곳이 두 곳 정도면 상당히 괜찮은 수준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충분히 추론해 볼 수 있는 근거에 바탕을 둔 내용이라면 그리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만 지나치게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 한계를 넘어버린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라면 마음 놓고 아이들에게 읽혀 주어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성경의 핵심적인 교훈을 정말 잘 짚어 냈다고 생각한 내용들을 여럿 발견할 수 있었는데, 마르다가 음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가운데 예수님께 말씀드렸던 사건을 기록한 94-95쪽의 내용이라던가, 자신의 전 재산을 헌금한 가난한 과부에 대한 예수님의 비유를 기록한 108-109쪽의 내용은 정말 잘 설명해 놓았다고 감탄할 정도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다고 생각되었던 부분은 오병이어 사건에 대해 기록해 놓은 90-91쪽의 맨 마지막에 "남은 음식이 바구니 열 두개에 가득 찼어요. 예수님과 제자들은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자 남은 것을 모으고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했어요."라고 기록해 놓은 부분입니다. 마치 무슨 세미나나 수련회가 끝나서 사람들이 돌아간 뒤에 주최측에서 뒷정리 하는 것을 묘사해 놓은 듯한 글에 한참을 웃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어린이 성경을 참 많이 읽어 주었는데, 나중에는 자기들 스스로 책을 들고와서 읽어 달라고 하더군요. 거의 날마다 들어오는 통에 때로는 귀찮을 때도 있었지만 귀한 일이니 어찌 사양할 수 있었겠습니까? 읽어 줄 수밖에요. 한편으로는 참 기특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성경을 꾸준히 읽어 주는일은 신앙 있는 부모님들에게는 당연히 감당해야 할 책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이 그림 성경을 구입하기 위해 고민하고 계시다면 이 책도 후보에 올려 놓고 다른 어린이 성경들과 비교해 보실 것을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이팅 클럽
강영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낼 때 문학이라는 영역과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문학소녀, 또는 문학소년들의 삶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그들에게서 흔히 보게 되는 감수성 풍부한 모습들이 제게는 딴 세상의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어떤 한 권의 책에 사로 잡혀 그 책을 읽고 또 읽고, 그 책의 문장을 곱씹고 또 곱씹는 일은 저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일입니다. 물론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한 사람의 목사로서 성경을 계속해서 읽고 또 읽으며, 중요한 신학(또는 신앙) 서적을 반복해서 읽는 일을 하기는 하지만, 문학소녀(또는 문학소년)들처럼 일개 소설에 불과한 책들을 어떤 종교의 경전처럼 떠받드는 일에 대해서는 전혀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공감 가지 않는' 부류에 속한 한 명의 소녀를 만났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소녀로 등장했던 주인공은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이 마땅치 않게 바라보던 그렇고 그런 아줌마들의 대열에 합류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는 가운데 자신이 정말 별볼일 없게 생각했던 엄마와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주인공은 아주 어린 나이에 엄마 친구에게 맡겨져 키워지다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엄마와 함께 살게 됩니다. 주인공은 엄마를 모성애가 결여된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그래서 엄마를 엄마라는 호칭이 아닌 김작가라는 호칭으로 부릅니다. 엄마가 스스로 글을 쓰는 사람으로 행세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작가는 자신이 살던 동네에서 자신을 작가로 내세워 글짓기 교실을 운영하기 시작합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던 그 글짓기 교실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어른들을 위한 글짓기 교실도 함께 운영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어하는, 아니 글로 써서 누군가에게 보여 주고 싶어하는 어른들, 특히 아줌마들이 모여 들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이 아줌마들의 글을 비웃고, 그 모임을 비웃었던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결혼과 함께 미국에 들어가고 얼마 안 되어 이혼한 뒤에 네일 아티스트로 살아가면서 김작가가 운영하던 글짓기 교실과 비슷한 모임을 만듭니다. 장소가 미국이었기 때문에 라이팅 클럽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말입니다. 나중에 김작가가 중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돌아온 주인공은 김작가의 글짓기 교실을 자신이 계속해서 이어가기로 결심합니다. 글쓰기가 김작가와 자신에게 있어서 얼마나 소중한 삶의 버팀목이었나를 깨달았던 것입니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문학소녀라고 볼 수 있는 소녀의 삶에 대한 저자의 묘사는 제게 있어 너무나 익숙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왠지 소설에 묘사된 그녀의 삶은 너무나 불행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그런지 무척이나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주인공뿐 아니라 주인공의 엄마인 김작가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불편함이었습니다. 결국 소설의 마지막에 가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두 여인은 불행한 삶을 이겨내고 살아남기 위해 글을 썼던 것이고, 그들의 글쓰기는 그들을 살아남게 해 주었다는 것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아품을 풀어내고, 또 자신의 글을 읽어 주는 이들을 통해 삶의 용기를 얻었던 것입니다.

그들처럼 전문적인 작가가 되기를 바라는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김작가의 글쓰기 교실에 나오던 아줌마들처럼만이라도 글쓰기를 통해 삶을 이어갈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저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도 그와 비슷한 종류의 작업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감이 가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로 인해 마음 편하게 읽혀지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글쓰기를 통해 자신들의 고통을 성공적으로 이겨내 왔다는 사실을 밝혀 준 결론에 이르러서는 깊은 연민과 깊은 공감의 반응으로 돌아설 수 있었습니다.

저자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쩌면 저자가 자신과 자신의 엄마 이야기를 풀어 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 보았습니다. 두 여인의 삶을 섬세하게 잘 묘사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점에서 '글을 쓰는데 묘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소설 속 유명 작가의 말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저자가 실제로 묘사한 소설의 내용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일어날 수 있는 놀라운 기적에 대해서 깨닫게 된 것도 이 소설을 통해 얻은 커다란 유익이라고 생각됩니다.

남성보다는 여성 취향의 글이라는 느낌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남자인 저로서도 새로운 세계를 엿본 것 같은 느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글을 마무리 지어야 할 지 잘 모르겠는데, 저자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는 말이 가장 어울릴 것 같습니다. 저자에게 이래저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에서 암을 이긴 사람들
SBS 스페셜 제작팀 엮음, 이시형 감수 / 토트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텔레비전에서 방영되었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하는데 방송 내용을 못 보았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자신의 암을 고치기 위해 산으로 간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산에서 암을 고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한 분석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그들처럼 산으로 들어가 암을 고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한 가이드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도입부에 소개되어 있는 네 분의 사례를 살펴 보다 보니 완전히 산 사람이 되지 않으면 암 같이 중한 질병은 고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로 삶 전체를 걸고 산에서 살아가기 시작했더군요. 하지만 그들의 삶은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왠지 도인 같은 느낌도 들고 세속을 떠나 유유자적하는 듯한 느낌도 들고 왠지 부러운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러한 부러운 느낌은 이어지는 내용을 통해 더 깊어졌는데, 그들이 어떻게 산에서 암을 이겼나 하는 것을 분석해 놓을 것을 읽어 가다 보니 산에서 사는 것만큼 건강에 유익한 삶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통해 단지 산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만으로 면역력이 되살아나게 된다는 사실과 독일에서는 산림욕도 의료보험으로 지원될 정도로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인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또한 그 이유가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와, 폭포와 계곡에서 생성되는 음이온, 그리고 산소와 햇빛, 기후 등이 요인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그곳에 머무르면서 운동을 하고 자연식을 하며 스트레스에서 벗어남으로써 누리는 놀라운 결과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을 읽다 보니 나도 언젠가는 산에 들어가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고, 암환자분들이라면 정말 살기 위해서라도 산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단지 산에 들어간다고 해서 무조건 암이 낫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지적하고 있었습니다. 암을 이길 수 있다는 믿음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과, 산에서 홀로 생활하는 데에 따르는 고독감을 이겨내야 한다는 점 등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산에서 혼자 지내는 동안 알고 있어야 할 내용들까지 세세하게 기록하여 도움을 얻을 수 있게 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산에 들어가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라도 망설임을 가질 수 밖에 없는데, 이 책은 그러한 분들을 위해 전원마을이나 산속요양원, 자연치유병원들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소개된 다양한 기관들 중에는 별도의 책으로 소개되어 있는 기관(자연의원)도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그 책(조병식 원장의 자연치유)과 이 책을 함께 읽을 수 있게 되어 두 권의 책이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내용들에 대해 분명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암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이 책을 통해 암과 싸우는 데 있어서 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유익을 알게 됨으로써 건강을 되찾는 데 많은 유익이 있기를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병식 원장의 자연치유
조병식 지음 / 왕의서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 암 정복을 넘어 건강한 삶으로 가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배우다.

섬기는 교회에 암환자분들이 많다 보니 암 치료에 관한 책을 보면 저도 모르게 시선이 가게 되더군요. 이 책 역시 그러한 이유 때문에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산에서 암을 고친 사람들'이라는 책에서 조병식 원장님이 운영하시는 자연의원에 대한 소개를 보고 어떤 곳인지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바로 그와 관련된 이야기어서 더욱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조병식 원장님은 환자들을 치료하던 도중 자신이 배웠던 의학의 한계를 깨닫고 대체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또 대체의학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이것 저것을 섭렵하면서 나름대로의 자연치유법을 개발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의외로 놀라운 효과를 보고서 난치병 클리닉을 개설해 많은 환자들을 치료했는데, 암환자만큼은 쉽게 치료가 되지 않았다네요. 그래서 스스로 암을 고쳤다는 분들을 찾아다니다가 결국 내리게 된 결론이 산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접고 산으로 들어가 자연의원을 개원했고 지금까지 많은 암환자들을 치료해 왔다고 합니다.

그렇게 자연의원에서 많은 암환자들을 치료해 오는 가운데 경험했던 것들을 정리해 놓은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이 책에는 조병식 원장님이 직접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경험한, 임상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다양한 암 치료 방법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그것도 한 사람이나 한 가지 종류의 암이 아니라 다양한 환자들의 다양한 사례들을 경험하고 내린 종합적인 결론이기에 누구에게라도 적용할 수 있고 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들이라는 점에서 확실히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로서도 이 책을 읽어 가는 동안 그 부분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 기록된 내용 중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었던 부분은 서양의학이 가지고 있는 한계와 항암치료가 가져오는 부작용에 대한 내용들이었습니다. 서양의학의 공격적인 치료방식으로는 정상세포들까지도 함께 죽일 수 밖에 없게 된다는 점을 저자는 강하게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또 반복적인 항암치료의 결과 암세포가 내성을 갖게 되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지적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인간의 자연적인 치유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제 몸이 스스로 제 몸을 고치게 하는 방법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없는 치료방법이라는 것이 저자의 확신있는 주장이었는데 정말로 공감이 가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어린 환자에 대한 이야기에서 지나친 항생제의 투여가 백혈병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접하면서 우리가 너무나 가볍게 생각하는 의약품의 부작용이 실제로는 이러한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따라서 화학적인 물질로 만들어진 의약품을 복용하기 보다는 질병에 저항력을 키워주는 자연식품을 먹고 운동을 하는 데에 더 많은 노력을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자가 암이라는 병에 대해 '영양이 부족해서 생긴 병'이라고 설명한 것은 반드시 새겨들을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암(癌)이라는 글자에는 입 구(口)자 세 개가 모여있는데, 이것은 암이라는 병이 많이 먹는 것과 관련되어 있음을 말해 준다고 합니다. 암에 걸리게 되면 암세포들이 정상세포로 갈 영양분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허기가 져서 몸이 축이나서 체중감소와 기력저하현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러나 식욕저하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정상인보다 많이 먹게 된다고 하더군요. 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만일 암환자가 식이요법을 한다고 음식을 필요보다 적게 먹기 시작하면 암과 싸울 수 있는 힘마저도 얻지 못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무조건 먹지 않고 절제하기보다는 정상세포를 이롭게 할 음식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었습니다. 

그래서 먹어도 되는 음식과 먹으면 안 되는 음식들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경우 많이 알려져 있는 내용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특별히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이 바로 달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 중에 아미노산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 어떤 영양소보다도 중요한 영양소로서 이 아미노산을 섭취하기 위해 가장 좋은 식품이 달걀이라는 것입니다. 또 여러 기름에 대해 소개해 놓은 부분도 심상치 않은 내용이었는데, 그 좋다고 알려져 있는 올리브유로 튀김을 하면 트렌스지방이 생긴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치킨을 생산하는 회사에서는 올리브 기름으로 닭을 튀긴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계속해서 먹는 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사실 먹는 것 말고도 산소섭취, 스트레스처리, 해독, 면역과 관련된 다양하고도 중요한 내용들이 많이 기록되어 있었고, 하나 하나가 암환자들은 물론 건강한 삶을 원하는 분들에게 정말로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읽는 동안 계속해서 폐암으로 투병 중인 외삼촌과 간암으로 투병 중인 우리 교회 성도님 생각이 났습니다. 그분들에게 어서 이 귀한 책을 선물해서 암과 싸우는 데 많은 도움을 얻게 해 드리고 싶습니다.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