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가 자라는 성경 이야기 - 개정판
쟌 갓프레이 지음, 파올라 베르톨리니 그루디나 그림, 임금선 옮김 / 해와비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요즘들어 발간되는 어린이 그림 성경을 보면 그 사이즈가 거의 비슷비슷해 보입니다. 어른들이 보는 성경 크기에 좌우로 조금 더 넓어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습이지요. 게다가 종이질은 일반 도서의 종이와 거의 비슷한 무광 재질에 두께만 두꺼울 뿐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렴하게 만들기 위해 그랬는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린이 그림 성경이 아닌 일반 동화책들을 보면 그 사이즈가 상당히 크고 종이질도 매끈 매끈한 것이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비룡소라던가, 시공 주니어, 주니어 김영사와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어린이 도서들을 보면 대체로 그렇습니다. 요즘 어린이 도서의 트렌드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유독 어린이 그림 성경은 그러한 트렌드를 제대로 따라가고 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물론 외서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원서의 디자인과 사이즈와 심지어는 종이 재질까지도 그대로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국에 소개된 어린이 그림 성경 중에는 일반 동화책의 트렌드에 근접한 작품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 성경 이야기 책은 다르더군요. 사이즈도 크고 종이질도 매끈하고, 또 그림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수준의 그림이었습니다. 번역도 그리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풍성한 내용과 내용 아래쪽에 위치한 '엄마와 함께하는 아기의 기도'의 내용도 좋았습니다. 성경 이야기와 상관없는 기도가 아니라 성경 이야기의 핵심을 꼭 짚어서 삶에 적용시켜 놓은 기도의 내용은 어른인 제게도 공감이 되었습니다.

한 두 곳 정도 손을 보았으면 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먼저 19쪽을 보면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집트로 끌려간 요셉은 아주 높은 사람 집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곧 억울하게 감옥에 갔어요. 그 후 요셉은 노예가 되어 이집트 왕을 만나게 된답니다." 그런데 노예가 된 것은 감옥에 가기 전의 일이었지요. 그러므로 "이집트로 끌려간 요셉은 노에가 되어 아주 높은 사람 집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곧 억울하게 감옥에 갔어요. 그 후 요셉은 이집트 왕을 만나게 된답니다."로 바꾸면 어떨까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로 손을 보았으면 싶었던 내용은 38쪽에 기록된 '사무엘 선지자가 다윗에게 기름을 부었던 사건'에 관한 내용입니다. 여기에 보면 "잔치가 벌어지고 있을 때 이새라는 사람이 일곱 명의 아들을 데리고 사무엘에게 왔어요."라는 내용이 나오는데, 성경에 기록된 실제의 사건은 사무엘이 하나님의 명령을 받고 이새라는 사람의 집에 찾아간 것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원서의 잘못된 내용을 따라가기 보다는 조금 손을 보아서 출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두 곳 외에는 성경과 다른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어린이 그림 성경을 읽다 보면 성경 내용과 다른 내용들을 많이 발견하게 되는데, 오류가 발견되는 곳이 두 곳 정도면 상당히 괜찮은 수준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충분히 추론해 볼 수 있는 근거에 바탕을 둔 내용이라면 그리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만 지나치게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 한계를 넘어버린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라면 마음 놓고 아이들에게 읽혀 주어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성경의 핵심적인 교훈을 정말 잘 짚어 냈다고 생각한 내용들을 여럿 발견할 수 있었는데, 마르다가 음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가운데 예수님께 말씀드렸던 사건을 기록한 94-95쪽의 내용이라던가, 자신의 전 재산을 헌금한 가난한 과부에 대한 예수님의 비유를 기록한 108-109쪽의 내용은 정말 잘 설명해 놓았다고 감탄할 정도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다고 생각되었던 부분은 오병이어 사건에 대해 기록해 놓은 90-91쪽의 맨 마지막에 "남은 음식이 바구니 열 두개에 가득 찼어요. 예수님과 제자들은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자 남은 것을 모으고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했어요."라고 기록해 놓은 부분입니다. 마치 무슨 세미나나 수련회가 끝나서 사람들이 돌아간 뒤에 주최측에서 뒷정리 하는 것을 묘사해 놓은 듯한 글에 한참을 웃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어린이 성경을 참 많이 읽어 주었는데, 나중에는 자기들 스스로 책을 들고와서 읽어 달라고 하더군요. 거의 날마다 들어오는 통에 때로는 귀찮을 때도 있었지만 귀한 일이니 어찌 사양할 수 있었겠습니까? 읽어 줄 수밖에요. 한편으로는 참 기특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성경을 꾸준히 읽어 주는일은 신앙 있는 부모님들에게는 당연히 감당해야 할 책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이 그림 성경을 구입하기 위해 고민하고 계시다면 이 책도 후보에 올려 놓고 다른 어린이 성경들과 비교해 보실 것을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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