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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믿음, 크신 하나님 - 톰 라이트의
톰 라이트 지음, 배응준 옮김 / 두란노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처음에는 설교집인 줄 모르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 보니 설교집이더군요. 그런데 성공회 사제의 설교집이라서 그런지, 지금까지 읽어 본 다른 목회자분들의 설교집과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습니다. 우선 설교들의 길이가 상당히 짧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부분의 설교가 약 10-15분 정도 분량의 길이였습니다. 가장 긴 설교도 20분 정도 분량 밖에 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성만찬에 관한 강조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성만찬을 강조하는 내용의 설교를 보면서 저자가 성공회 사제라는 사실을 불현듯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고, 주일 예배 때마다 성찬식을 거행하는 성공회의 특성을 기억하면서 짧은 분량의 설교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설교의 전체적인 강조점이나 내용에 있어서는 여러 다른 교단 목회자분들의 설교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설교 내용 중에 칼빈의 글을 인용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저자가 어떤 신학적 입장에 동의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저자에 대한 일부의 비판에 대해 그들의 판단이 옳다고 인정할 만한 어떠한 잘못된 주장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의식한 듯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 대목을 문맥에서 벗어나 불쑥 읽는 독자들이, 내가 '믿음으로 말미암은 칭의'교리를 폐지하고 대신 '순종으로 말미암은 칭의'교리를 확립한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경고를 해 두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절대로 그런 것이 아니다(115쪽)."
그리고 이를 뒷받침 하듯 이렇게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복음의 영광스러운 점은 이런 것들을 문제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전에는 완벽한 삶을 살지 못했다가 지금은 완벽한 삶을 살게 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완벽한 삶에 대한 환상은 속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율법주의에 불과하다. 우리가 천국에 가게 되는 것은 오로지 십자가에서 보여 주신 하나님의 사랑 덕택이다. 우리는 믿음으로만 그 사랑을 알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다(164-165쪽)."
또한 이렇게도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 이루었다'는 말에 들어 있는 의미를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셨을 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절반만 수행하시고 나머지는 미완의 상태로 남겨두신 것이 아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신부인 교회를 위해 구원을 하셨다. 예수님은 그 값을 온전히 치르셨다.. 구세주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일은 우리 구원을 위한 값이 이미 완전히 지불되었음을 의미한다(81쪽)." 저자의 이러한 말을 볼 때 그가 '행위 구원'을 말하고 있다는 비판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해서 제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은 저자가 믿음에 대해 정의해 놓은 다양한 설명들이었습니다. 믿음에 관한 저자 자신의 정의가 책의 앞부분에서부터 끝부분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서술되어 있었는데, 하나같이 마음에 와서 부딪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믿음에 관해 설명해 놓은 것 중에 가장 중요한 설명은 서문에 기록되어 있는 "창조주와 구속주가 되시는 하나님의 '크심'이 중요하지 하나님의 '크심'을 파악하는 우리의 작은 믿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나 깨달음이나 믿음이나 웅변이나 순례는 중요치 않다"고 말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하나님 그분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9쪽).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우리의 믿음에 대해 아무런 가치도 없는 하찮은 것이라고 취급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믿음에 대해 설명해 놓은 저자의 설명을 살펴볼 때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자가 믿음에 대해 설명해 놓은 내용 가운데 특별히 마음을 사로잡았던 설명 몇 가지를 적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믿음은..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와, 우리를 위해 어떤 일을 행하셨는지를 충분히 고려하여, 우리 자신의 처지와 연약함을 보는 것이다.. 믿음은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와 우리를 위해 무엇을 약속하셨는지를 충분히 고려하여 미래를 보는 것이며, 해를 거듭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가는 것이다(33쪽)."
"믿음은 비록 하나님에 대해 아는 것이 아주 작다고 해도 하나님을 아는 것을 기초하여 생각하고 행동하고자 하는 자발성이요, 하나님이 우리를 저버리지 않으실 것이라 믿고 의지하는 자발성이다(36쪽)."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확신이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BAT성경은 히브리서 11장 1절을 '믿음은 바라는 것들을 확신하는 것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번역했다(39쪽)."
"그리스도인의 믿음은 오직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 시간 안에서나 영원 안에서나 우리 자신을 하나님께 맡기는 것,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 하나님이 '우리를 위한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 덕택에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 주신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40쪽)."
"두 여인(나오미와 룻)은 우리에게 성경적인 믿음에 관한 멋진 그림을 보여 준다. 그것은 암담했던 과거를 바라보며 '하나님은 전능하시다'라고 말하는 믿음이며, 안정감을 느낄 수 없는 현재를 바라보며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에 속해 있다'라고 말하는 믿음이다. 또한 그것은 전망이 불투명한 미래를 바라보며 '하나님이 공급하실 것이다'라고 말하는 믿음이다(169쪽)."
이 책에서 저자가 믿음에 관한 설명을 책의 처음부터 끝가지 계속해서 풀어 놓은 이유는 저자가 '사랑'이나 '소망'을 '믿음'의 다른 모습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에서 사람들을 사랑하는 힘이 나오고, 하나님에 대한 믿음에서 천국에 대한 소망을 품게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1부에서는 믿음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믿음의 대상인 하나님은 어떤 분인지를 설명한 다음에, 2부에 가서는 사람들을 사랑하는데 하나님을 믿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고, 3부에 가서는 현재의 고난을 이겨내고 천국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설명 가운데 몇 가지는 상당히 중요한 깨달음을 소개해 주고 있었습니다. 특히 하나님께서 우리 인생에 들어오실 때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일들, 특히 순종을 요구하시고, 징계를 가하시는 일들에 대해 설명한 내용들은 특히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특히 마음을 사로잡았던 내용 한 가지는 부활하신 후에 갈릴리 바닷가에 나타나신 예수님과 제자들 사이에 있었던 일을 예로 들어 '순종'에 대해 저자가 설명해 놓은 부분이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이 잡은 153마리의 물고리를 해변으로 가져오라고 명하셨던 것처럼 우리 삶과 우리가 성취한 것들을 가져와 자기 앞에 놓으라고 강력하게 명령하실 때도 그리스도의 거룩함에 그러한 경이로움을 느끼고 순종해야 한다. 그러면 그 때, 제자들이 자신들은 예수님의 도움 없이 물고기를 잡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예수님은 자기들의 도움이 없이도 그들을 먹일 수 잇다는 점을 부수적으로 깨달았던 것처럼, 우리 역시 예수님이 우리가 가진 것들이 필요해서 순종을 요구하시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72족)."
제자들이 잡은 물고기를 가져오기 전에 이미 예수님께서는 조반을 마련해 놓고 계셨습니다. 잡은 고기를 가져오라 하셨지만 이미 불 위에는 고기가 놓여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도움 없이도 그들을 먹이실 수 있으셨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부분이었습니다.
또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귀한 조언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얼마 전에야 이 사실을 깨닫고 성도들에게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저자의 글을 통해 제 자신의 깨달음이 저 자신만의 깨달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무척이나 기뻤습니다.
"하나님 사랑의 완전한 능력이나 힘을 느낀 적도 없고 깨달은 적도 없다면, 십자가에서 죽어 가시는 예수님을 바라보라(154쪽).. 하나님을 자신의 아들을 선물로 주심으로써 우리를 향한 사랑을 증명하셨다. 또 하나님은 보혜사 성령을 보내주셔서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 주셨다.. 만일 당신 마음과 뜻과 힘이 당신을 위해 대신 죽으신 하나님의 아들의 죽음에 의해 아무 감동도 받지 못한다면, 생명과 사랑을 주시는 성령을 선물로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라.(155-156쪽)"
저자가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일에 대해 무척이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쁨으로 다가왔고,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방법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기쁨으로 다가왔습니다. 제가 찾은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 감사했고, 또 그 길을 부지런히 가야겠다는 결심을 더 분명히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특별히 마음에 와 닿은 구절들, 특히 중요한 깨달음을 가져다 준 구절들을 전부 모아 보았더니 한 스무 곳 정도가 되더군요. 그 중에서 약 1/3 정도를 이 글에서 소개해 드렸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 글에서 소개해 드리지 못한 2/3 정도의 내용이 아직 이 책의 여러 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그 구절들은 여러분들이 직접 찾아 보시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이 책에 실려진 설교들이 대부분 감성적인 자극을 주기보다는 지적인 깨달음을 자극하는 스타일의 설교라서 어떤 분들에게는 별로 감동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적인 자극과 깨달음을 원하시는 분들이라면 참으로 많은 도전과 감동, 그리고 유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