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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집 - 생명.평화.자연을 노래하는 글 없는 그림책, 2010 볼로냐 라가치 픽션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날개달린 그림책방 4
로날트 톨만.마리예 톨만 글 그림 / 여유당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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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겪은 후로 책을 못 읽겠단 말을 귀 기울여 들어 준 사람이 선물한 그림책. 글씨 없이 그림만 있는 그림책이다. 마침내 세상이 망했나? 장대비가 내리는 바다에서 흰곰이 나무집을 향해서 헤엄쳐 가고 있다. 뭍이 나오지 않는 망망대해가 무섭지도 않은지 흰곰의 미소에는 여유까지 비친다. 비가 그치고 나자 이번에는 갈색곰이 조각배를 타고 온다. 시간이 또 얼마나 흘렀을까? 바다의 수위가 훌쩍 내려간 어느 날, 살아남은 동물들이 나무집을 찾아온다. 흰곰과 갈색곰만 살던 집이 시끌벅적해졌다. 모두가 돌아가고 나무집엔 또 다시 두 곰만이 남는다. 한바탕 먹구름이 몰려오자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이제 겨울을 나야 하는데 흰곰과 갈색곰 여전히 유유자적하다. 고요한 달밤, 두 곰이 나란히 앉아 달을 올려다본다. 내가 본 둘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두 곰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적어도 내일 우리가 멸종할 거란 생각은 아닐 것이다. 달빛을 받은 두 곰의 표정이 무척 평화로웠고 자포자기했단 얼굴도 아니었으므로. 판도라 상자 속에도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건 희망이었다. 이 책을 선물한 사람은 길 없는 곳에 길을 내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이. 두려울 때도 있고 지칠 때도 있을 터인데 내색 한번 하지 않고 너는 걸어간다. 네가 예전에 내게 이런 말을 했지. 나도 네가 무슨 일을 하든 너를 응원할 거야. 내가 보내는 구조신호에 응답해줘서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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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
어빙 스톤 지음, 최승자 옮김 / 청미래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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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마지막 장의 테오 대사다
당구대 위에 뉘인 제 형의 주검을 보며 테오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한다
빈센트에 감정을 이입하고 테오의 시점으로 빈센트를 보았기 때문일까?
책을 읽는 내내 캄캄한 밤에 웅크리고 돌아누운 내 뒷모습을 내려다보는 기분이 들어 슬펐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처음 본 건 중학생 때였다
미술 책에 실린 해바라기 그림이 맘에 들어 색종이 모자이크를 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관심 가진 화가인데 지금까지 내가 알던 빈센트 반 고흐의 얘기는 그의 동생 테오와 주고 받은 편지들, 고갱과의 에피소드 정도였다
고흐의 그림이 그토록 이글거리는 건 아를의 태양 때문이었다
그의 그림 속 소용돌이는 바람이었다
고흐는 북서풍을 영원히 캔버스에 붙잡아 놓은 것이다
파리에서 지낼 적에 매일 밤 동생 테오의 침대 맡에서, 생 레미의 정신 병원에서 백치에게, 세상을 향해 하고픈 말이 너무 많았던 고흐...
여운이 몹시 오래 남는 책이다

이 책을 추천한 이에게 고맙다

2014년 4월 7일 카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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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씨의 입문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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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작가의 파씨의 입문을 최근에 다시 읽었다 이번에 느낀 점은 이 책의 각 단편을 정말로 단편으로 인식하고 읽어도 될 것인가, 였는데 `개수 구멍 없는 개수대`가 세 단편 <야행>, <낙하하다>, <뼈 도둑>에 계속해 등장한 게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뼈 도둑>에서 조가 부동산 중개인에게 개수 구멍 없는 개수대에 말라 붙은 채소 조각들을 내려다보며 이 집에 누가 살고 있냐고 묻는 장면에 이르러 불현듯 의문이 들었다 고씨 한씨 곰과 밈 네 가족이 살던 외딴 집과 한 노인이 지내던 집, 조가 머물던 집은 모두 같은 집인가? 삼 년째 떨어지고 있다는 <낙하하다>의 주인공은 <대니 드비토> 단편에 재등장해 깊이 깊이 상승하고 있단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기고 사라지기도 한다 황정은 작가의 소설 속에 사는 화자들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걸까?

2014년 3월 27일 카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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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로 2015-06-06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낙하하다>가 제일 좋았는데 조만간 또 읽어야겠어용ㅎㅎ
 
3월의 라이온 10
우미노 치카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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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어룽어룽 번지는 10권 풍경... 레이가 긴긴 폭풍우 속을 지나온 뒤라 더 따스하게 느껴지는 내용이었다. 변덕스러운 봄 날씨처럼 언제고 또 폭풍우가 몰아쳐도 레이는 이제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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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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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책을 못 읽는 병에 걸려서(?) 사 놓고 일 년을 책장에 묵히다 4월에 읽었다; 두서없이 쓰는 독서 노트.

#
‘너를 본 지 너무 오래되었다.’

나기의 저 말은 너를 마지막으로 본 지 오래되었단 걸까. 너를 바라본 지 오래되었다는 걸까. 둘 다가 아닐까요, ㅈㅇ는 대답했다. 그치. 역시 그런 거지? ㅈㅇ의 말을 듣고나서야 아아, 그래서 내가 저 말이 나올 때마다 마음이 아린 거구나 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너무’는 사실은 부정하는 의미로 말할 때 써야 하는 부사다. 그래서인지 나기의 ‘너무’에서는 그럼에도 널 그리워하고 너의 소식이 궁금한 자신에 대한 자조 섞인 감정이 묻어난다.
잊을 만하면 반복해 저 말을 하고 ‘너무’라는 부사를 꼬박꼬박 사용해 널 본 지 오래됐단 사실을 강조하던 나기는 이야기의 말미에야 단 한 번 너무를 빼는데

‘너를 본 지 오래되었다.’

너무가 빠져 너무 담담한 저 말이 내 귀엔 이렇게 들렸다.

‘너를 사랑한 지 오래되었다. 너를 보고 싶다.’

#
‘나비바’라는 말을 만들며 소라와 나기는 어린 시절에 살던 데칼코마니 같은 두 집을 떠올렸겠지. 데칼코마니, 하면 나비가 떠오르니까.
나는 ‘소나기’도 괜찮을 것 같다. 소제목을 읽다가 떠올랐다. 소라에서 라를 빼고 나나에서 나를 하나 빼고 나기에서 나를 빼서 소나기. 작고 아름다운 그릇, 나.

#
겉표지는 흰 종이에 똑 떨어뜨린 간장 물방울 같은 보름달, 겉표지를 벗기면 파란 물고기 비늘 무늬의 속표지다.
간장을 좋아하는 부족, 소라. 간장을 싫어하는 부족, 나나. 간장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부족, 나기.
소라의 비늘. 나나의 비늘. 나기의 비늘.


하지만 모세씨를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것과 모세씨를 이 집으로 불러들이는 것은 별개,라고 단호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집으로 모세씨를 불러들여 소라에게 소개한다는 것은 나나의 세계에서 가장 연한 부분을 모세씨와 만나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나기 오라버니만이 접근하고 접촉할 수 있던 그 세계를, 금주씨의 죽음과 이미 상당히 죽어버린 애자와 뒤틀림이 담긴 세계를 열어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나나의 내면에서 그 부분은 잠잠한 듯 보여도 끊임없이 떨고 진동하는 곳. 가장 민감한 비늘이 돋은 곳. 무엇보다도 나나는 소라를 애자를 나나 본인을, 실제라기보다는 나나 내면의 그들을 모세씨에게 열어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기는 한 건지 좀처럼 확신할 수 없습니다. - P119

소라, 나나, 나기가 합체하면, 나비바.
나비바가 되지.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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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록 2021-02-13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상을 조금 더 계속해보자면...

엄마가 이런 얘기를 했다. 결혼해서 부모가 되면 나란 사람은 사라지고 그때부턴 이름도 그냥 누구 엄마가 되는 거야. 네가 태어난 순간 엄마도 누구 엄마로 다시 태어난 거지.

그러니까 소라와 나나가 애자를 엄마가 아니라 애자라 부르는 건 애자가 누구 엄마가 아닌, 부족민이 하나인 애자란 부족으로 멸종하길 택했기 때문이다.

천록 2020-07-23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5년 6월 15일부터 `너무`를 긍정의 의미로도 쓸 수 있게 됐다.

국립국어원 묻고 답하기 답변
http://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61&qna_seq=4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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